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게임 하나로 24년 간 14조 매출
'현질' 유발하는 과금체계에 사용자 이탈
린저씨조차 등 돌리자 매출·이익 급감
한국 게임산업 전체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엔씨, 신규 게임 TL 내놓고 반등 모색할 듯
▶안재광 기자 게임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스타크래프트를 꼽으면 40대 이상 분들일 것 같고 디아블로, 마인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심즈 이런 게임들은 2000년대 나왔으니까 밀레니얼 세대가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아, 갤럭시, 버블버블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오락실 고전 게임을 좋아하실 수도 있죠. 시대와 세대를 대표하는 게임이 각각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게임은 시대도 세대도 초월했습니다. 1998년 나왔는데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게임 차트 순위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바로 리니지입니다.
는 리니지 하나로 열 자식 안 부럽죠. 한국 최고 게임 회사가 됐고 단일 게임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거두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요즘 큰 위기를 맞고 있는데요. 이 또한 리니지 때문입니다. 우선 리니지의 수익모델, 그러니까 게임 하면서 돈을 써야 하는데 이게 도를 지나쳐서 그동안 리니지를 가장 아끼고 돈도 가장 많이 썼던 린저씨라고 하죠, 리니지 하는 아저씨들이 이탈하고 있습니다. 욕도 무진장하고요.
더 나아가 엔씨소프트 주가가 폭락하고 한국 게임 산업 경쟁력을 리니지가 저해하고 있다. 이런 말까지 듣고 있습니다.
리니지 뒤를 따라서 많은 한국 게임사들이 리니지와 비슷한 성격의 게임을 줄줄이 내놨고 이게 한국 게임의 간판이 됐는데, 이 간판을 내릴 때가 됐다 이런 시대적 요구가 생긴 겁니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자, 주식 시장 최고의 스타였던 엔씨소프트가 어쩌다가 국민 빌런 게임사가 됐어요. 이번 주제는 리니지 덫에 걸린 엔씨소프트입니다.
리니지 안 하는 분들도 보신 적은 있죠. 시리즈가 많이 나와서 그래픽도 좋아지고 조금 달라지긴 했는데, 기본은 비슷해요. 반지의 제왕 같은 세상에 들어가서 막 싸우는.
리니지 같은 게임을 MMORPG라고 하는데, MMO는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온라인으로 많은 사람이 함께 접속해서 하고,
RPG는 Role Playing Game. 기사, 법사 같은 역할을 맡아 퀘스트라고 임무를 수행하거나, 다른 사람하고 전투를 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 핵심이 뭐냐면, 전투 능력을 높이는 것이에요. 레벨이라고도 하죠. 뭐라 부르든. 이 전투 능력이 높아야 다른 캐릭터와 싸울 때 죽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능력치를 높이려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점이에요.
엔씨소프트는 원래 한 달에 일정 금액 월 2만9700원을 내야 리니지를 할 수 있게 했어요. 이때 까지만 해도 열심히 게임만 하면 레벨도 높이고, 웬만큼 강해지는 게 가능했어요.
그런데 세월이 흐르자 엔씨는 정액제를 없애요. 2019년이었는데. 게임은 공짜로 하고 강해지려면 아이템을 돈 내고 사라. 부분 유료화로 전환합니다.
게임 하는 사람 입장에선 처음엔 좋아 보이죠. 월 2만9700원 안 내니까. 그런데 게임 하다 보면 정액제보다 훨씬 돈을 많이 쓰게 됩니다. 캐릭터가 강해지려면 사냥을 무진장해서 레벨을 높이거나, 장비와 스킬을 돈 주고 사야 하는데. 현질, 그러니까 돈 주고 사는 게 훨씬 쉬워요. 사실 현질 안 하면 캐릭터가 강해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것만 해도 논란인데, 엔씨는 한 발 더 나가요. 뽑기 시스템을 도입해요. 뽑기가 뭐냐면, 아이템을 돈 주고 사는데, 뽑기처럼 뭐가 당첨될 지 모르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내가 100만원을 주고 뽑기를 하는데, 5만원, 10만원, 1000만원짜리 장비 중의 하나가 나오는 겁니다. 1000만원짜리 장비를 뽑을 확률은 10%.
이게 사람을 미치게 하죠. 안 하면 되는데, 1000만원이 걸려 있으니까 이거 보고 계속하는 거예요. 로또가 그렇잖아요. 확률은 얼마 안 되지만 1등 해서 한 방에 몇십억원 당첨되려고 하는 거지, 5만원, 10만원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렇게 로또, 아니 뽑기로 돈을 쓰게 하면서 한 사람이 수 천만원 혹은, 수억 원을 쓰는 게 리니지에선 흔합니다. 리니지 안 하는 분들은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이 게임의 목적이 강해지는 데 있다고 했잖아요. 강해지면 게임 안에서 거의 신처럼 군림할 수 있어요. 이걸 자랑하고 과시하고. 경쟁에서 이겼다는 만족감을 주는 게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안 했으면 안 했지, 리니지를 하게 되면 우선 엄청나게 강해져야 해서 돈 무진장 퍼붓게 되고. 그렇게 돈 퍼부은 사람이 잔뜩 리니지 안에 있으니까 이들끼리 또 경쟁이 붙어서 또 돈 쓰게 되고.
이게 얼마나 대단한 시스템이냐 하면, PC 게임이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게임 중에서 최근 1년간 1000만개 넘게 팔린 게임이 딱 세 개가 있는데요 매출이 6000억에서 8000억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엔씨는 리니지 시리즈로 작년 1년 동안에만 1조6000억원가량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엔씨는 리니지 하나로 24년간 누적 매출이 14조원을 넘겼어요. 단일 게임으로 이 정도 번 것은 국내에선 당연히 없고, 해외에도 아마 없을 겁니다. 엔씨는 게임도 잘 만들었지만, 천재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 거죠.
덕분에 매출이 2020년 42%나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거의 두 배나 급증했습니다. 주가도 물론 엄청나게 뛰었죠. 여기까지만 보면 어쨌든 회사 입장에선 돈 많이 벌었으니까 해피엔딩 같은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당연히 문제가 있겠죠.
우선 리니지 스타일로 계속 결제를 유발하는 게임을 계속 내놔요. 돈 내야 이긴다 Pay to Win(P2W) 시스템의 무한 반복.
대표적인 게 2021년 5월 나온 트릭스터M. 이 게임은 린저씨 말고 10대, 20대 젊은 사람을 타깃으로 MMORPG 맛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개발이 됐는데요. 그래서 귀여운 리니지로 불렸어요. 근데 이 게임은 돈 내고 아이템 사도 리니지만큼 효용이 없고 사냥도 잘 안됐어요. 그냥 돈만 뜯어간 거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블레이드&소울2, 리니지 버금가는 히트작 후속 작품에도 리니지 라이크, 리니지와 비슷하게 결제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서 또 실패합니다. 엔씨가 적당히 해야 했는데 욕 먹어도 돈만 벌면 된다는 식으로 비슷한 게임을 계속 내놔요.
더 큰 문제가 있는데. 엔씨 매출에 가장 기여한 린저씨들이 이탈합니다. 사실 뭐, 가볍게 리니지 하는 그러니까 돈 잘 안 쓰는 사람들은 안 해도 엔씨 입장에선 크게 상관없어요. 근데 린저씨는 달라요.
현질 엄청나게 하고, 하루종일 게임 돌려서 엄청나게 충성도가 높은 헤비 유저들이 들인 돈이 아깝다고 시위합니다. 뽑기 확률을 조작하는 것 아니냐, 또 뽑기 룰을 왜 자꾸 바꾸냐, 너네 못 믿겠다. 이렇게 트럭 시위를 해요.
이게 엔씨뿐 아니라 다른 게임사들로도 불똥이 튀어서 리니지 방식의 핵과금, 이걸 반대하는 시위로까지 번집니다.
게임 개발 또한 산으로 가죠. 엔씨가 게임을 개발할 때 헤비 유저들, 린저씨에게 너무 휘둘려요. 회사 입장에선 돈 수억 쓰는 사람들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게임의 스토리, 그래픽 이런 게임성 따위는 안 중요해지고. 무한 사냥하고, 아이템 사고. 그런 식의 게임 전개가 후속 게임에서도 반복돼요. 게임이든 실제 세상이든 기득권은 좋아진다 해도 바꾸는 게 싫은 것 같아요.
이 탓에 엔씨 이익이 2021년 반토막 났고,
100만원 넘었던 주가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이 전년 대비 1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2014년 이후 성장만 하다가 처음 매출이 꺾였습니다.
이유는 많이 있겠지만, 리니지 같은 게임 탓에 게이머들이 이탈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맞는 것 같아요. 모바일 게임의 절반이 리니지 같은 MMORPG 장르입니다.
그럼 엔씨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리니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하도록 게임 완성도를 높이고, 그러면서 리니지만큼 돈 엄청 안 써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되도록 하겠다. 대충 이런 구상 같습니다. 엔씨가 얼마 전에 TL 이란 게임 영상을 공개했는데, TL은 쓰론&리버티(THRONE AND LIBERTY) 약자입니다
김택진 대표는 이 게임을 직접 소개하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플레이 포 올을 향해 개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돈 많이 내는 헤비유저는 보상을 충분히 해주고, 적게 내도 라이트 유저도 게임을 재밌게 하도록 개발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다른 말로 하면 1인당 결제액이 감소하는 것은 감수하겠다, 대신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겠다. 천 명이 1억원 결제해서 1000억원 매출 하나, 1000만명이 만 원 결제해서 1000억원 매출하나. 결국 같은 것이란 거죠.
그래서 지금까진 스마트폰 위주였는데, 콘솔 게임, 플레이 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같은 게임기에서 할 수 있도록 개발하겠다. 콘솔은 북미, 서구권에서 많이 하죠. 새로운 해외 사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의미 같습니다.
물론 콘솔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존의 PC, 그리고 스마트폰에서도 할 수 있게 하겠죠.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하고 현질 유발은 조금 할지 봐야 알겠죠.
우선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이 게임을 해야 과금을 조금 해도 매출이 유지될 텐데, 요즘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죠. 중국 게임 회사들이 리니지 비슷한 게임을 지금은 너무나 잘 만들어요. 굳이 TL 아니어도 돈 조금 내는 게임이 많습니다. 또 MMORPG 장르에서 엄청나게 센 게임도 수두룩합니다.
TL 출시 일정쯤에 세계적인 명작 게임 블리자드의 디아블로4가 나올 예정인데요. 전작인 디아블로3는 잘 못 만들었다는 평가를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3000만장 이상 팔렸습니다.
또 일본을 대표하는 RPG 게임 파이널판타지, 16번째 작품도 오는 6월에 나올 예정인데요. 이 게임은 2020년 11월 기준 시리즈 누적 판매량이 1억5900만장에 달합니다. TL의 대진 운이 좋진 않아요.
과금에 대한 평가는 유저들은 별로 안 좋아요. 뭐 바꿔봐야 어디 가겠느냐. 말장난 하는 거다. 이런 식의 냉소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TL이 더 리니지(The Lineage)의 약자란 말까지 나옵니다.
근데, 증권가에선 아마 핵과금은 바뀔 것이다, 그래서 TL이 리니지처럼 떼돈 벌 진 못할 수 있다, 돈 조금 포기하고 과거 게임 명가로 복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엔씨도 리니지의 유산은 이어받으면서 리니지로 불리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아요. 엔씨소프트뿐 아니라 요즘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회사들, 예를 들면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 크래프톤 등등 많은 게임 회사들이 대부분 이용자 감소와 새로운 히트 게임의 부재, 이에 따른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데요.
한국 게임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현질, 결제를 과도하게 유발하는 시스템은 뭔가 변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탕탕특공대 같은 캐주얼 게임,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탕탕특공대의 이용자당 월 매출은 6500원 수준으로 리니지M의 100분의 1 수준밖에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매출은 3분의 1 수준으로 꽤 많은 돈도 버는데요.
저변만 확대하면 게임회사도 충분히 낮은 과금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엔씨소프트, 돈 없는 사람도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 선보일지, 눈여겨보겠어.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박지혜·예수아·이하진 PD 촬영 박지혜·예수아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
‘린저씨(리니지+아저씨)’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2021년 2월 8일 장중 고점인 104만8000원을 기록하며 한때 ‘황제주’에 등극했던 엔씨소프트가 바닥을 다진 후 약 2년 만에 비상을 꿈꾸고 있다.27일 엔씨소프트 종가는 47만5500원이다. 2021년 2월 8일 고점 대비 -54.6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주가 하락 요인으로는 국내 증시 부진도 있었지만, 인기 게임인 리니지의 확률형 아이템과 지나친 과금 논란이 문제가 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이에 엔씨소프트는 차세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목표로 개발 중인 게임 ‘THRONE AND LIBERTY(쓰론 앤 리버티, 이하 TL)’를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 게임은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겨낭했으며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한다. ‘TL’은 날씨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심리스(Seamless) 월드와 던전,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역할이 변화하는 ‘프리 클래스’ 등이 특징이다. 오는 2월 21일, 22일 판교 R&D 센터에서 TL의 파이널 테스트를 진행한다. 지난달 27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CCO(Chief Creative Officer·최고창의력책임자)는 ‘디렉터스 프리뷰’를 통해 게임 세부 내용을 공개하며 “모두를 위한 플레이, Play For All’이라는 슬로건 아래 TL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김 CCO는 자사 게임 광고에 여러 차례 등장해 게임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일부 유저들은 김 CCO를 ‘택진이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신작 TL과 더불어 수집형 RPG, 난투형 대전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준비 중”이라며 “올해 다양한 신규 IP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주주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2014년부터 현금 배당의 규모를 당기순이익의 30% 수준으로 크게 확대해 2021년까지 매년 당기순이익의 약 30%를 일관되게 현금 배당했다”며 “2024년까지 배당성향 30%를 유지한다는 정책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액 5469억원, 영업이익 71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PC 매출은 지난해 3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모바일 부문 매출에서 하락세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MMORPG인 리지니M의 하루 평균 매출은 약 13억원, 리니지W의 매출은 19억원으로 분석했다. 2분기에 신작 ‘TL’이 출시된다면 1분기 실적 공백은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엔씨소프트의 게임 신작은 총 5종으로 알려져 있다.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말부터 신작에 대한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다”고 했다. 그는 목표주가로 59만원을 제시했다. 21개 증권사의 엔씨소프트 목표주가는 27일 기준 55만9524원이다.리니지를 20여년 넘게 하고 있는 한 직장인은 “무과금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지만, 사실상 ‘현질’(게임 아이템을 현금 주고 사는 것)을 해야 캐릭터 성장이 빨라진다”며 “신작 TL은 리니지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29일 인터뷰 도중 “2008년 10월 엔씨소프트가 2만원대까지 하락했을 때 매수하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만 개미'와 함께 달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주식 계좌가 빨간불이 되는 그날까지 재미있는 종목 기사 많이 쓰겠습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서 윤현주 기자 구독과 응원을 눌러 주시면 매주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안재광 기자효성티앤씨는 2021년 1조4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순이익도 1조원을 넘겼어요.그런데 이 회사 가치는 고작 1조원대 중반이죠. 2021년 이익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 PER은 1.6배쯤 합니다. 뭔가 말이 안 되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한국 주식 PER 평균이 대략 10배쯤 하죠.이번 주제는 코로나 특수로 한방에 떴다가 추락한 효성티앤씨입니다.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세계 1위 기업입니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30%가량 합니다.스판덱스는 옷 만들 때 쓰는 섬유의 한 종류죠. 고무줄처럼 잘 늘어나고 쉽게 끊어지지 않아서 속옷이나 수영복, 요가복 같은 기능성 옷에 많이 쓰였고 요즘는 교복, 양복, 청바지 같은 일상복 소재로도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스파이더맨, 슈퍼맨 같은 히어로들이 입고 있는 쫄쫄이가 이 스판덱스로 만든 것이죠.한국이 제조 분야에서 요즘 대부분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는데 효성이 1위를 유지하는 게 대단해 보이긴 합니다. 어쨌든, 이 쫄쫄이 스판덱스는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갑자기 수요가 늘어납니다. 사람들이 집에 더 오래, 더 많이 머물면서 편안한 옷을 선호했는데 스판덱스로 만든 옷이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특히 레깅스 판매가 급증을 했는데요. 레깅스는 원래 일상복은 아니었죠. 요가 팬츠로 불렸어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 일상복처럼 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스판덱스 수요가 폭발했습니다.룰루레몬 같은 요가복 브랜드가 요즘 백화점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보셨죠.당연히 스판덱스 가격이 폭등하고 재고는 확 줄었습니다. 스판덱스는 중국이 가장 많이 만들고, 중국이 가장 많이 사는데 중국 내 스판덱스 가격이 킬로그램(kg)당 3만위안 안팎 하던 것이 2021년 중순 8만위안에 육박했습니다. 반년 만에 2.5배 오른 겁니다.반면 재고는 공장들이 보통 50일 치 정도 가져가는데 열흘 치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됐습니다.원래 효성티앤씨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 공장을 못 열었어요. 당시에는 공장들 상당수가 셧다운, 그냥 닫아야 해서 수요가 폭발하는데도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했어요.그런데 경쟁사인 중국 회사 공장이 계속 닫혀 있는 상황에서 효성은 중국 이외에 베트남, 터키, 인도, 브라질 같은 곳의 공장을 빨리 열어서 발 빠르게 대응합니다. 공장을 해외 여러 지역으로 다변화했던 것이 먹힌 거죠.이렇게 대응을 잘해서 2021년에는 분기당 영업이익 4000억원을 넘깁니다. 원래 400억원 안팎 벌었는데 10배나 넘게 더 번 것이에요. 그래서 그 해 전체 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습니다.당시 영업이익률이 30%를 넘었는데요. 제조업에서 사이클이 크고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반도체 같은 제품을 제외하고 이익률 30%를 넘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한마디로 떼돈을 번 것이죠.이때 얼마나 잘 나갔는지 9만원 하던 주가가 1년 만에 90만원을 넘겨 10배 이상 올랐습니다.당시 일부 증권사에선 목표 주가를 140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어요.산이 깊으면 골도 깊다고 했습니다. 모든 산업이 그렇지만 호황 때는 수요가 폭발하고 공급은 부족한데요, 반대로 불황기에는 수요가 줄고 공급은 급증합니다. 스판덱스 또한 이 경로를 고스란히 밟습니다.코로나 봉쇄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스판덱스 수요는 감소했죠. 반대로 공급은 넘쳤습니다. 가격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얼마나 업황이 극적으로 꺾였는지, 효성티앤씨는 작년 3분기에 영업적자를 1400억원 넘게 냈어요. 분기당 4000억 넘게 벌다가요. 증권가에선 작년 4분기에도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좋았던 시절은 다 갔습니다.효성티앤씨의 실적 악화는 효성그룹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효성그룹의 지주사 효성은 효성티앤씨의 대규모 적자 탓에 작년 3분기에만 5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합니다.효성은 국내 재계 서열 30위쯤 하는 꽤 큰 회사인데요, 이런 대기업이 휘청휘청할 정도로 타격이 컸습니다.효성티앤씨의 실적 악화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입장에선 굉장히 뼈아플 겁니다. 2017년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가 된 조현준 회장은 계열사 중에서도 효성티앤씨 경영에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효성티앤씨가 효성의 효시 동양나일론의 사업을 이어 받아 상징성이 있는 데다 매출, 이익 규모도 가장 컸기 때문인데요.조현준 회장이 지주사를 제외하고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유일한 계열사가 효성티앤씨입니다. 효성티앤씨만큼은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효성티앤씨의 실적 악화는 고스란히 조현준 회장의 책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조현준 회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형제의 난으로 불렸죠. 동생 조현문 전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기 때문입니다.조현준 회장에게는 두 동생이 있는데, 바로 밑에 동생이 다툼을 벌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고, 둘째 동생이 조현상 현 효성그룹 부회장입니다.조현준 회장과 한 살 터울인 조현문 전 부사장은 서울대 재학 시절에 신해철 씨가 결성한 무한궤도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미국 로펌을 다녔습니다. 차남이고, 개성도 강해서 경영 후계자는 아닌 듯 보였죠. 참고로 효성은 아직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조현문 전 부사장은 IMF 사태 직후인 1999년 부친 조석래 회장의 부름을 받고 효성에 입사했는데, 얼마 안 가서 부친과 형의 경영 방침에 맞서다가 2011년 결국 방출, 아니 축출됐습니다. 요약하면 조현준 회장은 조현문 전 부사장과의 다툼에서 승리한 뒤 자신이 제대로 그룹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란 것을 입증해야 할 나름의 책임이 생긴 것입니다.그리고 그 선봉에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인 효성티앤씨가 있습니다. 효성티앤씨 실적을 확 돌려놓아야 경영자로서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조현준 회장은 그럼 어떻게 위기를 돌파한 것인지 궁금한데요. 삼성 전략을 따르는 듯 합니다.삼성전자가 현재 반도체 가격 하락 탓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오히려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려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초격차 전략’을 쓰고 있죠. 이 전략은 이전에도 효과를 봤었기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상당한 확신을 가진 듯합니다.효성도 비슷합니다. 스판덱스 시장 세계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 중국, 브라질 등 해외 공장 증설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1위 효성이 적자를 낼 정도면 그 밑에 회사들은 어려움이 더 클 것으로 보이는데, 효성이 업계의 구조조정을 촉발해서 나중에 승자독식으로 가겠다 이런 전략을 짠 것 같습니다.실제로 구조조정이 이미 일부 되고 있습니다. 스판덱스 시장점유율 5위권 내 기업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 수가 2015년 22곳이나 있었는데 작년 9월 말 기준 13곳으로 확 줄었습니다. 9곳은 망한 거죠. 이들의 점유율 또한 39%에서 23%로 반토막이 났습니다.현재는 중국 상위권 기업조차 스판덱스 공장 가동률이 50% 안팎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됩니다. 공장의 절반은 놀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상태라면 1~2년 안에 스판덱스 업계가 싹 다 정리될 것 같기도 합니다.효성을 분석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요즘에 상당히 긍정적인 투자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는 것이죠.중국 중소 업체 상당수가 공장 가동을 포기하면서 올해 스판덱스 공급 물량이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공급이 줄면 가격이 안정되고 그럼 1위 기업이 그 수혜를 상대적으로 크게 볼 수밖에 없겠죠.또 스판덱스 최대 시장인 중국이 코로나 봉쇄를 풀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복 소비에 나설 경우 패션 제품 판매가 늘어서 스판덱스 같은 섬유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예측도 됩니다.물론 2021년처럼 마진을 30%씩 남기는 것은 앞으로 힘들 수 있겠지만 이익률이 안정화될 가능성은 높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습니다.조현준 회장이 섬유 사업 뿐 아니라 그룹 전반을 앞으로 어떻게 경영할지도 관심이 가는데요. 창립 60년이 되는 2026년에 맞춰서 새로운 비전과 로고를 밝힐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습니다. 사실 효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별로 없긴 하죠. 로고는 옛날 축협 로고처럼 생긴 것도 같고.아무리 섬유, 타이어 코드, 아라미드 같은 산업용 소재를 만드는 회사라고 해도 뭔가 자신의 정체성을 사람들에게 잘 알리고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조현준 회장은 기존에 효성이 하는 사업 이외에 자신이 직접 주도해서 새로운 사업도 하고 싶어 하는데요. 바로 수소입니다.수소는 미래 에너지로 꼽혀서 효성뿐만 아니라 국내 10대 대기업 거의 모두가 뛰어들었습니다. 효성은 효성화학이 수소를 생산하고, 효성중공업이 기체 상태인 수소를 운송하기 좋게 액체 상태로 만드는 공장을 짓고, 효성첨단소재가 탄소 섬유로 수소차 연료탱크를 만들고 수소차 충전소도 운영하겠다 이런 계획입니다.다만 수소 사업은 사업화해서 실적으로 잡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현준 회장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을 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주가는 수소 사업의 안착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겠죠.코로나 특수를 본 여러 산업들이 있습니다. 음식 배달, 온라인 쇼핑, 백신 제조업 등등. 이 가운데 스판덱스 섬유 사업만큼 극적으로 업황이 좋았다가 확 꺾인 것도 없는데요.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선 몇 안 되는 산업인 만큼 부디 잘 턴어라운드해서 예전, 아니 그 이상의 실적을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쫄쫄이 세계 1등 효성티앤씨 주가 100만원 갈지 눈여겨보겠어.기획 한경코리아마켓총괄 조성근 부국장진행 안재광 기자편집 박지혜·예수아·이하진 PD촬영 박지혜·예수아 PD디자인 이지영·박하영제작 한국경제신문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엔씨소프트가 신작 출시 기대감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오전 10시 7분 현재 엔씨소프트는 전일 대비 1만3000원(2.79%) 오른 47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 들어 엔씨소프트의 신작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가 상승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도 잇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혜령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엔씨소프트는 TL과 모바일 게임 4종 '블레이드앤소울S' '프로젝트G' '프로젝트R' 'Puzzup'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현재 주가 수준은 TL과 모바일 신작 기대감 모두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TL 출시 전 TL의 글로벌 퍼블리셔 공개와 하반기 출시 예정인 '프로젝트G'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 공개는 주가 오버슈팅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기대 요인이 충만하고, 체질 변화가 리레이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신작 라인업에 기반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56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올린다"며 "지금이 매수시점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