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퇴사 증가, 중간관리자 번아웃 심화, 보상 투명성 요구 증대, 내부 채용 강화, 변화 관리에 구성원 참여 확대….’

2023년 인사담당자들이 시급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 다섯 가지 트렌드다. 성과관리 서비스 레몬베이스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 157명이 고른 답이다. 이들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공정성과 정보 투명성에 대한 구성원의 요구가 평가와 보상에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기업 현장에서 이런 트렌드는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지난해 사람인의 조사에서 1124개 기업 가운데 84.7%가 “1년 이내 퇴사한 구성원이 있다”고 답했다. 전년(74.6%) 대비 10.1%포인트 증가했다. 이직이 오히려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2년 이내 자발적 퇴사를 경험한 20~30대 2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리서치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퇴사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란 응답이 전체의 73.5%에 달했다. 1970년대까지 이직을 ‘방랑’으로 여기며, 호보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것과는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중간관리자의 번아웃 증가도 두드러지고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중간관리자가 번아웃을 회사에 보고한 경우가 2020년 28%에서 2021년 35%로 늘었다. 경영자나 비직책자의 번아웃은 줄었다. 밀레니얼세대가 중간관리자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낀 세대’로서의 고충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보상에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뉴욕시에 이어 올해 초 캘리포니아주에서 채용 공고에 지급할 수 있는 급여 범위를 게재할 것을 의무화하는 ‘보상투명성법’이 발효됐다. 국내에서도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이를 요구하는 구성원이 늘어나고 있다. 성과 데이터에 기반한 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당사자에게 급여 산정 방식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보상 투명성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단계적 준비가 필요하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내부 채용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내부 채용은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사라토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외부 채용이 내부 채용에 비해 1.7배 더 큰 비용이 든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내부 이동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의 성과, 스킬, 직업적 목표 등을 프로필로 관리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 내 새로운 일자리나 단기 프로젝트 기회와 매칭한다. 유니레버의 ‘플렉스 익스피리언스’, IBM의 ‘블루 매칭’이 그 예다.

평가·보상에 공정성·투명성 요구…중간관리자 번아웃도 급증
변화 관리의 방향은 톱다운에서 보텀업으로 바뀌고 있다. 구성원의 의견을 수시로 수집하면서 조직의 건강과 변화 대응을 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펄스서베이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가 팀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한 ‘팀 헬스체크’를 도입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구글이 시도한 ‘심플리시티 스프린트’에서 크라우드소싱의 전형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구글은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17만 명이 넘는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취합해 해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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