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용으로 개발된 '독사의 눈'…삼성이 눈독 들인 이유는?
삼성그룹의 연구개발(R&D)을 책임지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가 ‘독사의 눈(viper's eye)’을 모방한 연구 지원을 시작한다. 야간에도 물체를 볼 수 있는 ‘적외선 야간투시 카메라’와 ‘열 감지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주로 군사용으로 개발되던 기술이 스마트폰과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 적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과학계에 따르면 SAIT는 ‘글로벌 리서치 아웃리치 프로그램(GRO) 2022’에 센트럴플로리다대(UCF) 나노과학기술센터 데바시스 챈다 교수를 선정했다. 올해부터 매년 15만 달러(한화 1억8500만원)씩 최대 3년간 지원한다. GRO는 해외 대학·연구소와 미래 유망 기술을 함께 연구하기 위해 2009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엿볼 수 있어 산학연의 관심이 높다. 그동안 저전력반도체 설계, ㎝ 단위까지 식별하는 모바일 위치 센서 등의 연구를 지원했다.

챈다 교수는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단위의 공학기술을 활용한 적외선 시각화 전문가다. 야간에도 물체를 식별하는 능력을 갖춘 방울뱀과 같은 ‘독사의 눈’을 모방한다. 그는 주로 미국 국방부 등의 지원을 받아 적외선 야간투시 카메라와 열 감지 센서 등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휴대전화·가전제품용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챈다 교수는 “소비자용 제품에 초점을 맞춰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챈다 교수의 연구는 적외선을 흡수하는 1~100㎚ 크기의 일정한 패턴을 갖는 그물망 코를 짜는 것과 비슷한다. 적외선 파장은 가시광선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에 적외선 파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물질을 찾아 촘촘하게 패턴을 만들면 매우 약한 적외선도 감지할 수 있다. 챈다 교수는 “방울뱀의 눈 구조는 첨단 광학 기술의 집합체로 매우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어 밤에도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다”며 “이를 인공 적외선 카메라로 흉내낼 계획”이라고 했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현재 적외선 카메라에 들어가는 값 비싸고 복잡한 극저온 냉각 시스템 등이 필요 없어진다. 기술을 활용해 열이 새고 있는 창문이나 문의 결함도 검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챈다 교수는 “일반 소비자용 가전제품에 통합할 수 있을 정도로 이미지 센서를 아주 작게 만들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것은 숙제”라고 덧붙였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