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개발한 엔진 검증용 시험 발사체 ‘한빛-TLV’가 정상 이륙에 성공했다. 발사 후 운행 과정 등 최종 평가를 통과하면 한국 민간기업 최초의 발사체 성공 사례가 된다.

이번 발사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우주항공산업이 민간 주도로 본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섯 번의 시도 끝에 우주로 날았다

韓 첫 민간 발사체 '4전 5기' 끝에 발사
이노스페이스는 한빛-TLV가 브라질 공군 알칸타라우주센터(CLA)에서 현지시간 19일 오후 2시52분(한국시간 20일 오전 2시52분)에 발사됐다고 밝혔다. 이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육안으로 봤을 때 별다른 문제 없이 발사됐다”고 말했다. 브라질 공군이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화염을 내며 이륙한 한빛-TLV가 하늘을 향해 이상 없이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이번 발사의 최종 성공 여부는 관련 데이터 분석 후 확정될 예정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엔진 비행 성능 검증과 탑재체 임무 성공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비행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빛-TLV가 성공적으로 비행하면 지구 밖 우주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는 고도 100㎞ 준궤도에 도달한 한국의 첫 번째 민간 발사체가 된다. 준궤도 비행은 발사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이다.

한빛-TLV는 위성 발사용 2단형 발사체 ‘한빛-나노’에 적용할 추력 15t 하이브리드 엔진 비행 성능 검증을 위해 개발됐다. 높이 16.3m, 지름 1m, 무게 8.4t의 1단 로켓으로 엔진 1기를 장착했다. 구조가 단순하고 세밀한 추력 조절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엔진은 우주 발사체에 적합한 고체연료의 장점과 엔진 추력 조절이 가능한 액체연료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장치다.

이번 발사에서는 브라질 항공과학기술부의 관성항법 시스템 ‘시스나브(SISNAV)’가 적용돼 비행 데이터를 확보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같은 곳에서 한빛-TLV를 발사하려 했지만 기상 악화와 동기화 오류 등 기술적 문제로 세 차례 발사 일정을 연기했다. 이번에도 한 차례 연기 끝에 총 다섯 번째 시도 만에 정상 이륙에 성공했다.

한국도 ‘뉴스페이스 시대’ 열리나

이번 발사가 최종 성공하면 한국 우주산업이 크게 도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정부 주도의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실용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우주에 보낼 수 있는 세계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하지만 민간기업은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2008년 민간 처음으로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1’이 발사에 성공하면서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

2017년 설립된 이노스페이스는 민간 방위산업체 로켓 추진 연구원 출신인 김수종 대표가 이끌고 있다. 90여 명의 직원이 하이브리드 로켓 기술을 적용한 소형위성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발사에 최종 성공하면 다음 과제는 상용 발사체를 내놓는 것이다. 최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소형 발사체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관건은 발사 성공률을 높이고 비용은 낮추는 것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180개 업체가 이 시장을 노리고 있는데 스페이스X를 포함한 상위 8개 업체에 준하는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사업성이 있다”며 “발사 성공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 승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최다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