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정책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한세대를 풍미하던 이데올로기
지향의 문화가 사라지고 생활속에 밀착된 문화가 강조되면서 각국은 대중을
파고드는 문화 바람을 일으키며 문화를 산업화하고 상품화하는 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가 국경없는 경제전쟁시대로 접어들고있는 한편으로 거대한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문화가 영상산업을 필두로 세계의 문화행태를
바꾸고 있다.

각국들은 이문화 침투에 대비하고 자국고유문화를 상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키워나가고있다.

이제 문화라는 것은 소비하고 향유하는 개념에서 투자해서 창조하고 생산
하며 수출하는 것으로 인식이 전환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EU(유럽국가연합)에 속한 유럽 각국들은 EU가 내세우고 있는 문화적
지침에 적극적이면서도 자기들 스스로의 문화적 독자성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국은 문화를 경제활동과 지방자치활동의 중요한 분야의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가 문화예술의 지역화를 중심으로 하는
"아트 2000 프로젝트"를 만들고 "예술경제의 확대"를 중요과제로 채택했다.

국가예산의 1%를 문화예산으로 쓰고있는 프랑스도 "문화의 교육,창조,
유지,확산,진흥"등 5개의 슬로건을 내걸고 각종 진흥정책을 펴고있다.
"대형 사업"이라는 이름아래 문화공간을 짓고 스포츠 요리 만화 패션등을
새문화 장르에 집어넣고 있다.

독일은 독일통일로 이루어진 민족적 일체감을 유지하면서도 터어키인등
독일내에 들어와있는 이민족과의 갈등을 없애기위해 다문화행정에 힘을
쏟고 있다.

아시아의 변화도 만만챦다. 일본이 문화APEC을 구상해 아시아의 문화에술
운동을 주도하려는가 하면 제2국립극장을 만들고 아트매니지먼트사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일본 문화청은 "문화발신사회"를 제창,일본문화를 해외에 수출하려는
정책도 펴가고 있다. 사회주의체제하에서 문화예술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하고 있는 중국도 문화예술에 경제활동을 강하게 접목시키는 전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 문화부는 문화경제연구를 주요정책의 하나로 잡고 "문화시장 관리
공작회의"를 수시로 여는가하면 "국제민간예술절"등 예술행사를 빈번히
열어 무역상담 및 신상품 소개등의 기회로 삼고있다.

러시아및 동구권의 변화는 엄청나다. 사회주의 체제아래서 국가이데올로기
를 지탱해오던 문화예술계가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용돌이를
겪고있다. 슬라브적 문화전통과 예술사조를 자랑하던 이들 국가는 이제
문화를 상품의 하나로 인식 세계각국에 이예술들을 값싸게 팔고있다.

국가주도의 경제아래에서는 대접을 받으며 생활하던 문화예술인들도
이제는 밥과 빵을 찾기위해 전전긍긍하고있다.

각국의 문화정책을 바꾸게한 주역인 미국은 모든 민족과 인종들이 각각의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상호공존한다는 "문화다원주의"체제를 벗어나
미국 독특의 문화를 찾자는 운동이 한창이다.

첨단기술과 신기법으로 문화계가 새장르를 개척할때마다 정부는 뒤에서
밀어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정부 중심으로 기업의 필란스로피(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이에맞서 한국의 문화정책은 어떤가. 90년대이후 독립돼 전문 문화예술
정책을 표방하던 문화부가 문화체육부로 바뀌면서 문화정책이 주춤거리고
있다. 문화의 세계화 전략을 내세우고 문화의 산업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잡아놓았으면서도 주위의 인식부족 및 전문인력의 태부족으로 이럴만한
정책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화의 향기"만 강조하지 "문화가 어떻게 상품"이 될수있고 산업이 될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

21세기는 문화전쟁의 시기이고 이전쟁에 쓰일 무기는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문화적 산업과 문화상품에서 쏟아져 나온다. 시장경제체제에서
문화에 투자하고 문화를 생산하지않는한 우리문화를 지켜가는 일은 불가능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