"선유락"은 우리사회의 발전의 뒤안길에 관심을 둔 영화다.

성장일변도의 사회전체적 강박관념이 남긴 상처들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선유락은 원래 국가적 잔치 때 무기들이 배를 끌고 가는 모양을 흉내내며
추는 군무다.

우리 국토를 하나의 배로 보는 풍수지리학적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일간지 기자인 민경모(윤동환)은 아내와 이혼한 이후 방황한다.

담당부장은 그에게 작은 시골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취재해보라고 권
한다. 그 마을은 온천이 개발됐다하여 들떠있는 마을이었다.

민기자는 두편으로 갈리어 갈등을 벌이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보게 된다.

한편에서는 개발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한편에서는 마을의 정기를 끊게 되
는 산의 훼손을 막을 수 없다는 반대가 만만찮다.

그가 도착한 밤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민기자는 취재를 위해 경찰
서에 들렀다가 수사를 맡은 팀장이 이혼한 아내임을 알게 된다.

그녀는 개발을 반대하는 마을무당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무당의 딸 혜연(오혜연)과 친해진 민기자에게 사건은 점점 개인사의 문제
로 다가온다.

알 듯 모를 듯 한 얘기만을 던지고 스쳐지나는 강우규(이일재)가 나타나
그를 혼란에 빠들이더니 급기야 세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강우규도 실종
된다.

누가 범인인가. 이 영화는 열심히 만든 흔적과 진지한 주제의식에도 불구
하고 몇가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특히 동시녹음을 하지 못해 연기자들의 연기가 대사와 잘맞지 않는다.

주인공 윤동환의 도시적 목소리가 거슬리는 것이 대표적 예. 추리적 기법
을 동원했지만 반전과 복선의 장치들이 부족해 개발이데올로기와 전통의 보
전이라는 가치관의 대결과 갈등양상을 전체적으로 보여주기에는 힘겨웠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문화훼손은 이 영화가 보여주듯 몰래 몰래 였
다기 보다는 드러내놓고 했던 것이고 그 만큼 관객은 영화가 꾸며가는 구조
를 휜히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