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뒤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는 이론적으로 모든 인체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원하는 세포를 얻으면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가 특정 세포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배아줄기세포 같은 다분화능(pluripotent·ploo-RIP-uh-tunt)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데 여전히 한계가 많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이런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전구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를 통해 이 회사의 원천기술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저분자 화합물로 신경전구세포 분화 유도

"많은 기업들이 '배아줄기세포' 활용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 제대로 상용화된 제품은 없지 않나?" 강 대표에게 던진 첫 질문이다. 배아줄기세포는 물론 체세포를 활용한 유도만능세포(iPS)마저도 아직 '가능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각에선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회의론까지 번지고 있다.

강 대표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 글로벌 트랜드를 설명했다. 줄기세포 분야도 단순히 세포를 배양해 넣어주는 이전 세대에서, '표적 세포'를 넣어주는 이후 세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질환 특이적 세포를 사용하는 세포치료제'를 만드는 게 에스바이오메딕스의 목표다.

몸 속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것과 종양세포로 분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 회사 공동대표인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배아줄기세포와 iPS 등 전분화능 세포를 신경전구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에 집중해왔다. 에스바이오메딕스의 원천기술도 여기에 있다.

전분화능 세포는 크게 네가지 세포로 분화한다.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 세포영양막 세포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특정한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이런 세포 분화단계에서 외배엽 외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경로(패스웨이)를 차단한다.

이렇게 외배엽으로 분화한 세포를 이용해 다시 표피 외배엽으로 분화하지 않도록 차단해 신경외배엽을 키우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기존에도 신경전구세포 분화 기술이 있었지만 어떤 방식을 쓰느냐에 따라 수율 등이 달랐다"며 "분화 경로를 차단하기 때문에 높은 수율로 일정하게 신경전구세포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전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보면 신경전구세포는 원재료다. 원재료를 일정하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연구개발(R&D)이나 생산에 유리하다는 의미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김 대표팀이 개발한 이런 신경전구세포 분화 기술은 2010년 글로벌 표준화 기술로 채택됐다.

"세계 표준화 기술이라면 특정 기업이 특허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강 대표는 "18개 선진국 학자들이 참여해 표준화 기술로 인정했지만 모든 사람이 써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원천 기술은 물론 분화 표준화, 후보물질 단계별로 모두 특허권을 확보했다"고 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가 보유한 세포 관련 특허는 87건, 출원 건수는 132건이다. 지난해에만 20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확보한 상표권은 141건이다. 기술 관련 특허는 87건 확보했다. 30건은 추가 심사 중이다.

세계 첫 파킨슨·척수손상·하지허혈 치료제 도전

신경전구세포라는 원재료를 얻은 뒤엔 치료에 쓸 수 있는 '표적세포'를 확보해야 한다.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신경전구세포를 기반으로 다양한 표적세포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하는 이유다. 배아줄기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다량 분화시키는 표준화(TED) 기술이다.

표적 세포를 만드는 방식은 질환마다 접근법이 조금씩 다르다. 파킨슨은 중뇌 흑질부 도파민 신경세포가 소실돼 생긴다. 뇌에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9종류 정도다. 신경전구세포에서 다시 중뇌흑질부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로 분화시켜 구축한 후보물질이 'TED-A9'이다.

세계적으로 이 세포를 만들어 파킨슨병 극복에 도전하고 있는 연구팀은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 네곳이다. 일본 연구진은 iPS로, 나머지팀은 배아줄기세포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 연구진이 김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연세대 의대팀이다. 영장류 실험에선 다른 그룹보다 빠른 행동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런 연구 결과 등을 기반으로 올해 1월 국내 임상 1·2a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상반기 중 실제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척수손상 치료제 'TED-N'과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 'TED-R'도 신경전구세포를 기반으로 표적 세포를 찾았다. TED-N은 임상 1상 단계다. TED-R은 동물실험을 통해 유효성을 쌓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유래 척수손상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시험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다. 파킨슨은 미국 로렌스 스투더팀과 스웨덴 연구팀, 김 대표팀이 비슷한 속도다.

에스바이오메딕스의 또다른 플랫폼은 세포를 3차원 구형으로 쌓는 스페로이드(FECS)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원천기술이다. 세포 강화 기술을 활용해 안정성 높은 스페로이드를 만들 수 있다.

중증하지허혈 치료제 후보물질인 'FECS-Ad'가 이 플랫폼 기술을 활용했다. 임상 2a상 단계로 내년 임상 2b상에 진입한다. 강 대표는 "스페로이드는 쉽게 얘기하면 세포를 잘 뭉쳐주는 기술"이라며 "줄기세포 스페로이드로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진입한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했다.

"약 없는 분야서 성과내는 세포치료제 기업 될 것"

이들을 포함해 에스바이오메딕스는 동물시험 단계에서 유효성을 확인한 8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임상시험에 들어간 후보물질은 5개다. 주력 후보물질은 증증하지허혈 'FECS-Ad', 척수손상 'TED-N', 파킨슨 'TED-A9' 등 3개 물질이다. 개발에 성공하면 모두 해당 질환군에선 세계 첫 신약이 된다.

강 대표는 "기존 치료제가 없는 질환군은 약효만 검증되면 블록버스터"라며 "화학의약품이나 항체와 달리 세포치료제는 효과가 월등히 좋거나 기존에 약이 없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내달께 상장에 나선다. 2020년에 이어 두번째 도전이다. 당시 예비심사 청구를 했다가 자진철회했다. 강 대표는 "3년 전엔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진입한 제품이 없었다"며 "3년 간 임상시험을 하면서 신약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바이오 기업은 데이터로 승부해야 한다"며 "기초 단계부터 연구를 탄탄히 하자는 게 R&D 원칙"이라고 했다.

많은 신약 개발기업들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에스바이오메딕스는 국내 시장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세포 치료제'의 특성상 한국 시장도 작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국내 직판 체계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기업에 기술 이전하거나 공동연구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문의가 많아 2상 시험에서 유효성을 확인하면 협력 논의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6일 8시 47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