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바이러스 막아온 V3…국내 최장수 상용 SW '훈장'
컴퓨터에 피해를 입히는 바이러스의 역사는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브레인 바이러스’란 이름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플로피디스켓의 부트섹터를 못 쓰게 됐다. 당시만 해도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가 거의 없던 덕분에 바이러스의 확산은 빠르지 않았다. 한국에 이 바이러스의 변종이 유입된 것은 이로부터 2년 뒤인 1988년이다.

○컴퓨터 바이러스와 함께 성장한 백신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플로피디스켓에서 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그는 제거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공개했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 붙였던 이름은 ‘백신’이다. 이듬해 유행한 LBC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2가 나왔다.

1991년 미켈란젤로 바이러스를 잡아낼 수 있는 백신3(V3)를 내놨다.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사회적 논란이 될 정도로 악명을 떨치면서 V3도 널리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이후에 나온 안티바이러스 솔루션의 브랜드가 V3로 굳어졌다.

1990년을 전후로 가정용 PC가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컴퓨터 확산과 함께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도 커졌다. 안 의원은 1995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를 설립하고 보안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회사는 2000년 안철수연구소로 이름을 바꿨고 2012년 지금의 안랩으로 다시 사명을 변경했다.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안티바이러스 솔루션을 시작으로 컨설팅, 솔루션, 관제 등 통합 보안을 제공하는 국내 대표 정보보안 업체로 발전했다.

○35년간 이어진 V3

안랩의 대표 제품인 V3는 1988년 백신 시절까지 포함해 35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국내 최장수 상용 소프트웨어로도 이름을 올렸다. 기업 설립 후 다양한 V3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PC 운영체제가 도스에서 윈도로 바뀌면서 안랩은 창립 첫해인 1995년 윈도용 백신 V3프로를 내놨다. 다음해에는 국내 최초의 윈도95용 백신 V3프로 95를 출시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여러 플랫폼으로 확산했다. 온라인 백신 서비스 ‘마이V3’(2000년)를 비롯해 당시 유행하던 개인용 디지털 단말기(PDA) 전용 백신인 ‘V3 모바일 포 팜’(2001년)과 휴대폰용 ‘V3 모바일 포 WI-TOP’(2003년)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현재 안랩이 제공하는 V3 제품은 크게 △기업 대상 제품 △개인 대상 제품 △모바일 제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업 대상 제품은 PC용 V3 인터넷 시큐리티 9.0과 V3 엔드포인트 시큐리티 9.0, V3 포 맥, V3 데스크톱 리눅스 등이 포함된다. 개인 대상 제품은 무료 PC 보안 솔루션인 V3 라이트와 유료 솔루션 V3 365 클리닉을 제공 중이다. 모바일 제품은 개인 모바일 기기 통합 보안 솔루션 V3 모바일 시큐리티와 기업용인 V3 모바일 플러스, V3 모바일 엔터프라이즈 등으로 구성됐다.

○글로벌 평가에서 인증받은 V3

안랩은 V3의 기술력 입증을 위해 AV-TEST, VB100, ICSA 랩스 등 글로벌 주요 보안제품 평가에서 꾸준히 인증받고 있다.

AV-TEST는 독일의 보안 제품 성능평가 기관으로 PC와 모바일 제품에 대해 홈 유저와 비즈니스 유저 부문을 나눠 인증 평가를 하고 있다. PC용 V3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2012년부터 51회 연속 인증을 받았고 V3 모바일 시큐리티 역시 2013년부터 61회 연속 인증을 획득했다. 올해 1월 진행된 모바일 보안 솔루션 성능 평가에선 최신 악성코드 탐지 성능을 평가하는 진단율과 제품 실행 시 스마트폰 성능에 미치는 영향도를 측정하는 성능, 오진 여부를 측정하는 사용성 등 세 가지 평가 부문 모두 만점을 기록했다.

영국의 악성코드 전문 매거진 ‘바이러스 불러틴’이 심사하는 VB100에도 2003년부터 참가해 29회 연속으로 인증받았다. 미국 ICSA 랩스가 주관하는 국제 인증 역시 2004년부터 꾸준히 참여했다. 매년 빠짐없이 평가에 참여해 ICSA 랩스로부터 ‘2021 EIST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전성학 안랩 연구소장은 “V3는 수년간 다양한 글로벌 보안 제품 평가에 참여해 우수한 성적을 이어오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안랩은 글로벌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도화되는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보안 기술력을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