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서 자신들의 장기를 살리고 있다. 업체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접목해 참신한 친환경·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미와 유익함 모두를 살려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환경 활동 맞춰 게임 직업 소개

엔씨소프트가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친환경 실천 테스트’.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친환경 실천 테스트’. 엔씨소프트 제공
21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오는 26일까지 직원 참여형 환경 캠페인인 ‘엔씨 그린 플레이’를 진행한다. 이 회사는 이번 행사를 위해 회사 내 6곳에 ‘그린 플레이’ 구역을 설치했다. 투명 페트병 모으기, 잔반 줄이기, 계단 이용하기 등 일상에서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활동을 독려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이들 구역을 채웠다.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인 역할수행게임(RPG)을 가미한 ESG 콘텐츠가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행사에서 직원들이 자신의 친환경 활동 유형을 파악할 수 있게 한 ‘그린플레이 성향 검사’ 서비스를 선보였다. 군주, 기사, 마법사, 엘프 등 게임 속 네 가지 직업으로 검사 결과를 제공한다. 대중교통을 애용하면 말을 즐겨 타는 기사가, 인쇄물을 아껴 쓰면 나무를 사랑하는 엘프가 되는 식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각 직업 성향에 맞는 환경 보호 활동이 무엇인지도 답변으로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을 쉽게 즐기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콘텐츠도 지원하고 있다. 게임은 아니지만 재밌는 이야기가 담긴 점자 동화책을 통해서다. 엔씨소프트 직원 140여 명은 지난달 점자 동화책 5종 80권을 손수 제작했다. 이달 성남 공공도서관 등 7곳에 점자 동화책을 기부하기로 했다.

소외 지역에 ‘VR 게임 버스’ 보내

넥슨도 사회공헌 활동에 즐길 거리를 가미했다. 이 게임사는 자체 비영리 재단인 넥슨재단을 통해 벽돌쌓기 게임을 접목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교육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 전남 지역 초등학생 1만 명이 이 교육 프로그램 혜택을 받았다. 넥슨재단은 지난 11일 제주교육청과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내년까지 제주 내 아동 8000명에게 이 프로그램과 함께 벽돌쌓기 놀이 세트를 공급하기로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문화 접근성이 낮은 아동들이 다양한 게임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활동인 ‘찾아가는 프랜즈게임 랜드’를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등장하는 4차원 가상현실(VR) 게임, 점자블록 게임 등을 실은 버스가 아동 보육시설에 찾아가는 방식이다. 지난달엔 서울 세브란스 재활병원 내 환아 50여 명이 이 활동을 체험했다. 넷마블도 ‘찾아가는 게임소통학교’ 캠페인을 통해 학부모에게 게임을 통해 자녀들과 소통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2021년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난해 넷마블이 게임업계 최초로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면서 상장 게임사마다 차별화한 ESG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며 “게임 요소를 가미해 ESG 활동을 전개하는 게 업계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