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생성 인공지능(AI) 시장을 둘러싸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오픈AI의 대화형 AI ‘챗GPT’가 AI를 활용해 보고서 작성, 코딩 등 인간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생성 AI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구글이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4억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앤스로픽은 오픈AI 창립자 그룹 일원이던 대니앨라 애머데이, 다리오 애머데이 남매가 2021년 설립한 업체다. 지난달 AI 챗봇 ‘클로드’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 서비스를 내놨다.

블룸버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장기 협력 계획을 맺자 구글도 앤스로픽과 협력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과 앤스로픽은 4억달러 투자 보도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앤스로픽이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사용하는 내용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조만간 챗GPT와 같은 형태의 대화형 AI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MS, 검색 서비스 '빙'에 챗GPT 통합
'AI 원조' 구글, 검색 챗봇 조만간 출시

현재 경쟁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업체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오픈AI와 협력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 GPT-3.5와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달리2(Dall-E2), 코드 생성 AI 코덱스 등을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에 적용했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 같은 기능을 쓸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GPT-3.5를 이용해 회의록 생성 및 요약, 음성 자동 번역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협업툴 ‘팀즈 프리미엄’을 출시하기도 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서비스는 MS의 검색 서비스 ‘빙’이다. MS는 챗GPT를 빙에 통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빙의 글로벌 검색시장 점유율은 8.9%에 불과하다. 순위론 2위지만 1위 구글(84%)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출시 1개월 만에 챗GPT의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억 명을 넘어선 만큼 빙에 챗GPT가 통합되면 점유율이 요동칠 수 있다.

검색 서비스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검색 서비스는 검색어와 가장 관련이 높은 웹페이지를 차례대로 보여준다. 이에 비해 챗GPT와 같은 생성 AI는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보여준다. 구글이 긴장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구글은 작년 12월 내부적으로 ‘코드 레드’를 선언하고 챗GPT 대응에 나섰다. 그동안 구글은 글로벌 빅테크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 AI 시대 개막을 알린 알파고를 개발한 것도 구글이다. 현재 모든 초거대 AI의 기반 기술이 되는 언어 병렬 처리 기술 ‘트랜스포머’도 구글이 2017년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문장 속 단어와 같은 순차 데이터 내의 관계를 추적해 맥락과 의미를 학습하는 신경망 모델이다. 구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언어 모델 ‘람다’를 개발했다.

그동안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구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람다2’를 활용한 챗봇 ‘견습시인’을 테스트하는 아틀라스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수주 또는 수개월 내에 챗봇 AI와 검색 서비스를 접목한 언어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MS와 구글을 제외한 미국 빅테크들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아마존은 작년 11월 구조조정을 했는데 음성 AI 비서 알렉사 담당 조직도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에선 검색 분야 1위 업체인 바이두가 다음달 챗봇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승우/박주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