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장속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 개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 개발에서 글로벌 선두주자인 영국 4D파마의 후보물질을 모두 인수하면서다.

CJ바이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승부수
CJ바이오사이언스는 4D파마의 신약 후보물질 9개를 모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7일 발표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제일제당의 제약·헬스케어 부문 자회사다. CJ그룹은 2021년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을 인수한 뒤 지난해 신규 법인 CJ바이오사이언스를 세우고 제약과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새 법인 출범 후 해외 기업과 기술 인수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4D파마 후보물질과 신약 개발 플랫폼 2개의 특허권까지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절차가 끝나면 3개 후보물질을 보유한 CJ바이오사이언스 후보물질은 12개로 늘게 된다.

4D파마는 마이크로바이옴 생균제로 먹는 항암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인수 대상엔 주요 후보물질 ‘MRx0518’도 포함됐다. 앞서 4D파마는 세계 1위 면역항암제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가 듣지 않던 암 환자에게 MRx0518을 함께 투여했더니 효과가 있었다는 초기 결과를 얻었다. 신장암, 비소세포폐암, 방광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임상 1·2상 시험을 하고 있다.

전이성 방광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인 바벤시오와 MRx0518을 함께 투여하는 임상시험도 하고 있다.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MRx0029’와 ‘MRx0005’, 천식 치료제 후보물질 ‘MRx-4DP0004’ 등도 인수 대상에 포함됐다. 2027년께 출시되면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물질이다.

이런 후보물질은 4D파마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6월 4D파마는 채무 변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기존에 보유한 이지엠 플랫폼을 활용해 인수 물질의 개발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중심으로 임상 우선순위부터 정하기로 했다. 2025년 후보물질 10건, 기술수출 2건을 달성해 ‘글로벌 1위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