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V 백신 시대 열렸다…美 FDA, GSK 아렉스비 시판허가
차세대 블록버스터 백신 후보로 꼽히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시대가 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RSV 백신 아렉스비를 시판허가 하면서다. GSK와 함께 화이자 모더나 등이 해당 백신 출시 경쟁을 펴고 있다.

美 FDA, 첫 RSV 백신 시판 허가

FDA는 3일(현지시간) 첫 RSV 백신인 GSK의 아렉스비(Arexvy)를 시판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아렉스비는 만 60세 이상 성인용으로 승인 받았다. GSK 측은 아직 구체적인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앞서 독감이나 대상포진 백신처럼 1회 투여에 60~185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피터 마크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장은 "고령층과 심·폐질환자 등은 RSV로 심각한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며 "첫 백신이 승인된 것은 공중 보건 분야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RSV 감염은 주로 가을에서 겨울에 늘어난다. 고령층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이 질환으로 만 65세 이상 성인 6만~12만명이 입원 치료를 받는다. 사망자도 6000~1만명 정도로 비교적 많다.

GSK는 아렉스비 시판 허가를 위해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절반은 아렉스비를, 절반은 가짜약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이었다. 이를 통해 이 백신이 RSV 탓에 생기는 하기도 감염 위험을 82.6% 낮춰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중증 질환 예방 효과는 94.1% 였다.

백신 개발 전환점 마련한 2013년 NIH 연구

글로벌 제약사들이 RSV 백신 개발을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영유아용 RSV 백신 개발에 집중해왔지만 초기 백신이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연구가 시들해졌다.

개발 속도가 다시 빨라진 것은 10년 전부터다. 2013년 미 국립보건원(NIH)이 RSV 백신 개발을 위한 새로운 표적을 제시하면서다. 이 연구는 RSV 백신은 물론 백신 개발에 중요한 이정표로 꼽힌다.(DOI: 10.1126/science.1234914)

NIH는 RSV의 F 단백질(융합 단백질) 구조적 모양에서 답을 찾았다. 이 단백질은 코로나19의 S 단백질(스파이크 단백질)처럼 RSV가 세포 속으로 들어갈 때 활용하는 단백질이다.

이전에도 많은 연구진들이 RSV의 F 단백질에 초점을 맞춰 백신을 개발했다. NIH는 해당 단백질이 사람 세포와 융합하기 전 모양을 표적으로 삼아 백신을 개발하면 면역 반응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람 세포와 융합하는 과정 중에 단백질 모양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전까진 불안정성 때문에 융합 전 F단백질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NIH는 융합 전 모양으로 F단백질 구조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 공개했다. 해당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으면 중화항체가가 50배 높아진다는 것도 입증했다. 이런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접근법은 이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유용하게 활용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화이자·모더나도 대기 시장규모만 100억달러

이번에 시판 허가를 받은 GSK의 백신은 이런 융합전 F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달 말께 GSK에 이어 두번째 RSV 백신 시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화이자도 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개발됐다.

이들 두 회사의 뒤를 바짝 좇고 있는 모더나와 바바리안노르딕도 융합전 F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GSK에 이어 화이자와 모더나까지 RSV 백신을 출시하면 해당 시장 규모가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선 평가했다. 화이자는 임신부로도 백신 임상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임신 중일 때 백신을 맞은 뒤 신생아 감염을 예방하는 방식이다. GSK도 비슷한 임상시험을 설계했지만 지난해 2월 안전성 문제를 고려해 임상 시험 중단 결정을 내렸다.

모더나도 올해 상반기 중 RSV 백신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바리안 노르딕은 올해 중순께 성인 대상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아스트라제네카사노피는 RSV 예방용 항체 치료제인 니르세비맙을 개발하고 있다. 미 FDA 승인은 올해 3분기께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은 아니지만 신생아와 영유아용으로 개발되는 제품군 중엔 가장 빠른 속도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5월 4일 16시 45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