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英 스플리트 인수…"글로벌 사업 확장"
카카오모빌리티가 영국 기반 스타트업 스플리트(Splyt)를 인수했다. 각국 모빌리티 서비스 연결을 지원하는 기반 기술 기업을 품고 해외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2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스플리트를 인수해 해외 직접 진출 가속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2017년 카카오에서 분사한 카카오모빌리티가 해외 기업을 사들인 첫 사례다. 양사는 인수가액과 지분율 등 인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스플리트는 앞서 소프트뱅크, 그랩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다.

스플리트는 모빌리티 분야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기업이다. 서로 관련이 없는 모빌리티 앱끼리 데이터 송수신을 연결할 수 있게 중개한다. 이를 통하면 이용자가 일일이 개별 앱을 내려받지 않아도 한 앱으로 다른 서비스를 쓸 수 있다. 베트남에서 카카오T 앱만으로 현지 앱 ‘그랩’의 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스플리트와 함께 이같은 택시 ‘로밍(연동)’ 서비스를 운영했다.

스플리트 서비스를 활용하면 특정 지역 내에서 사업을 키운 앱이 다른 지역의 별도 앱과 연계해 영향력을 키우기 쉽다. 우버, 그랩, 캐비파이, 카림, 트립닷컴, 부킹닷컴, 알리페이, 위챗, 바이낸스 등이 스플리트를 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스플리트가 파트너십을 통해 연결한 앱 서비스 이용자들은 총 150여개국에 걸쳐 20억명에 달한다. 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현지 공급자망을 어렵지않게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위챗, 알리페이, 트립닷컴 등 중국 주요 슈퍼앱이 스플리트와 협업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된 이후 중국 이용자들이 해외로 나갈 경우 스플리트가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스플리트 인수를 통해 해외 직접 진출을 늘릴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본을 비롯한 3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부는 중개 플랫폼을 통한 로밍 방식을, 일부는 현지 직접 진출 방식을 통해서다. 작년엔 괌에 카카오T 기술 인프라를 적용했다. 올초엔 라오스에 현지 전용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을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발표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이용자가 해외에서도 카카오T 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아웃바운드’ 서비스 △해외 이용자가 한국에 입국해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인바운드’ 서비스 △해외 현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직접 진출’ 등을 운영한다.

이번 인수로 스플리트는 카카오모빌리티 산하에 편입된다. 스플리트 직원 30여명은 카카오모빌리티에 합류한다. 스플리트 주요 경영진은 아예 한국으로 거처를 옮길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존 직원 수는 약 950명이다.

일각에선 특정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사업자간 ‘중립 지대’ 역할을 했던 스플리트의 성격이 바뀌면서 사업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스플리트가 카카오모빌리티 산하에 들어오면서 재무적 안정성이 강화돼 신규 파트너 유치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