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한방병원 "생기능검사 2시간 전 음주·카페인 복용 삼가야"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의 진찰·진단 과정은 한의사 개인의 주관적 평가에만 의존한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도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생기능의학 검사 도구'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었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교수(한방검사실장)는 22일 "한방검사실은 한의학의 한 분야인 '생기능의학검사'를 담당한다"며 "자율신경검사, 맥전도검사, 경피온열검사를 통해 과학적이고 통합적인 진료를 진행한다"고 했다.

자율신경검사 중 '수양명경경락기능검사(심박변이도검사)'는 사지말단에서 심장박동을 측정해 심박 변이도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자율신경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다. 심박변이도는 일반적으로 연속적으로 심박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신경은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줘 인체 내외부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기능을 한다. 심장은 여러 신체조건 변화와 주위 환경에 대응해 규칙적으로 박동한다. 이런 심장박동의 조절에 자율신경계가 관여한다. 수양명경경락기능검사엔 20분 정도 걸린다. 일정 기간 안정을 취한 뒤 전극을 사지 말단에 부착하고 5분간 심장박동을 측정해 심박변이도 지표(parameter)를 계산한다.

권 교수는 "신체나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능력이 좋을수록 심박 변이도는 크게 측정되고 대응능력이 저하될수록 심박변이도도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며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기능 및 균형 정도, 육체적 스트레스나 정신적 스트레스, 신체 내·외부 환경에 대한 인체의 적응 정도,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 등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자율신경검사 중 '양도락'은 피부통전저항이 작은 양도점에서 전류량을 측정하는 검사다. 양도락은 양도점을 연결해 만든 가상의 선이다. 양도점은 인체에서 전기가 잘 흐르는 점을 의미한다. 인체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피부의 통전저항에 반비례해 전류량이 나타난다.

양도점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피부 통전저항은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담당하는 기능이다. 양도락 검사 결과는 교감신경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장기의 변화가 체표 신경 상에 반영되기 때문에 변화를 파악하면 내장기관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가정에 따라 진행한다.

권 교수는 "양도락은 신체에 좌우 총 24개가 분포하고 있다"며 "주로 좌우 손목과 발목관절에 위치한 경혈점(양도점)에서 전류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교감신경의 기능과 균형을 평가한다"고 했다.

맥전도검사(맥진검사)는 기존에 한의사의 주관적 감각에만 의존하던 진맥을 표준화한 것이다. 요골동맥의 맥파를 측정하는 센서를 활용해 객관적으로 재현하면서 맥의 높낮이, 굵기, 길이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검사시스템이다. 맥진을 통해 체내 에너지(기혈)의 부족 여부, 노폐물(담음, 어혈)의 과잉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한의사가 진맥 시 참고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검사다.

경피온열검사(적외선체열검사)는 체표에서 나오는 적외선 신호를 통해 체표온도 분포를 산출해 화상으로 구성해 주는 검사다. 건강한 인체의 좌우 피부온도는 균형을 이룬다. 얼굴, 손바닥, 발등의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거나 통증, 마비, 다한증 등의 문제가 있으면 피부온도분포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권 교수는 "적외선체열검사는 피부온도를 측정해 수족냉증, 두통, 관절 통증, 마비 등 다양한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검사 전 약 2시간 동안 피부온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침·뜸 등의 시술, 흡연, 음주, 복약, 카페인음료 복용을 삼가야 한다"며 "정확한 검사결과를 위해 측정부위 피부를 일정시간 노출해 검사실 온도에 적응시킨 후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