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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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2)’ 전용 발사대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액체헬륨 저장탱크의 ‘해압밸브’와 ‘지상장비시스템(PLC)’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SW)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밤을 꼬박 새웠다.

SW를 구성하는 명령어가 순차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령어 사이의 간격을 세밀하게 수정했다. 여섯 차례에 걸친 반복 시험을 시행한 결과 ‘정상’이란 판정이 내려졌다. 해가 뜬 외나로도 앞바다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비와 강풍, 낙뢰의 가능성도 작았다. 우주정거장, 인공위성과 충돌 가능성도 없었다. 발사 준비가 다시 시작됐다.

○실용·큐브위성 8기 분리 도전

발사 1시간 전. 기체 점검과 연료·산화제 충전을 마친 누리호를 우주로 인도하는 전자탑재체(에비오닉스)의 전원이 켜졌다. 발사체 기립 장치가 철수하고 관성항법 유도시스템의 정렬이 시작됐다.

발사 10분 전 발사자동운용(PLO)이 시작됐다. PLO는 발사 10분 전부터 발사체 이륙 직전까지 발사관제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지는 발사 준비 작업이다. 그리고 발사. 오후 6시24분 굉음과 함께 누리호가 힘차게 솟구쳤다. 연소가스 온도는 섭씨 3500도. 포스코의 쇳물을 녹이는 용광로 온도(1500도)의 두 배 이상이다. 압력도 대기압의 60배까지 치솟았다. 발사대를 식히기 위해 초당 1.8t의 냉각수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발사 125초 뒤 고도 64.5㎞. 누리호는 1단을 분리한다. 이어 위성을 감싼 덮개인 페어링과 2단이 차례로 떨어져 나간다. 누리호가 적도를 지나면 남태평양 팔라우 추적소에서 누리호의 비행 궤적과 동작 상태를 확인한다.

발사 783초 뒤 고도 550㎞에 도달하면 주 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분리된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영상 레이더(SAR)를 탑재했다. 해상도 5m, 관측 폭 40㎞의 마이크로파로 지구를 관측한다. 광학카메라와 달리 빛과 구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후 20초 간격으로 벤처기업 져스텍과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큐브위성 3기가 차례로 분리된다. 각각 우주 방사선을 검출하고 광학카메라 성능을 검증한다. 우주쓰레기 경감 기술도 실증한다. 마지막에는 천문연에서 개발한 우주기상관측 군집(群集)위성 ‘도요샛’ 4기가 분리된다. 도요샛은 중량 10㎏ 이하 나노급 위성으로는 최초로 편대 비행을 시도하며 플라즈마 등 우주 날씨의 시공간적 변화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발사 1138초가 지나면 임무를 완수한 누리호가 비행을 종료한다.

○반복 발사 통해 신뢰도 높인다

전날 누리호 3차 발사는 예정 시간을 2시간 14분 앞두고 연기됐다. 이처럼 발사를 눈앞에 두고 기술적 문제로 연기하는 일은 로켓 개발 과정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작년 6월 누리호 2차 발사 때도 기립 상태에서 점검 중 문제가 발견돼 조립동으로 되돌아갔다. 액체헬륨 탱크 내부의 레벨 센서가 비정상적인 수치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2009년 8월 ‘나로호(KSLV-1)’ 1차 발사 당시에도 압력 측정 관련 SW 오류로 이륙 7분56초를 앞두고 발사가 중단됐다. 나로호 3차 발사를 시도했던 2012년 11월에도 최종 발사 시간 발표 전 연료를 주입하는 연결 부위가 새는 문제가 발생해 발사가 미뤄졌다.

우주 발사체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반복 발사 운용을 통해 발사 과정을 최적화·안정화하고 발사체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다. 정부는 2027년까지 네 차례에 걸친 추가 발사를 통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신뢰도를 검증하고 체계종합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술을 이전한다.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초소형위성 2~11호 등이 다음 누리호에 탑재될 예정이다.

누리호 성능을 개량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도 진행한다. 차세대 발사체는 1단 100t급 이상 엔진 5기, 2단 10t급 이상 엔진 2기로 구성된 2단형 발사체로 개발될 예정이다. 2030년부터 세 차례 반복 발사를 통해 신뢰도를 검증한다.

2032년 달 착륙선을 보내는 것이 최종 목표다.

고흥(나로우주센터)=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