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넷플릭스에 치이던 IPTV '역대급 정체기' [정지은의 산업노트]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반기 대비 가입자 증가율이 처음으로 1%도 못 넘기면서 ‘역대급 정체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새 수익처를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저성장 산업된 유료방송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IPTV·종합유선방송(SO)·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24만8397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0.67% 증가한 수준이다. 직전 반기 대비 유료방송 가입자 수 증가율이 0%대에 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 가입자 증가폭과 비교해도 절반에 불과하다.

유료방송 업계는 ‘올 것이 왔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IPTV를 비롯 유료방송 시장 전반이 성숙기에 진입한 게 지표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더 이상 신규 가입 수요를 찾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IPTV 관계자는 “유료방송은 통상 결혼·이사가 활발해야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는 구조”라며 “혼인 감소 추세에 부동산 시장 거래까지 주춤해지면서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것이 왔다"…넷플릭스에 치이던 IPTV '역대급 정체기' [정지은의 산업노트]
아예 유료방송을 보지 않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는 1인 가구 사례도 부쩍 늘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미국 등 해외에선 OTT를 이용하면서 기존 IPTV, 케이블TV를 해지하는 ‘코드 커팅’ 현상이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아직 코드 커팅 수준은 아니지만 ‘‘TV가 있으면 IPTV를 가입한다’는 고정관념이 흐려지는 추세다. 이 밖에 IPTV로 즐길 만한 ‘대작 온라인동영상(VOD)’이 감소한 영향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돌파구 찾고…마케팅 경쟁도

유료방송 업계는 가입자를 유치해 먹고 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광고 사업인 ‘어드레서블 TV 광고’가 대표적이다.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셋톱박스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기법이다. 같은 시간에 동일 채널을 틀어도 가구마다 다른 광고를 노출하는 형태다. 예컨대 평소 아동프로그램 시청이 많은 가구엔 학습지 브랜드, 장난감 광고 등을 내보내는 식이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는 2021년 8월 어드레서블 TV 광고 통합 플랫폼을 공동 구축,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MBC, SBS 등 40여 개 채널에 어드레서블 TV 광고를 하고 있다. 이들은 모바일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광고 타기팅 정밀도를 높이고, 이용 채널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이 와중에 유료방송 업계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늘어날 전망이다. 신규 가입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기존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 위한 마케팅에 더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IPTV 시장 1위 사업자인 KT는 올해 마케팅 비용을 전년보다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가입자 수 기준)은 KT가 878만3984명(24.23%)으로 가장 높았다. SK브로드밴드(IPTV)가 641만9536명(17.71%), LG유플러스 536만2089명(14.79%)으로 2, 3위를 기록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