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돼지 간 이식수술 모식도
영장류 돼지 간 이식수술 모식도
국내 바이오 기업의 이종 간이식 기술력이 세계 최고로 꼽혀온 미국을 앞질렀다. 이 회사에서 돼지 간을 이식한 한 원숭이가 35일 생존했다. 이는 미국이 보유하던 29일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2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 연구진이 돼지 간 이식 수술을 한 원숭이가 35일 생존 기록을 세웠다. 미국의 이종 간 이식 최장 생존 기록인 29일을 넘어섰다.

간부전 말기 환자는 간 이식을 받아야 하지만 뇌사자에게 이식 가능한 장기를 얻기 위해선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한다. 2021년 기준 간이식 대기자는 6388명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이들의 평균 이식 대기시간은 2372일(약 6년 6개월)이다. 간 이식을 받기까지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하는 한 방법으로 이종장기 이식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 등 국내 연구진들은 이종장기를 위한 형질전환돼지의 개발, 무균양산 시스템 구축, 임상 적용가능한 프로토콜 개발 등을 통해 신장과 간 등 고형 이종장기 이식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번 연구에선 사람과 비슷한 영장류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돼지의 유전자(GGTA1, B4galNT2, CMAH 등)를 제거한 형질전환돼지의 간을 영장류에게 이식했다. 여러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이식 거부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지도 평가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술법을 확립한 것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간 이식 생존 성적을 확보했다.

연구진은 영장류를 전신마취한 뒤 간의 좌엽과 중간엽 등을 70% 절제하고, 왼쪽 부분에 돼지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30% 정도 남은 영장류의 원래 간으로는 면역반응을 관찰했다. 이 수술을 받은 영장류 13마리 중 3마리가 20일 넘게 생존했다. 기존 세계 기록인 29일을 넘긴 동물은 2마리로, 각각 35일과 29일 생존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세계 연구진은 이종이식 중 간 이식을 가장 어려운 도전과제로 생각해왔다"며 "돼지 간 이식 후 발생하는 심각한 혈액응고장애 때문인데, 이번 과제를 통해 우수한 간 이식 성적을 확보해 이종 간 이식의 임상적용 가능성과 의학적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를 함께 진행한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900마리의 영장류 수용이 가능하고, 이종이식 연구에 최적화된 제넨바이오의 민간 영장류 시험 시설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심장 신장 간 등 이종 고형장기의 유효성을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첨단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