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맥북 프로. 배성수 기자
애플 맥북 프로. 배성수 기자
가끔 동영상 편집을 하다 보면 의외의 벽에 부딪힌다. PC가 고화질 영상 작업을 버텨내지 못할 때다. 로딩 속도는 급격히 느려지고 안방은 발열 팬이 돌아가는 본체 소리로 가득 메워진다. 이럴 때면 드는 생각이다. "애플 맥북 프로를 사야 하나."

애플의 'M2 프로' 칩셋을 단 맥북 프로(14형 기준) 신제품 가격은 279만원부터 시작한다. 상위 모델은 무려 429만원부터다. 맥북 프로 라인업이 전문가를 위한 제품이라고 해도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가격이다. 그런데도 신제품을 두고 '가성비' 노트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왜일까.

최근 국내 출시된 애플 맥북 프로를 애플코리아부터 대여해 사용해 봤다. 상단에 큼지막한 애플 로고를 비롯해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전작 맥북 프로와 동일하다. 달라진 점은 제품 좌측의 HDMI 포트다. 이번에 HDMI 2.1로 업그레이드되면서 8K 60Hz와 4K 240Hz 디스플레이 출력이 가능해졌다.
애플 맥북 프로 포트 이미지.
애플 맥북 프로 포트 이미지.
이번에 써본 모델은 M2 프로 맥북 프로 제품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이다. 10코어 CPU(중앙처리장치), 16코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갖추고, 통합메모리는 16GB, 저장용량은 512GB SSD를 장착한 최저 사양 구성이다.

말이 최저 사양이지 M2 프로는 '괴물칩'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 M2 프로는 M2에 비해 2배 늘어난 400억개 이상의 트랜지스터가 탑재됐다. 트랜지스터는 컴퓨터 연산 작업을 좌우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효율성 코어가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어나 최적화 기능이 향상됐다는 점도 핵심이다. 덕분에 무거운 작업도 적은 에너지로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전작 대비 1시간 늘어난 18시간에 달하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다.
애플 M2 프로. 애플 제공
애플 M2 프로. 애플 제공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신제품 사양을 검증해봤다. 우선 제품 기본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벤치마크를 돌려봤다. 측정 결과 신제품은 싱글코어 점수 1940점대, 멀티코어 1만4960점대가 나왔다. 전작인 M1 프로 맥북 프로(긱벤치 사이트 기준 싱글코어 1768점, 멀티코어 1만2477점)와 비교하면 성능이 각각 20%가량 향상된 수치다.

맥북 프로가 동영상 편집에 특화된 노트북인 만큼 영상 작업 성능이 궁금했다. 각종 툴 구동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퓨젯벤치(PugetBench)로 프리미어 프로와 포토샵 등을 테스트해본 결과 각각 960점대, 1080점대가 나왔다. 각각 800점 중반대의 전작 M1 프로 제품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실제로 영상 편집을 해보면 애플 맥북 프로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프리미어 프로로 4K 화질 영상 여러 개를 동시에 작업해도 레이턴시(지연 현상)가 걸리지 않았다.
애플 맥북 프로. 배성수 기자
애플 맥북 프로. 배성수 기자
충전기를 꽂지 않고도 높은 퍼포먼스를 이어간다는 점도 포인트다. 일반적인 노트북은 충전기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사용해야 더 빠른 속도로 작업 처리가 가능한데 맥북 프로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이 외에도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가 구현하는 뛰어난 화질과 6 스피커 사운드가 뿜어내는 웅장한 사운드도 사용 시 만족감을 높여줬다.

최근에야 국내 출시된 맥북 프로 신제품은 이미 두 달 전부터 출시된 해외 IT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호평 일색이다. 16형 기준 최고 사양으로 구매할 경우 가격이 무려 889만원에 달하지만, M2 프로가 구현하는 최적화된 성능에 가성비 제품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M2 프로가 제공하는 성능을 온전히 쓸 수 있다면 구매를 추천한다. 웹 서핑, 문서 작성, 영상 시청, 게임 등의 용도로만 사용하기엔 맥북 프로는 여러 가지 의미로 너무나 무거운 제품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