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폼 크리에이터 ‘원정맨’(오른쪽)과 ‘케지민’은 “영상 콘텐츠의 흐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며 “화면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
쇼트폼 크리에이터 ‘원정맨’(오른쪽)과 ‘케지민’은 “영상 콘텐츠의 흐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며 “화면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
“유튜브는 느려요. 쇼트폼(1분 이하 짧은 동영상)의 트렌드 유통기한은 딱 24시간입니다.”

원정맨(본명 서원정)은 5440만 팔로어를 보유한 ‘틱토커(틱톡 크리에이터)’다. 국내 1위 BTS(5850만 명) 다음이다. 10·20세대 쇼트폼 사용자 중에선 그의 ‘이어찍기(인기 영상을 패러디해 원본에 붙이는 기법)’를 모르는 이가 드물다. 동남아시아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케지민(본명 박지민)은 노래와 춤 영상으로 1020만 팔로어를 모았다. 두 크리에이터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성 기업이 잘 파악하지 못하는 쇼트폼 세상만의 영상 제작법이 존재한다”며 “20초 내외 영상도 1초 단위로 연출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틱톡은 지난해 1분기 세계 SNS 중 월평균 사용 시간 1위(23.6시간)에 올랐다. 틱톡 콘텐츠는 국경이 없다. 두 크리에이터의 구독자는 80%가 외국인이다. 국가 분포 상위 10개국엔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이집트 이라크 등이 있다. 원정맨은 “말없이 행동으로 영상을 표현해 글로벌 진출이 쉬웠다”고 했다. 케지민은 반대로 각국 언어를 외운다. 그는 “아랍어나 인도네시아어 노래는 3시간씩 연습한다”며 “외국인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영상이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것과 같은 원리”라고 했다.

원정맨은 1996년생, 케지민은 2001년생이다. 모두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에 속한다. 3년 전까진 취업준비생이었다.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려고 쇼트폼에 입문했다. 원정맨은 초창기부터 해외 인기 영상을 행동 중심으로 패러디했다. 케지민은 ‘다작’한다. 하루에 영상을 6~7개 올릴 때도 있다.

기업 협업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쇼트폼 e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1년 40조원을 넘어섰다. 비자(VISA) 네이버 하나카드 이니스프리 넷플릭스 등 각 분야 업체들이 두 크리에이터를 찾아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했다. 원정맨은 이달 초 열흘간 미국 마이애미에 다녀왔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보스(BOSS)’의 패션쇼에 초청돼 가수 현아, 모델 황인엽과 함께했다. 국내에서 ‘한심좌’로 유명한 쇼트폼 크리에이터 ‘카비 라메’와 현지 홍보 영상도 찍었다.

같은 기간 케지민은 말레이시아 라디오 방송사 ‘Era FM’에서 중국어 영어 말레이시아어로 진행된 4개 프로그램에 각각 참여했다. 팔로어 중 57%가 인도네시아인인 그는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서 앨범을 내고, 현지 버라이어티 쇼에서도 활동했다. 광고 협상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스타트업도 반사이익을 누렸다. 이들의 소속사인 순이엔티는 지난해 6월 시리즈A 라운드에서 80억원 규모 자금을 모았다.

케지민은 “주 사용자층인 10·20세대가 구매력을 갖출 5년 뒤는 쇼트폼 생태계의 분기점”이라며 “살아남기 위해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정맨은 “어쩌면 지금의 문법이라는 것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며 “콘텐츠 흐름은 지금 이 시각에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