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AI) 챗봇 ‘바드’의 오답 사태가 AI챗봇의 성능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빅테크들이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완성 AI챗봇을 무리하게 내놓은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오답 논란에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간 AI챗봇 경쟁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구글 AI챗봇도 ‘오답’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8일(현지시간) 7% 이상 급락했다. 구글이 지난 6일 AI챗봇 바드를 소개하면서 바드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답한 것이 알려진 영향이 컸다. 제임스웨브 우주망원경이 태양계 밖 행성을 처음 찍는 데 사용됐다고 답했지만 사실은 유럽남방천문대 초거대 망원경이 처음이었다.
AI 챗봇 '과속 스캔들'…다급한 구글, 공개 서두르다가 오류 망신
AI의 성능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AI챗봇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이끈 오픈AI의 챗GPT도 오답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잘못된 정보를 공부한 AI는 오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AI에 입력할 대규모 데이터의 사실관계를 모두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최고 AI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메타(옛 페이스북)는 AI챗봇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메타는 작년 11월 AI챗봇 갈락티카를 내놨다. 과학 지식에 특화된 AI챗봇이었지만 가짜 정보 제공, 혐오적 표현 등으로 폐기됐다. 세계적 AI 전문가인 얀 르쿤 메타 수석AI과학자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기업이라는 평판이 생기는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챗봇의 오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챗봇의 답변에 주석을 달아 출처를 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틀린 답변을 계속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누구나 편집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사실관계가 틀린 정보가 수두룩한 것처럼 AI챗봇의 정보도 항상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검색 판도 바꾸려는 MS

IT업계의 이런 우려에도 구글은 바드를 서둘러 공개했다. 구글은 AI 관련 논문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표하는 등 세계 최고 AI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이 생길 수 있는 AI 서비스 개발에는 신중했다. 구글을 자극한 것은 MS였다. MS는 최근 챗GPT를 자사 검색 서비스인 빙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7일 “AI 기반 검색은 내가 MS CEO에 오른 후 지난 9년 동안 일어난 일 가운데 가장 큰 일”이라고 강조했다. MS가 AI챗봇을 앞세워 글로벌 인터넷 검색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글로벌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구글은 92.9%(1월 기준)로 압도적인 1위다. 2위는 MS의 빙(3.0%)이다. MS의 위협이 알파벳 주가 급락의 또 다른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챗GPT가 적용된 빙을 미리 써본 케빈 루즈 기술전문 칼럼니스트는 이날 뉴욕타임스를 통해 “데스크톱 컴퓨터의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에서) 빙으로 바꿨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AI챗봇 사용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신기해서 사용하지만 성능이 기대 수준을 충족하지 못해 쓸모없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IT기업 간 AI챗봇 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는 챗GPT와 비슷한 대화형 챗봇을 내부적으로 시험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기존 챗GPT의 성능을 개선해 월 20달러(약 2만5200원)의 월정액 방식 유료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SK텔레콤이 올해 AI챗봇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