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루게릭병) 치료제 ‘릴리브리오’(성분명 페닐부티르산나트륨·타우루르소디올)의 유럽 조건부 품목허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30일(현지시간) 릴리브리오의 개발사인 미국 아밀릭스파마슈티컬스는 유럽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 회의에 앞서 거절 의견을 받을 경우 재심사를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릴리브리오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은 먹는(경구용) 루게릭병 치료제다. 세포 속 소기관인 소포체 및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를 완화해, 신경세포의 사멸을 막는 기전이다.

아밀릭스는 최근 열린 CHMP 회의에 참석해 릴리브리오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CHMP는 릴리브리오의 승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trending toward a negative opinion)이라고 아밀릭스에 전했다.

테미 샤넬리 아밀릭스 규제및임상규정 글로벌 책임자는 “우리는 CHMP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며 임상 2상 결과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 재심사 절차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밀릭스는 137명의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릴리브리오 2상을 마쳤다. ALS 기능평가척도인 ‘ALSFRS-R’ 감소를 24주차에 평가한 결과, 대조군보다 2.32점 적게 감소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함을 증명했다.

스테파니 호프만 겐데비엔 아밀릭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국제 시장 총괄 책임자는 “지난 25년 간 유럽에서 승인된 루게릭병 치료제는 없었다”며 “품목허가 심사를 기다릴 시간조차 없는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해 모든 가능한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아밀릭스는 CHMP로부터 부정적인 최종 의견을 받을 경우, 약 4개월이 소요되는 재심사 절차를 요청할 계획이다. CHMP는 내달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회의에서 최종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루게릭병은 수의근의 신경세포를 사멸시키는 퇴행성 질환이다. 수의근은 씹기, 걷기, 호흡하기, 말하기 등을 제어하는 근육이다. 루게릭병 환자는 근력이 약화되며 전신에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루게릭병 환자는 일반적으로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3~5년 이내에 호흡 부전으로 사망한다. 미국에서 약 2만9000명, 유럽에서 약 3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밀릭스에 따르면 FDA 승인 이후 올 1분기 말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릴리브리오를 적극적으로 복용하는 루게릭병 환자는 약 3000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기업들도 루게릭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코아스템켐온은 골수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 ‘뉴로나타 알주’의 임상 3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마지막 환자 등록을 마쳤다.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는 두 종류의 간세포성장인자(HGF)를 발현하도록 설계된 플라스미드DNA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다. 근육세포의 퇴행 속도를 늦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2a상까지 진행된 결과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5월 31일 9시 33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