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이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복제약) ‘SCD411’의 본계약 체결 예상 시기를 늦췄다. 두번째 연기라 일각에서는 본계약에 부정적인 상황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삼천당제약 측은 이에 대해 “상호 계약 의지가 있기 때문에 합의 하에 ‘바인딩텀시트(Binding Term Sheet)’의 유효기간을 늘린 것”이라며 “계약 파기가 아닌 만큼 전혀 부정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바인딩텀시트는 본계약 체결 전 구속력 있는 계약 합의를 말한다. 삼천당제약에 따르면 바인딩텀시트 이후 상대방이 특별한 이유 없이 본계약을 맺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바인딩텀시트에 의해 SCD114에 대한 다른 기업과의 접촉도 제한되므로, 삼천당제약은 이에 대한 기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4일 장 마감 후 SCD411의 바인딩텀시트에 대한 정정 공시를 냈다.

작년 11월 28일 삼천당제약은 비공개 계약 상대방과 SCD411의 유럽 15개국 독점 판매권에 대한 바인딩텀시트를 맺었다고 최초 공시했다. 당시 본계약 체결 예상 시기는 2023년 2월이었다.

작년 2월 삼천당제약은 본계약 체결 예상 시기를 임상최종결과보고서(CSR) 수령일로부터 45일 이내로 변경했다. 변경 공시에서 삼천당제약은 CSR 수령 지연으로 인해 계약 체결 예상 시점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후 삼천당제약은 지난 3월 23일에 SCD411의 바이알 제형으로 진행한 임상 3상 CSR을 수령했다.

이달 4일 공시에서는 본계약 체결 예상 시기가 다시 오는 7월 3일로 연기됐다. CSR 수령 45일 후인 5월 7일을 앞두고 유효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삼천당제약에 따르면 SCD411의 사전충전제형(PFS) 제조시설에 대한 계약 상대방의 현장 실사(Site Due Diligence)가 필요하다고 했다. 계약 상대방은 대만에 위치한 위탁생산(CMO) 설비가 유럽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EU-GMP) 규격에 적합한지, 표준업무절차(Standard Operation Procedure, SOP)에 의해 PFS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계약 상대방이 기존에 실사를 마친 유리병(바이알) 제형 외에도 PFS제형에 대한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상호 합의해 바인딩텀시트의 유효기간을 연장했다”며 “지난 4월 20일에 바이알과 PFS 간의 동등성 입증 자료를 상대방에게 보냈으며, PFS 제조에 대한 현장 실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시에서 파트너사의 본계약 이행 의무는 제품, 공급자 및 공급망에 대한 실사가 만족스러운 경우에 한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실사의 만족 여부는 파트너사의 단독 결정에 의한 판단이라는 내용도 추가됐다.

삼천당제약에 따르면 바인딩텀시트 기간을 연장하며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 아니라, 최초 바인딩텀시트 체결 시 있던 내용이며 한국거래소의 의견에 따라 이번 공시에서 공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는 제조 현장 실사 결과가 표준 공정에서 벗어나는 등 삼천당제약의 명백한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며, 대부분의 계약에서 일반적으로 따라붙는 조건”이라며 “동등성 입증에 관한 자료는 기존에 계약된 일본 및 북미 지역 협력사와도 공유됐으며 문제없이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해 계약이 불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1000만유로(약 146억원) 및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4000만유로(약 584억원)로 구체화됐다. 기존 총 5000만유로(약 730억원)에서 계약금과 마일스톤 각각의 금액이 공개됐다.

기술사용료(로열티)는 당초 조건에서 변경되지 않았다. 삼천당제약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 후 10년 간 유럽 15개국 판매로 발생하는 순매출의 50%를 로열티로 받는다. 로열티 정산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양사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오는 7월 3일까지 논의할 계획이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