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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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경기 침체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함에 따라 올해 이사진에게 지급될 보수의 최고한도를 절반가량 깎았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상 처음 8조원대 매출을 거뒀으나 영업이익이 주춤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비용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비용 효율화" 네이버, 이사진 보수한도 150억→80억 '뚝'

네이버는 22일 오전 경기 성남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제2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올해 7명의 이사진들에게 지급할 보수 최고한도를 80억원으로 정했다. 전년(150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네이버 이사 보수 총액은 2007년 150억원으로 인상된 뒤 줄곧 유지해왔다. 그간 한도를 채워 보수가 지급된 적은 없었으나, 이번에 네이버가 보수 최고액을 하향 조정한 것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긴축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간 매출 8조22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증가해 창사 이래 처음 8조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익은 1조3047억원으로 1.6% 감소했다. 영업익이 주춤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글로벌 환경과 국내 광고 환경이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기업간(B2B) 사업 통합을 통해 수익성을 확대하고, 콘텐츠 부문에서도 올해 본격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보수 한도가 실 지급률 대비 다소 높게 설정돼 있었다"며 "올해는 비용 통제 기조에 맞춰 경영진을 비롯한 임원 계약 금액을 삭감한 부분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네이버는 연봉 인상률을 낮추고 성과급을 줄이는 등 인건비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노조와 3차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평균 연봉 인상률 3.8%를 제시, 노조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 직원들은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 5.1%보다 낮은 인상률은 "사실상 연봉 삭감"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경쟁사인 카카오가 올해 연봉 인상률 6%에 노사가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삼성보다 더 딱딱한 네이버 주총"…10대 주주 지적도

주총에서는 배당금을 둘러싼 주주들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 주주는 "네이버는 대한민국 최고 기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배당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주식 시가 1000원짜리 기업도 배당금을 100~200원씩 주는데 네이버는 안 주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년간 순이익의 5%를 배당하고 순 현금 흐름의 약 30%를 전체적 주주 환원에 사용하는 원칙을 지켜왔다"면서 "물론 주가 대비 배당 규모가 적다는 의견도 있지만, 네이버와 같이 성장하는 인터넷 혁신 회사들은 대체로 배당을 거의 안 하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올해 배당을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상반기 내로 주주 환원 정책을 결정해 말씀드리겠다"고 부연했다.

"주주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10대 나이의 주주 목소리도 나왔다. 또한 "네이버 주총은 삼성전자보다도 훨씬 더 딱딱하다" "네이버 고객센터와 전화 연결이 잘되지 않는다"는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네이버는 재무제표 승인, 비상무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3개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됐다. 최 대표는 "전세계적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존 사업의 꾸준한 성장과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네이버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할 것이다. 올 한 해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