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섬모로 흡착력 극대화
NASA '도마뱀 발바닥' 원리로
우주정거장 수리할 로봇 개발
KAIST는 강한 자석의 힘 활용
건설현장서 쓰일 로봇 만들어
직각 벽 초속 70㎝로 기어올라
하버드大도 초소형 로봇 연구
"추락 위험 있는 현장서 유용"
영화 ‘스파이더맨’ 주인공 피터 파커는 돌연변이 거미에게 물린 뒤부터 손가락 끝에서 미세한 털이 돋아난다. 손에 붙은 물건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건물 외벽에 손을 가져다 대자 찰싹하고 달라붙는다. 스파이더맨이 된 그는 손발로 기어 벽을 타고 옥상까지 오른다.
벽은 물론 천장에 붙어 이동하는 ‘등반로봇(climbing robot)’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정거장 수리에 활용하기 위해 스파이더맨의 원리를 접목한 연구를 하고 있다. KAIST는 강한 자석의 힘을 이용해 건설현장 등에서 쓸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고도화된 등반로봇은 정찰용으로 활용되며 미래 시가전의 모습까지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미세섬모로 15㎏ 버티는 흡착력
27일 과학계에 따르면 NASA는 등반로봇 리머3(LEMUR3) 개발을 완료하고 실증 실험 중이다. 등반로봇은 흡착력을 이용해 벽 또는 천장에 붙어 이동하는 로봇을 말한다. 등반로봇이 벽에 붙는 흡착력은 원리에 따라 크게 △반데르발스력 △전자기력 △정전기력 등으로 나뉜다. 반데르발스력은 아주 작은 분자들이 가까이 붙을 때 생기며 서로를 잡아당기는 힘이다. 개별적으로 봤을 때는 아주 작은 힘이지만 그 수가 늘어날수록 강해진다.
반데르발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영화에서는 스파이더맨이라면 현실에선 게코도마뱀이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길이 50~100㎛(마이크로미터), 지름 5~10㎛의 강모가 수백만 개 배열돼 있다. 각 강모에는 다시 수백 개에 달하는 지름 2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안팎의 미세한 섬모가 달려 있다. 미세한 섬모와 강모가 다른 물체의 표면에 붙으면 반데르발스력에 의해 흡착된다.
NASA는 리머3에 반데르발스력을 적용했다. 리머3는 무게 35㎏, 가로세로 0.8m 크기로 사족 보행한다. 각 로봇팔 끝에는 총 8개의 너비 10㎠ 타일이 달렸다. 각 타일 표면에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털이 80㎛ 길이로 수백만 개 돋아 있다. 각 털은 반데르발스력을 발휘한다. 태양전지패널 등에 붙은 리머3 타일 하나당 최대 150N(뉴턴), 약 15.3㎏의 무게를 견딘다. NASA는 개발 중인 리머3를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외벽 수리용 로봇이나 화성·달 지형탐사용 로봇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자기력·정전기력 등도 활용
자석이 철에 붙는 힘인 전자기력도 등반로봇용으로 주목받는 원리다. 박해원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철로 만든 벽을 빠르게 기어오르는 등반로봇 마블(MARVEL)을 만들고 관련 연구 성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로보틱스’ 작년 12월호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마블의 발끝에 자기유변탄성체와 영전자석을 활용했다. 자기유변탄성체는 고무처럼 말랑말랑한 물질에 쇳가루 등 자기력과 반응하는 물체를 섞은 신소재다. 마찰력을 키우면서도 자기력을 가할 수 있다. 영전자석은 전자기력을 켜고 끌 때만 전기를 쓰는 자석이다. 에너지 효율이 일반적인 전자석에 비해 월등히 좋다. 실험 결과 마블은 직각 형태의 벽을 초속 70㎝의 빠른 속도로 기어올랐다. 직각 벽에선 45.4㎏, 동체가 천장에 뒤집혀 매달렸을 때는 54.5㎏의 무게를 견뎠다.
정전기력을 활용한 등반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풍선을 옷에 비빈 뒤 머리 위로 올리면 머리카락이 달라붙는 힘과 관련됐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2019년 길이 4.5㎝, 무게 1.48g의 초소형 등반로봇 해머(HAMR-E)를 개발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작은 형태의 등반로봇이다.
바퀴벌레가 움직이는 모습을 본떠 만든 해머의 발끝에는 전자흡착 방식의 패드가 달려 있다. 전기가 흐르면 패드에서 정전기가 발생해 로봇이 벽과 천장에 달라붙는다. 연구진은 해머가 제트엔진이나 건설기계 등 인간이 직접 들어갈 수 없는 기계 내부로 들어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등반로봇의 활용 분야는 다양하다. 소형 군집화를 통해 시가전이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정찰용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리머3 초기 연구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또 등반로봇이 벽에 달라붙는 힘과 관련한 연구는 군사용 드론이 구조물에 붙어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장시간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도 적용되고 있다.
박 교수는 “등반로봇은 작업자의 추락 또는 질식 우려가 있는 초대형 교량, 송전탑, 송유관 등 대형 구조물의 점검 수리 보수 등 다양하면서도 위험한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는다. ‘1가구 1로봇’ 시대가 가까워졌다고 보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선 것이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4년 뒤 17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EX1’이라는 이름의 로봇을 출시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로봇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지속 투자하고 있다”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EX1은 노인 운동을 돕는 기능을 갖춘 ‘시니어 케어’ 특화 제품이다. 보행과 효율적인 운동을 도울 수 있는 신체보조 로봇일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가 2019년 개발한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GEMS 힙’을 발전시킨 형태일 것이란 예상이다. 당시엔 출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첫 로봇 출시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서비스 로봇 시장이 무르익었다고 본 것”이라며 “인구 고령화로 서비스 로봇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본격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업계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서비스로봇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TV·생활가전 중심의 1라운드, 스마트폰으로 맞붙은 2라운드에 이어 또 하나의 격전지가 형성될 전망이다.이 분야에 먼저 뛰어든 것은 LG전자다. 이 회사는 2017년 공항에서 길을 안내하는 ‘클로이 가이드봇’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7종의 클로이를 출시했다. 삼성전자의 초기 서비스 로봇이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췄다면, LG전자의 주력 제품은 병원이나 도서관, 물류창고 등에서 활약하는 상업용 서비스 로봇이다. 식당에서 단순·반복 조리를 맡는 조리 로봇, 물건을 옮겨주는 배송·서빙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두 회사의 공략 지점은 다르지만 사업을 강화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다른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협동 로봇 전문 코스닥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율은 약 10.3%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CJ대한통운과 차세대 물류 로봇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인공지능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와 협업을 시작했다.업계에선 갈수록 커지는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두 회사의 ‘발전적 경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브랜드에센스마켓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21년 352억4000만달러(약 44조원)에서 2027년 1409억4000만달러(약 177조원)로 커질 전망이다.어느 쪽이 먼저 대중화를 이끄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비스 로봇은 대당 수천만원대다. 1000만원 선에서 시작해 기능을 추가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제품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 가격대로 출시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상용 인공위성은 크게 정찰 및 관측, 통신, 항법위성으로 나뉜다. 아리랑 위성은 정찰위성, 천리안 위성은 관측위성이다. 2분기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통신위성이다. 항법위성은 GPS(글로벌위치시스템) 운용에 필요한 인프라다.미래 전쟁에서는 이들 위성의 복합적 운용 능력이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현재도 미국 등 서방은 스타링크 통신위성과 카펠라스페이스, 아이스아이 등의 정찰위성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며 러시아 침략 전쟁에 맞서고 있다. 한국 군이 구축하고 있는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의 성패 역시 크고 작은 정찰·통신·항법위성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KAIST와 방위사업청이 함께 준비에 나섰다. KAIST는 ‘이종 위성군 우주 감시정찰 기술 특화연구센터’를 2일 열었다고 밝혔다. KAIST 관계자는 “우주에서 운용되는 다양한 위성에 대한 핵심 기반기술 확보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특화연구센터를 설립했다”고 말했다.특화연구센터는 주로 초소형 위성군의 설계와 운영에 관련된 기초기술을 연구한다. 서로 다른 임무 장비를 탑재한 다수 이종위성 집합체를 감시·정찰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방위사업청이 지원하고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관리한다. 2028년까지 1차로 221억원을 투입한다.KAIST가 연구 주관을 담당하고 LIG넥스원, 쎄트렉아이의 위성 데이터 처리 자회사 SIA 등 4개 기업이 참여한다. 서울대 고려대 조선대 등 14개 대학도 세부 과제를 맡았다. 크게 △이종 위성군 설계 및 운용기술 연구실 △감시정찰 기술 연구실 △이종 위성군 지원용 우주통신 연구실 △이종 위성군 검증 및 기반기술 연구실 네 곳을 운영할 방침이다.2일 대전 KAIST 본원 KI빌딩에서 열린 특화연구센터 개소식에는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 최한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특화연구센터장을 맡은 최한림 교수는 “이종 위성군을 통합 활용하는 기술은 세계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도전적인 기술”이라며 “군의 우주국방 로드맵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인공지능(AI), 로봇, 거버넌스 개선, K-드라마, 국민의힘 전당대회 ….연초부터 증시를 뜨겁게 달군 테마주들이다. 대부분 엉덩이가 가벼운 중소형주들이어서, 주가 등락폭이 크고 주기가 짧은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급등이 수급 쏠림만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27% 뛰었다.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4843억원으로 코스닥 26위다. 씨젠과 위메이드보다 덩치가 커진 것이다. 작년 12월 30일 종가 기준 시총 순위가 92위(5782억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사이 66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의 고속 질주는 국민주 삼성전자의 투자가 이끌었다. 올 1월 3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589억8208만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점찍은 첫 로봇기업'이란 수식어가 생기면서, 이후로 회사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로봇주가 강력한 테마를 형성하면서, 이 기간 휴림로봇(64.14%), 유진로봇(50.26%), 로보티즈(42.22%), 에브리봇(17.97%) 등도 크게 뛰었다.AI 챗봇인 '챗GPT'의 인기로 관련주도 새해 주요 테마로 급부상했다. 작년 말 출시된 챗GPT는 컴퓨터가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규모 글을 학습해 사람이 쓴 것과 비슷한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 수가 100만명을 웃돌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 개발사인 비영리법인 오픈AI(OpenAI)에 약 12조원을 투자한다고 알려진 데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행정안전부 등으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던 자리에서 챗GPT를 극찬했다는 게 전해지면서 유명세가 더해졌다. 올 들어 코난테크놀로지(275.93%), 비플라이소프트(100.89%), 솔트룩스(73.9%), 마인즈랩(56.32%), 이수페타시스(31.62%) 등이 챗GPT 관련주로 꼽히면서 초고속 상승세를 보였다.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기대감을 등에 업은 '거버넌스 관련주'도 올들어 부각되고 있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국내 은행주 캠페인'을 벌이면서 주주친화정책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신한지주(20.6%), KB금융(18.35%), 한국금융지주(16.7%) 등이 올들어 급등했다. 임플란트 대장주인 오스템임플란트도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를 비롯해, MBK파트너스·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등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지분 매집 소식에 34.97% 강세를 나타냈다.정치 테마주도 뺄 수 없다. 오는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당권 경쟁에 나선 안철수 의원이 잇단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받을 때마다 관련 테마주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안 위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보안기업 안랩의 주가는 올해에만 45.28% 뛰었다.테마주들은 폭등세를 연출하다가도 가격 부담이 생기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한 순간에 급락할 수 있다. 이렇게 변동성이 큰 만큼 전문가들은 테마주들 가운데서도 주도주로 확대될 수 있는 종목들을 선별해 가며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증시 불황기를 제외하면 본래 1월은 그해 주식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고, 이들 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산발적으로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작년 낙폭이 과대했던 기술주와 성장주에 테마주가 몰려있다"며 "장기 강세를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방망이를 짧게 가져가는 전략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탁 유진자산운용 주식운용실 이사는 "보통 수급적 측면에서 보면 개인이 지지하면 테마주, 기관이 지지하면 주도주라 할 수 있다"면서도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테마주들은 대체로 시가총액이 작고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산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런 가운데에서도 줃주와의 교집합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관들의 수급이 들어오고 있고 실적 등 숫자로 연속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있는 종목들을 위주로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