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냐 증권이냐…CFTC vs SEC, 가상자산 두고 힘겨루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지난 27일(현지시간)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창펑자오(CZ) 최고경영자(CEO)를 상품거래법(CEA) 위반 등을 혐의로 제소했다.

CFTC는 제소장을 통해 "바이낸스는 등록되지 않은 선물, 옵션, 스왑 및 레버리지 소매 상품(Commodity) 거래를 제공했고 창펑 자오 CEO가 이를 사주하고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라이트코인(LTC)과 테더(USDT), 바이낸스USD(BUSD) 등 총 2종의 스테이블코인은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28일 로스틴 베넘(Rostin Behnam) CFTC 위원장은 하원 예산 청문회에서도 "이더리움은 상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CFTC의 이같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전방위적으로 가상자산 시장 규제에 나서고 있는 SEC를 제치고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할권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앞서 SEC는 크라켄의 스테이킹 서비스, 바이낸스의 스테이블코인 '바이낸스USD(BUSD)' 등을 증권이라 규정짓고 증권법 위반 혐의를 씌웠다. 같은 혐의로 저스틴 선 트론 창립자를 제소하고 코인베이스에는 웰스노티스(Wells Notice·개인 및 기업에 해명을 요구하는 사전 통지서)를 통지하기도 했다.

엘리너 테렛(Eleanor Terrett) 폭스 비즈니스 수석기자는 CFTC의 소식통을 인용해 "CFTC의 바이낸스 제소는 가상자산 규제가 상품 문제라는 것을 SEC에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로펌 아이스 밀러(Ice Miller)의 얀쿤 구오(Yankun Guo) 파트너는 "동일한 토큰에 여러 기관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토큰이 증권이라는 SEC의 주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이 상품과 증권 가운데 어떤 것으로 정의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에 따라 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규제 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이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취급되고 규제될 경우 시장에 좀 더 유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산하 빗썸경제연구소는 작년 보고서를 통해 "CFTC가 관할권을 갖게 되면 SEC보다 시장 친화적 시각을 반영한 규제가 도입되고 가상자산 산업 혁신에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증권에 대한 규제가 상품보다 더 복잡하고 엄격하다"라며 "SEC의 직원 수는 2022년 기준 4807명으로 CFTC의 677명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를 감시와 규제 강도 차이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 금융위원회에서 상품과 증권을 모두 관할하기 때문에 차이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증권과 상장 거래소가 거래에 필요한 기본정보를 공시하는 파생상품에는 규제 강도의 차이가 명백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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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