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흔드는 '바이오 개미'…파나진 이사회 장악
신약 개발 성과 부진과 주가 하락에 뿔난 바이오벤처 소액주주들이 경영권을 흔들고 있다. 소액주주연대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는가 하면 최고경영자(CEO)가 주주 압박에 자진 사퇴하는 사례도 나왔다. 주가 부진에 자금난까지 더해져 생사기로에 서 있는 ‘K바이오’에 소액주주 입김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1일 열린 유전자 진단업체 파나진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연대가 추천한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소액주주 측이 내세운 감사 1명도 추가로 선임됐다. 기존 소액주주 측 사외이사 1명을 포함하면 전체 이사회 구성원 7명 가운데 4명이 소액주주가 내세운 인물로 채워졌다. 소액주주연대가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파나진 관계자는 “주주들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소액주주연대의 파나진 이사회 장악은 이미 예견됐다. 소액주주연대는 창업자인 김성기 대표(12.9%)보다 많은 약 15%의 지분을 끌어모으며 경영진 교체를 예고했다. 김 대표가 회사의 핵심 기술을 부인이 세운 회사에 넘기는 등 배임 행위를 했다는 게 소액주주연대의 주장이다. 회사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보유한 툴젠의 김영호 대표는 소액주주 압박에 이날 주총에서 전격 사임 의사를 밝혔다. 툴젠 소액주주는 연구개발(R&D) 총괄인 김 대표가 지난 3년 임기 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재선임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업계 관계자는 “표 대결에 부담을 느낀 김 대표가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안건도 소액주주 반대에 부결됐다. 툴젠 최대주주인 제넥신 지분율은 14.2%로, 경영권 공격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약 개발사 셀리버리의 조대웅 대표는 이날 주총 시작 전 단상에 올라 주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성장성 특례 1호’ 상장사인 셀리버리는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의견 거절 통보를 받으며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됐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성공 기대에 투자자가 몰렸지만 기술 수출에 성공하지 못한데다 화장품 등 부대사업에 대규모 투자한 후폭풍이 컸다. 조 대표는 “사재를 출연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셀리버리 주총에는 250여 명의 주주가 주총장을 가득 채웠다. 주주 간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주주들은 “기술수출이 임박한 것처럼 속였다”며 조 대표를 성토했다. 조 대표는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재영/김유림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