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오픈AI가 내놓은 대화형 생성 AI 서비스 챗GPT는 인터넷 이후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평가와 함께 출시 2개월 만에 이용자 1억 명을 넘어섰다. 생성 AI의 잠재력이 확인되면서 올해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언어,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빅테크다.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도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 중이지만 기술 수준과 속도에서 빅테크에 밀리는 모습이다.

AI 플랫폼으로 진화한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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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초거대 AI의 일종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 GPT-4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모델은 요약과 창작 능력이 뛰어나지만 틀린 팩트를 제시하거나 숫자 계산을 잘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오픈AI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GPT 플러그인’을 공개했다. 복잡한 수식 계산이 필요하다면 연산 엔진인 ‘울프람 알파’를 불러와서 해결하는 식이다. GPT 플러그인은 다양한 AI를 연결할 수 있는 ‘앱 장터’와 같은 개념이다. 플러그인을 통해 생성 AI가 ‘서비스’에서 ‘플랫폼’으로 진화한 셈이다.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도 강력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클라우드상에서 오픈AI의 GPT-4, 달리(이미지), 코덱스(코딩) 등 생성 AI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등에서 쓸 수 있는 AI 비서 코파일럿도 공개했다. 워드 파일의 내용을 요약해 수초 만에 PPT를 만드는 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구글은 최근 AI 챗봇 바드를 일부 영어권 국가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오픈AI와 비교하면 다소 늦었지만, 초거대 AI의 핵심 알고리즘인 트랜스포머를 개발하는 등 AI 기술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진 만큼 구글이 언제든 선두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속도전 뒤처지는 한국 기업들

초거대 AI는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해 개발이 쉽지 않다. 자체 초거대 AI를 보유한 기업이 많지 않은 배경이다. 국내 기업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더 많다. 영어권 국가 기업이 아닌 데다 데이터 수집과 관련한 규제도 다양하다. 인프라를 갖췄다 해도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질 측면에서 빅테크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2021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했다. 네이버 서비스에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하는 한편 일부 기업에 하이퍼클로바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이 자체 AI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하이퍼클로바X는 아직 준비 단계다.

카카오는 언어 모델인 KoGPT와 이미지 모델 RQ-트랜스포머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내에서 쓸 수 있는 AI 챗봇 다다음(ddmm)의 베타버전을 내놨지만 하루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완성도를 자신할 수 없다는 얘기다. SK텔레콤과 KT, LG그룹 등도 자체 초거대 AI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는 나오지 않았다.

국내 업체들은 한국어 데이터에 강점을 지닌 만큼 국내에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서비스를 발판 삼아 유럽, 동남아 등 비영어권 국가로 진출할 계획을 세운 업체도 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GPT-4는 이전 모델인 GPT-3.5 대비 한국어 실력이 대폭 향상됐다. 한국어 능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기 쉽지 않을 수 있다.

AI 플랫폼이 자리 잡기 위해선 기술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업체의 서비스, 이용자가 필요하다. 빅테크가 주요 플랫폼 위치를 선점할 경우 능력 있는 개발자들이 이들의 생태계로 몰리는 상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