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올바이오, 안구건조증 치료제 미국 임상 3상 재도전 '가닥'
한올바이오파마가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물질 'HL036'의 미국 임상 3상을 연이어 실패했지만 임상 설계를 변경해 재도전할 방침이다. 1차 지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2차 지표에서 가능성을 보였다는 판단에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24일 전문가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자문을 거쳐 HL036 임상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올바이오파마는 260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HL036의 두 번째 미국 임상 3상(임상명 VELOS-3) 탑라인 결과를 지난 19일 공시했다. 1차지표로 각막중앙부손상(CCSS)과 안구건조감지수(EDS)를 설정하고 위약군 대비 우월함을 검증하고자 했다. 하지만 두 지표 모두 통계적인 유의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다만 한올바이오파마는 보도자료를 통해 2차지표의 데이터를 강조했다. 2차지표였던 셔머테스트에서 10mm 이상의 개선을 보인 환자반응률(HL036 15%, 위약 4%)에서 통계적(p<0.001)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셔머테스트는 눈물샘에서의 눈물 분비를 측정하는 검사다. 3cm 길이의 검사용 종이를 아래 눈꺼풀 밑에 걸쳐 놓고 5분간 적셔진 종이 길이를 측정한다. 검사종이가 10mm 이하로 젖어 있으면 눈물 분비 저하를 의심한다. 5mm 이하이면 눈물 분비가 심하게 감소돼 있다고 판단한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셔머테스트 10mm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FDA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FDA의 안구건조증 치료제 가이드라인은 객관적지표(Sign)와 주관적지표(Symtrom) 입증, 각막 염색의 완전한 회복을 달성한 환자 비율, 셔머테스트의 점수에서 10mm 이상 증가한 투약군과 위약군간 통계적 유의미한 차이 등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이 중 한 가지만 충족하면 된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한 가지 기준을 최소 두 번의 임상에서 유효성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안구건조증 신약 중 가장 최근 미국 품목허가를 받은 오이스터의 타이바야(Tyrvaya)는 약 1000명의 경증, 중등도 또는 중증 안구건조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효성 임상에서 ‘셔머테스트 ≥10mm’ 통계 두 번 확보만으로 FDA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182명 규모의 ONSET-1(임상 2b상)에서는 셔머테스트 기준선에서 10mm 이상 증가한 환자가 투약군 52%, 위약군 14%였다(p<0.01). 758명의 규모의 ONSET-2(임상 3상)에서는 투약군 47%, 위약군 28%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p<0.01)를 얻었다.

그동안 한올바이오파마는 객관적지표와 주관적지표, 두 가지 지표를 확보하는 FDA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임상 2상(VELOS-1)에서 객관적지표인 하부각막염색지수(ICSS)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지만, 주관적지표인 안구불편감(ODS)은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 첫 번째 미국 임상 3상(VELOS-2)에서 ICSS, ODS 모두 입증에 실패했다. 이번에 결과를 발표한 VELOS-3에서는 새로운 객관적지표와 주관적지표를 설정했지만 통계적인 유의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VELOS-3의 2차지표였던 셔머테스트 10mm 이상 개선된 환자의 반응률을 확보한 것은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셔머테스트 10mm 기준은 객관적지표와 주관적지표가 없어도 품목허가에 도전할 수 있는 기준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셔머테스트 10mm에 대한 가능성을 보기 위해 VELOS-2의 서브그룹 분석을 진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VELOS-3의 환자군은 증상이 중증인 환자들을 모집한 반면 VELOS-2은 비교적 증상이 경증과 중등증 환자군이 많았다”며 “VELOS-2에서 VELOS-3 환자군과 비슷한 중증 환자에 대한 셔머테스트 분석을 했다”고 말했다.

VELOS-2의 서브그룹 분석 결과, 셔머테스트 10mm 이상의 개선을 보인 환자 반응률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환자의 베이스라인 대비 셔머테스트에서는 통계적(p<0.05)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회사 측은 “VELOS-2 전체 환자군의 10% 내외 정도의 서브그룹 분석이 진행됐다”며 “워낙 N수가 작다 보니 셔머테스트 10mm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VELOS-2 서브그룹에서 베이스라인 대비 셔머테스트 통계를 확보했다는 건 세 번째 임상 3상인 VELOS-4를 가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HL036는 중국 임상 2상에서 베이스라인 대비 셔머테스트의 통계 확보에 실패한 바 있다. HL036의 중국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하버바이오메드가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는 위약군과 투약군의 베이스라인 대비 셔머테스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한올바이오파마는 환자의 연령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임상 3은 대부분의 환자가 60대 이상이었고, 하버바이오메드의 중국 임상 2상은 평균 연령이 40세 정도였다”며 “60대 이상 환자들은 여러 약을 써본 경험이 있는 반면 40대의 환자들은 다른 약을 써본 적이 없던 이들이 많다보니 데이터 차이가 났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5월 24일 16시 24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