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조원(약 356억달러). 올해 미국에서 특허가 끝나는 애브비 ‘휴미라’와 존슨앤드존슨(J&J) ‘스텔라라’, 리제네론 ‘아일리아’ 등 3개 의약품의 2021년 글로벌 매출이다. 미국 머크(MSD) ‘키트루다’, BMS ‘엘리퀴스’ 등 메가 블록버스터도 2028년과 2026년에 특허가 풀린다. 의약품 특허 만료는 오리지널 제약사에는 위기지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회사에는 기회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K바이오가 주목받는 대목이다.
'44조 의약품' 특허 풀린다…몸 푸는 K바이오

美서 특허 만료되는 휴미라

3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미국에서 승인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8개다. 휴미라는 류머티즘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2002년 출시된 뒤 2012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에 올랐다. 이후 왕좌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21년 매출은 207억달러. 애브비 전체 매출의 40%에 이른다.

미국 의약품 특허는 통상 20년간 보장된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유한 기업은 다양한 전략으로 특허 연장에 집중한다. 애브비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2016년 특허가 끝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소송 등을 통해 유럽은 2018년, 미국은 올해까지 권리를 연장했다.

유럽에서 특허가 풀리자 휴미라 점유율은 40% 수준까지 떨어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밀리면서다. 미국에서도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평가다.

고농도·교차 처방 등으로 차별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선두 주자는 암젠이다. 소송을 통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암젠비타’를 31일(현지시간) 미국에 출시하기로 애브비와 일찌감치 합의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는 2021년 10월 휴미라와 교차 처방할 수 있는 첫 바이오시밀러로 FDA 승인을 받았다. 화이자의 아브릴라다, 비아트리스·후지필름교와기린의 훌리오, 코헤러스바이오사이언시스의 유심리, 프레지니우스카비의 이다시오 등도 오는 7월 1일 일제히 시장에 뛰어든다.

국내 기업은 고농도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오가논과 손잡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첫 고농도 제품 하드리마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도 고농도 제품 유플라이마를 개발해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교차 처방을 위한 임상 3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도 출격 대기

연매출 91억달러인 스텔라라의 미국 특허도 올해 9월 끝난다. 휴미라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알보텍·테바의 ‘AVT04’가 지난 1월 6일 첫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받았다. 암젠의 ‘ABP654’도 임상시험을 끝내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셀트리온 ‘CT-P43’, 삼성바이오에피스 ‘SB17’, 포마이콘 ‘FYB202’, 동아에스티·메이지세이카 ‘DMB-3115’ 등은 임상 3상을 마쳤다. 스텔라라 개발사인 J&J도 방어에 나섰다.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는 연매출 58억달러다. 국내 기업 중엔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삼천당제약 등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리제네론은 특허권을 2032년까지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후발 주자들은 이를 깨고 출시 시기를 올해로 앞당기기 위해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