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팩토가 최근 발표한 전이성 대장암 임상 중간결과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백토서팁’ 병용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전체생존기간(OS)과 객관적반응률(ORR)이 표준치료법 대비 크게 개선됐지만 또 다른 효능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은 그에 못 미치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서다.

메드팩토는 지난 26일 TGF-β저해제 백토서팁과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임상 1b/2a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두 차례에 걸친 전신요법이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3차 요법 가능성을 보기 위한 임상이었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키트루다 같은 면역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비 현미부수체 불안정형(MSI-H) 대장암 환자들이 대다수였다. 이번 임상은 국내 상위권 대형병원 1곳에서 진행됐다.

메드팩토가 가장 힘주어 발표한 부분은 OS였다. 공시를 보면 200㎎ 1일 2회 투약군에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9.89개월이었으며, 300㎎ 1일 2회 투약군에선 17.35개월로 증가했다. 투약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mOS도 함께 증가해 백토서팁 병용요법의 효능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고용량의 경우, 표준치료법인 ‘스티바가’(레고라페닙)와 ‘론서프’(트리플루리딘/티피라실) 각각의 mOS 6.4개월과 7.1개월 대비 10개월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약이 듣는(종양 크기가 20% 이상 줄어든) 환자의 비율인 ORR도 표준치료법과 비교해 우위를 보였다. ORR은 300㎎ 1일 2회 투약군에서 18.2%, 200㎎ 1일 2회 투약군에서 10.5%였다. ORR이 스티바가는 1%, 론서프는 1.6%에 그친다. 이는 백토서팁 병용요법에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ORR은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 메드팩토가 보고한 평가지표 중 유일한 효능지표이기도 하다(OS나 PFS는 사전에 해당 임상의 평가지표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톱라인의 쟁점은 PFS였다. PFS는 환자가 사망하거나 암이 다시 진행하기 전까지의 기간이다. 약의 효능이 유지되는 기간과도 관계가 깊다. OS가 주요 평가지표로 쓰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들어 PFS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백토서팁 300㎎ 1일 2회 투여군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22개월이었다. 이보다 적은 용량인 200㎎ 1일 2회 투여군은 1.31개월이었다. 적은 양을 투여한 환자군의 mPFS가 오히려 더 길게 나왔다. 한 임상 전문가는 “환자 수(59명)로 미뤄볼 때 1.22개월과 1.31개월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차이”라며 “PFS가 투약용량과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백토서팁 병용요법의 PFS가 표준치료법을 넘어서지 못한 점도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스티바가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근거가 된 임상 3상 CORRECT를 보면, PFS가 1.9개월이었다. 승인 이후 의료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리얼월드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선 PFS가 2.2~3.5개월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백토서팁 병용요법의 경우 암이 일단 진행된 후 사망까지 상당한 기간이 있었다”며 “재발 후 환자들이 받은 후속 치료가 생존기간을 늘리는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드팩토 측은 (타 치료제 대비) 암이 다시 진행하기까지 기간이 짧게 나타나는 건 TGF-β 저해제 기전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암이 진행될 수는 있지만) 종양미세환경을 개선해 병용하는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높일 수 있고 암의 전이를 저해해 환자의 생존 기간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종양내 면역세포가 침윤(침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종양 크기가 증가하는 유사 진행(Pseudo Progression)도 PFS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내 바이오업계 전문가 또한 “일단 암이 다시 진행해 PFS값이 짧게 나오더라도 병용요법의 효능으로 암의 진행이 느려져 OS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TGF-β를 저해하는 기전이 PFS 지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일라이 릴리가 TGF-β 저해제 후보물질 ‘갈루니서팁’의 전립선암 환자 대상 임상 2상에서 PFS를 효능 평가를 위한 단독 1차 평가지표로 썼다”며 “TGF-β 저해 기전이 PFS를 평가하는 데 불리하다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1차 평가지표는 허가기관이 인정하는 기준이어야 하고, 주로 임상 2상에선 사전 연구 결과로 미뤄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되는 항목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메드팩토는 이번 임상의 상세 결과를 올 하반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중간결과에선 구분 짓지 않은 현미부수체 불안정형(MSI-H)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의 예후도 따로 나눠서 공개할 예정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임상에는 MSI-H 유형 환자들이 2명 포함됐다. 세부적인 안전성 데이터도 공개하기로 했다. 메드팩토는 승인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수요가 큰 비 MSI-H 전이성 대장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PFS 논란에도 불구하고 OS 등 주요 지표가 크게 개선된 만큼 이번 임상의 의미가 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비록 PFS가 낮게 나오긴 했지만 ORR 결과가 좋고, 무엇보다 FDA가 항암 신약을 승인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두는 OS가 크게 늘어났다”며 “이 정도면 임상 3상을 진행해볼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4월 28일 9시 26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