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 관계자가 오송바이오파크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펩트론
펩트론 관계자가 오송바이오파크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펩트론
펩트론이 올해 하반기 ‘오송바이오파크’에서 첫 상업화 생산을 시작한다. 서방형(SR) 펩타이드 의약품 ‘PT105’가 대상이다.

현재 국내 제약사와 전립선암 치료제 PT105의 국내 판권 이전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내달께 계약을 마무리한 후 상업용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연제리에 위치한 펩트론의 펩타이드 의약품 제조시설 오송바이오파크를 찾았다. 오송바이오파크는 약효지속성 펩타이드 의약품의 임상개발 및 생산을 위한 시설이다. 연면적 4700㎡ 규모다.

오송바이오파크에선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펩타이드 약물을 생산한다. 스마트데포는 펩타이드를 생분해성 고분자(폴리머)로 감싸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몸 안에서 펩타이드 약물이 천천히 방출, 약효가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체내 반감기가 짧은 펩타이드 약물의 약효 지속시간을 1주에서 수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송바이오파크는 지난해 3월 유럽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EU GMP) 적격자(QP) 인증을 받았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인정하는 임상용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자격이다. 이 시설에서 호주 인벡스와 공동개발 중인 특발성 두개 내 고혈압(IIH) 치료제 ‘프리센딘(Presendin)’의 임상용 의약품을 생산했다.

조훈희 펩트론 생산팀장은 “이번 인증으로 프리센딘 외 다름 제품의 유럽 임상 진입 등에도 유리해졌다”며 “향후 미국 GMP 인증(cGMP)을 진행할 때 공통 적용되는 문서 등을 즉시 제출할 수 있어, cGMP 획득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초음파 노즐로 균일한 미립구 제조

세척 전 바이알./사진 제공=펩트론
세척 전 바이알./사진 제공=펩트론
오송바이오파크는 EU GMP QP 기준에 따라 생산공정이 A에서 D의 무균 등급으로 구분돼 운영된다. 일반 청정도 관리 지역인 D등급에서부터 바이알 세척 및 충전 후 보관소, 조제 및 분무 공정, 원료 측량과 충전 및 캡핑(뚜껑 닫기) 공정 단계에 따라 무균 등급이 높아진다.

생산시설에는 ‘BMS(Building Monitoring System)’를 적용해 온도 및 습도, 압력 등의 제조 환경과 압축 공기, 공조 등 제조지원 설비를 자동으로 관리한다.

C등급 시설인 비품 및 원재료 보관실에서는 펩타이드 의약품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와 부품, 도구 등을 세척하고 멸균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세척과 멸균을 마친 원료는 측량을 거쳐 조제탱크로 이동한다.

조제탱크에서는 약효물질인 펩타이드와 이를 감싸는 폴리머를 제조용매인 빙초산에 용해시키는 작업이 진행된다. 이후 배관을 따라 펩타이드와 폴리머가 합쳐진 용액이 두 개의 분무건조기로 옮겨진다.
초음파 노즐을 활용해 미립구를 제조하는 분무건조기./사진 제공=펩트론
초음파 노즐을 활용해 미립구를 제조하는 분무건조기./사진 제공=펩트론
액체를 분말로 만드는 분무건조 과정에 펩트론은 초음파 방식을 활용했다. 전체 용량 250L, 높이 2.3m의 분무건조기 상부에는 세 개의 초음파 노즐이 설치돼 있다. 초음파 노즐을 활용함으로써 더 미세하고 고른 미립구를 제조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공정들을 통해 펩타이드 약물을 폴리머로 감싸는 스마트데포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다.

펩트론은 5~5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립구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약물을 더 작은 주사바늘을 통해 투여할 수 있어, 투약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조 팀장은 “분무 노즐을 늘려 생산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며 “미립구 제조 재현성이 뛰어나고, 연속 생산이 가능해 대량생산(스케일업) 공정 개발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펩트론은 연간 최대 100만 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분말을 충전한 바이알들의 모습./사진 제공=펩트론
분말을 충전한 바이알들의 모습./사진 제공=펩트론
펩트론은 오송바이오파크에서 프리센딘 임상용 의약품 등을 생산했다. 프리센딘은 인벡스가 펩트론의 지속형 주사제 ‘PT320’(성분명 엑세나타이드)를 특발성 두개내 고혈압(IIH)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물이다. 인벡스는 세계 40개 기관에서 글로벌 3상을 진행한다. 펩트론은 인벡스와의 독점 공급계약에 따라 지난해부터 임상용 의약품을 공급했다. 작년 말엔 미국 지역 임상을 위한 추가 공급도 진행했다.

2023년 하반기엔 PT105의 상업화 물량 생산에 들어간다. PT105는 일본 다케다제약의 1개월 지속형 주사제 ‘루프린’(성분명 류프로렐린)의 제네릭(복제약)이다. 지난해 말 생물학적 동등성(BE) 시험에서 동등성을 확보했다. 루프린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재현한 제네릭은 국내에서 펩트론이 유일하다고 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펩트론은 현재 국내 제약사와 PT105의 한국 판권을 이전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판권 계약을 마친 후 연내 품목허가와 보험약가 등재를 끝내고 연말부터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PT105를 미국 및 동남아시아에 공급하기 위한 별도의 판권 이전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조 팀장은 “전립선암 치료제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2월 23일 9시 24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