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발사체 한빛-나노 개발에도 속도를 내려고 합니다. 내년에 국내 민간 기업 중 처음으로 상업 발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국내 첫 민간 발사체 ‘한빛-TLV’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이노스페이스의 김수종 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노스페이스는 독자 개발한 엔진 검증용 시험 발사체 한빛-TLV가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정상적으로 이륙해 비행을 마쳤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민간이 우주산업을 개척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도 민간이 우주 개척…내년부터 K로켓 상업발사

“이제 첫 발걸음 뗐다”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한 한빛-TLV는 19일 오후 2시52분(현지시간·한국시간 20일 오전 2시52분) 발사돼 106초간 엔진이 연료를 연소하고, 4분33초 동안 정상 비행 후 해상 안전 설정 구역 내 낙하했다.

김 대표는 “이제 상업 발사를 위해 첫 발걸음을 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행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엔진은 정상 작동하고 발사체의 추력 안정성도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엔진 연소 시간이 당초 목표였던 118초보다 12초 적었던 것은 현지 기후 영향”이라며 “연료를 모두 소진했기 때문에 정상 작동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빛-TLV는 위성 발사용 2단형 발사체 ‘한빛-나노’에 적용할 추력 15t 하이브리드 엔진 비행 성능 검증을 위해 개발됐다. 높이 16.3m, 지름 1m, 무게 8.4t의 1단 로켓으로 엔진 1기를 장착했다.

경쟁력은 하이브리드 엔진

한빛-TLV의 목표 고도는 80㎞였다. 김 대표는 “발사체에 실린 관성항법시스템 시스나브를 개발한 브라질 공군과 계약에 따라 고도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공개한 비행체 내부 탑재 카메라를 통해 상당히 높은 고도를 달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회적으로 목표 달성을 암시했다.

이노스페이스의 경쟁력은 하이브리드 엔진이다. 우주 발사체에 적합한 고체연료의 장점과 엔진 추력 조절이 가능한 액체연료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장치다. 김 대표는 “페어링이나 로켓 단 분리 메커니즘 등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국내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도 도움이 됐다. 그는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국방부 등의 도움으로 브라질 공군과 협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번 발사 성공으로 위성 운송에 사용할 한빛-나노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빛-나노는 중량 50㎏급 탑재체를 500㎞ 고도까지 올릴 수 있는 2단형 소형위성 발사체다. 이노스페이스는 내년에 한빛-나노를 시작으로 상업 발사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연 35회 발사 목표”

발사장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노르웨이 안도야 우주센터 등과 협의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노르웨이 발사장과 협의를 완료하고 국내에서도 민간 발사장이 확보되면 2024년에는 한국, 브라질, 노르웨이 세 곳의 발사장에서 발사 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8000억원 규모의 민간 발사장 구축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이노스페이스는 내년에 기업공개(IPO)로 투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누적 투자금 550억원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해외 경쟁 기업은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자금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6년에는 발사 횟수 35회를 달성해야 추가 투자금 없이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사장 세 곳에서 월 1회 이상 발사체를 쏘아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간 경쟁은 격화할 전망이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100여 개 스타트업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발사체 시장은 선점 기업이 독식하는 구조여서 2~3년 안에 진입 통로가 닫혀버릴 것”이라며 “소수 업체만 큰 수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