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요금제가 좋을까.’평소 월 데이터 사용량이 30~120GB인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 이용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신 3사가 5G 중간 요금제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선택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소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을 고려해 요금제를 바꾸면 1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더 촘촘해진 허리 구간8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가 최근 공개한 5G 중간요금제(온라인·청년·시니어 제외)는 11종이다. SK텔레콤 4종, KT 3종, LG유플러스 4종 등이다. 데이터 사용량 50~90GB 구간 허리를 보강한 게 공통점이다.통신사마다 세부 내용은 차이가 제법 있다. 가장 먼저 새 요금제를 발표한 것은 SK텔레콤이지만 요금제 출시는 LG유플러스가 빨랐다.LG유플러스는 지난달 12일부터 신규 요금제 가입을 개시했다. LG유플러스의 5G 중간요금제는 △50GB(6만3000원) △80GB(6만6000원) △95GB(6만8000원) △125GB(7만원) 등이다.SK텔레콤은 지난 1일 신규 요금제를 내놨다. SK텔레콤은 △37GB(6만2000원) △54GB(6만4000원) △74GB(6만6000원) △99GB(6만8000원)를 신설했다. KT는 다음달 2일부터 △50GB(6만3000원) △70GB(6만5000원) △90GB(6만7000원)로 구성한 신규 요금제를 운영한다.○데이터 단가·소진 후 속도 ‘관건’이용자의 최대 관심사는 데이터 단가로 꼽힌다. 데이터 소진 후 속도제어(QoS)나 테더링, 공유 데이터 등 기타 옵션을 제외하고 이용 요금과 제공 데이터만 비교하면, GB당 단가가 가장 낮은 요금제는 LG유플러스의 7만원짜리 ‘5G 스탠더드 레귤러’다. 이 요금제는 GB당 560원 수준이다.SK텔레콤의 6만2000원짜리 요금제는 GB당 1675원으로 데이터 단가가 가장 높다. 데이터 단가 공동 2위는 KT와 LG유플러스의 6만3000원짜리 요금제다. 이들 요금제는 데이터 단가가 1GB당 1260원이다.데이터를 모두 소진한 뒤 추가 데이터 이용 속도도 요금제 선택에서 눈여겨볼 요소다. 통신 3사는 기본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는 경우 속도를 제어한 추가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 예컨대 50GB 요금제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량이 50GB를 넘어가면 그 이후부터는 종전보다 느린 속도로 이용할 수 있다.이때 SK텔레콤과 KT는 중간요금제 모든 구간에 대해 데이터 소진 시 속도가 1Mbps로 떨어진다. LG유플러스는 중간요금제 4종 중 2종(6만8000원, 7만원)의 QoS를 3~5Mbps, 나머지는 1Mbps로 설정했다. 3Mbps 이상은 HD급 영상물 시청에 무리가 없는 속도로 알려졌다.○5G 가입자 더 늘어날까업계에선 이번 요금제 신설로 5G 요금제 가입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5G 가입자 3000만 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모양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월 5G 가입자는 2913만731명으로 전월보다 58만1000여 명 증가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23 시리즈 출시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기간 LTE 가입자는 전월보다 6만여 명 줄어든 4596만6952명을 기록했다.일각에선 5G 요금제 가짓수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복잡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분은 연내 해결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과기정통부가 가입자의 데이터 이용 행태 등을 분석해 합리적인 요금제를 추천해주는 일명 ‘최적 요금제’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용자가 통신요금에 대해 더 잘 알고,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양한 요금제 중 개인 특성에 맞는 요금제를 추천해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통신사들이 ‘5세대(5G) 이동통신 특화망’(이음 5G) 시장에서 기업 간 거래(B2B)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통신 3사는 5G 특화망 기간통신사업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기업의 통신망 최적화를 돕는 솔루션 비즈니스는 벌일 수 있다. ‘5G 특화망 중개자’ 등장3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5G 특화망을 설치하려는 기업 대상으로 B2B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일찌감치 대응조직을 꾸려 구체적인 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관련 사업 가능성을 살펴보며 사업화를 검토하고 있다.5G 특화망 서비스는 스마트팩토리 등 초고속 통신망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 쓰인다. 기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공용 5G보다 빠르고 안정적이다. 통신 3사는 5G 특화망 기간통신사업자가 될 수 없다. 정부가 독과점 방지 등을 이유로 통신 3사가 특화망 기간통신사업자로 참여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은 주파수 이용 계획서를 제출하고 정부의 심사를 거치면 허가받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네이버클라우드와 LG CNS,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전자, 삼성SDS도 기간통신사업을 준비 중이다.통신 3사는 이런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오랫동안 기간통신사업자로 전문성을 쌓은 점을 활용해 네트워크 최적화 설계, 관제 시스템 보급 등에 나서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LG CNS, 메가존 등이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클라우드(GCP) 등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의 클라우드를 기업에 깔고 컨설팅하면서 수익을 챙기는 것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LG CNS는 클라우드 중계자 역할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연간 1조원을 넘는다. KT, 관제 시스템 자체 개발이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KT는 두 가지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5G 특화망을 자가망으로 구축하기를 원하는 곳을 대상으로 설계·구축·운영 유지보수를 지원하는 게 첫 번째다. 또 다른 축은 LG전자처럼 사업자로 뛰어드는 기업에 네트워크 장비, 단말, 관제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KT는 최근 인공지능(AI)이 실시간 이상 현상을 탐지할 수 있는 ‘이음 5G 지능형 관제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5G 특화망 장비 시험과 단말 연동, 망 시범 운영 및 점검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서비스도 내놨다.이일범 KT 기업무선플랫폼사업담당 상무는 “5G 특화망은 제조업이 강한 독일, 일본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여서 제조업이 많은 국내에서도 사업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스마트팩토리, 물류창고 등에서 관련 사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시장조사업체 에이비아이리서치는 세계 5G 특화망 시장 규모가 지난해 16억달러에서 2030년 65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자율주행 등 5G 기반 산업 및 차세대 서비스에서 수요가 커지는 분위기다.글로벌 기업 중에도 5G 특화망 사업에 뛰어든 곳이 많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와 글로벌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 등이 최근 5G 특화망 면허를 받았다. 이 두 회사는 스마트팩토리를 위해 생산기지 인근 지역 등에 5G망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국내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80억원을 투입하는 등 5G 특화망 구축을 독려하고 있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통신요금 인하 이슈를 둘러싼 정부와 통신사 간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정부는 통신사를 국가 인프라로 수익을 내는 업체로 보고 있다. ‘민생 안정’을 위해서라면 요금이나 서비스 제공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여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세 차례에 걸쳐 통신요금 인하를 주문하게 된 배경이다. 통신 3사는 “해도 너무 한다”는 입장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 최저가격을 정부가 정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를 벗어난 것이란 항변이다. ‘계획 없던’ 요금 조정에 울상23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연내 3만원 후반대 5G 요금제 출시를 검토 중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공개적으로 “5G 요금제는 기본적으로 시작하는 가격이 높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통신 3사가 최근 내놓은 중간요금제만으로는 통신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박 차관은 “아무리 요금제 간격을 촘촘히 만들어도 부담스러운 것은 여전하다”고 했다.통신 3사는 올해 하반기 경영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는 요금제가 계속 바뀌고 있어서다. 이달 5G 중간요금제 신규 구간을 추가 신설한 것도 ‘계획에 없던’ 일이다. 박 차관의 요청으로 5G 요금제 하한액까지 조정하면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여기서 끝이 아니다. 박 차관이 로밍 요금제까지 언급해서다. 그는 “1주일이나 열흘간 해외에 갔다고 십몇만원을 내야 하는 것은 과해 보인다”며 “로밍 데이터 요금 문제도 검토하고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생 안정” vs “시장 개입”정부는 통신 3사에 요금 인하 협조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필수재인 통신 요금이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깨뜨리겠다는 의도도 있다.정부가 통신사를 민생 안정을 위한 지렛대로 삼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선 ‘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했고, 노인·저소득층 통신요금 감면액을 월 1만500원에서 2만1500원으로 높였다. 박근혜 정부 땐 ‘선택약정 할인율’을 12%에서 20%로 올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이동전화 가입비를 20% 이상 인하하고, 발신자정보표시 서비스를 전면 무료화했다.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정부가 스마트폰이나 냉장고, 세탁기 가격을 깎으려고 들진 않는다”며 “통신요금은 통신사에는 일종의 상품인데 그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공정한 시장 경쟁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리스크 반복…주가도 뚝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최근 주가가 계속 하락세다. 투자자들이 통신업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의 지난 21일 종가는 4만8600원으로 1년 전(6만2000원)보다 21.6%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주가가 5만원대로 올라선 적이 없다. KT도 21일 3만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년 전(3만6350원)보다 15.8% 낮은 수준이다. LG유플러스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만4650원에서 1만1150원으로 23.9% 하락했다.일각에선 통신사가 새로운 ‘캐시카우’를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은 필수재 성격으로 규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가입자에게 사용료를 받는 통신사업 외에 다른 사업이 필요하다”고 했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