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업계가 컴패스테라퓨틱스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의 목표주가를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높게 잡은 곳들도 나타났다. 최근 임상 2상 중간결과가 발표된 담도암 치료제 후보물질 'CTX-009'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까닭이다.

CTX-009는 에이비엘바이오가 'ABL001'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해 컴패스에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세계(글로벌) 권리를 이전한 물질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IB) 스티펠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컴패스의 분석(커버리지)을 개시하고 목표주가로 9달러를 제시했다. 전거래일 종가인 3.95달러 대비 128% 높은 금액이다.

스티펠 생명공학팀은 "담도암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CTX-009가 향후 연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는 지난 24일 컴패스를 '베스트 아이디어 리스트(Best Ideas List)'에 추가했다. 웨드부시의 베스트 아이디어 리스트는 사내 분석가(애널리스트)들이 전 산업에 걸쳐 가장 유망하다고 꼽은 종목을 정리한 목록이다. 웨드부시는 컴패스의 목표주가를 8달러로 잡았다. 전거래일 종가보다 110% 높은 가격이다.

이들이 높은 목표주가의 공통적인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 최근 발표된 담도암 대상 CTX-009과 파클리탁셀 병용 국내 2상 중간 결과다. CTX-009의 국내 권리를 보유한 한독은 컴패스와 함께 지난 19일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에서 이를 발표했다. 컴패스는 CTX-009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면서 한독의 국내 2상 후원사(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CTX-009·파클리탁셀 병용투여 치료의 객관적반응률(ORR)은 37.5%(24명 중 9명에서 부분관해)로 나타났다.

특히 2차 치료제로 투여받은 환자군의 ORR이 63.6%(11명 중 7명 부분관해)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10개월, 전체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12개월이었다. 스티펠과 웨드부시가 주목한 것도 이번 결과다. 스티펠은 이번 개시 보고서에서 "CTX-009·파클리탁셀이 2차 치료제 투여군에서 약 64%의 ORR을 보인 게 회사의 가치를 부양시켰다"고 했다.

로버트 드리스콜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CTX-009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 담도암 2·3상, 대장암 단독요법으로 2상 중"이라며 "특히 최근 공개된 담도암 임상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토마스 슈츠 컴패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24일 회사 주식 2만주를 주당 4.19달러에 총 8만3800달러 규모로 추가 구매했다. 이에 따라 슈츠 CEO가 보유한 컴패스 주식은 총 545만1873주가 됐다.

2상 중간 결과 발표 전인 지난해 말에도 컴패스에 주목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았다. 미국 금융사 레이몬드제임스는 지난해 11월 10일 보고서에서 컴패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5달러에서 8달러로 높이고 투자의견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을 제시했다. EF허튼애퀴지션은 지난달 16일 컴패스 커버리지를 개시하고 '매수' 의견과 함께 10.30달러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다만 임상 2상에서의 비교적 높은 부작용은 CTX-009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이번 임상에서 약물 관련 3등급 이상 치료 관련 부작용은 75%였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1차 표준치료의 생존율이 낮다는 점에서 부작용보다는 유효성 지표가 신약 허가에 더 중요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 병용요법이 담도암에서 24개월 전체생존율(OS) 24.9%로 기존 표준치료제의 10.4% 대비 2.4배 높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았다"며 "이번 2상에서 ABL001(CTX-009)의 ORR과 무진행생존기간(PFS), 반응기간(DoR)이 임핀지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어 OS 개선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치료제가 없는 담도암 시장에서 부작용 대비 유효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며 "컴패스가 연내 발표할 미국 임상 2상 결과에도 기대감이 높다"고 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