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개발 지연·흥행 실패가 원인…"인력 내실화·혁신적인 게임 개발이 답"
중소 게임사에 더 매서운 겨울…실적 악화에 구조조정 찬바람
코로나 팬데믹에 호황을 누린 게임 업계가 야외활동 재개로 인한 이용자 감소에 불경기까지 겹치면서 중소 게임사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원더피플, 엔픽셀, 데브시스터즈 등 여러 국내 중견·중소 게임사는 작년 말부터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했다.

인력 감축의 핵심 원인은 신작 개발 지연, 흥행 실패로 인한 경영 실적 악화다.

원더피플은 네오플 창업자로서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허민 대표가 설립한 원더홀딩스 산하 게임 제작사다.

원더피플은 작년 10월 생존 슈팅 게임 '슈퍼피플'을 내놨지만, 흥행에 실패했고, 2개월 후 게임의 단점을 개선한 '슈퍼피플 2'를 재출시했음에도 떠난 이용자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허민 대표는 결국 지난해 12월 종무식에서 폐업 가능성을 언급하며 구조조정을 통보했다.

회사 측은 지난달까지 희망퇴직 절차를 끝내고, '슈퍼피플2' 유지·보수를 위한 인력만 남긴 상태다.

엔픽셀도 지난해 말 일부 인력에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직원 복지 혜택을 축소하면서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엔픽셀은 2021년 출시한 대표작 '그랑사가'를 기반으로 1천억 원 이상의 외부 투자를 유치해 게임 업계 최단기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반열에 올랐으나, 이후 유저 이탈과 신작 개발 지연으로 경영 사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키런' 시리즈 제작사 데브시스터즈 역시 최근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 사업을 철수하기로 하고 담당 직원들과 면담 절차에 들어갔다.

데브시스터즈 측은 해고는 아니라는 입장이나, 업계에서는 회사 측이 마이쿠키런 담당 직원들에게 조직 개편을 통보한 당일 장비 반납을 요구하고 유급휴가 조처를 내린 점을 들어 사실상 권고사직 절차에 들어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시기 게임 업계의 경쟁적인 사업 확장이 '인건비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중소 게임사부터 피해가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비대면 시기 신산업으로 떠올랐던 메타버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거품이 꺼진 것도 한몫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내실화된 인력으로 혁신적인 게임 IP와 수익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