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 5분간 기자 외 접속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선한결 기자
싸이월드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 5분간 기자 외 접속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선한결 기자
‘블록체인’ ‘P2E(돈 버는 게임)’ ‘메타버스’. 2021년부터 작년까지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 분야의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치자 관련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최근 산하 기업 메타버스월드의 조직개편에 나섰다. P2E 게임 개발 담당자 등 직원 상당수를 넷마블에프앤씨로 전환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게임 기획을 맡은 일부 직원은 수습 기간이 끝났지만 정규직원으로 고용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P2E 기반 게임 시장이 침체한 것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나홀로 접속…'개점휴업' 메타버스, 게임업계 "돈 버는 게임, 돈 안되네"
넷마블에프앤씨는 지난 16일 자회사 메타버스게임즈를 흡수합병하겠고 발표하기도 했다. 작년 6월 플로피게임즈를 인수해 사명을 바꿔 출범한 지 불과 반년여 만이다. 게임업계는 이를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메타버스월드와 메타버스게임즈는 그간 각각 블록체인과 P2E 게임, 메타버스, 디지털휴먼 등 메타버스 관련 신사업을 벌여왔다. 모두 수년 전 기대에 비해 뾰족한 수익 모델이 나오지 않았다. 넷마블이 지난해 10년 만에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도 이런 대규모 투자 영향이 크다. 넷마블의 작년 영업적자 폭은 약 10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국내 다른 주요 게임사도 수익성 강화 기조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달 사내 행사에서 긴축 기조를 시사했다. 엔씨소프트도 마케팅비 절감 등을 내부 주요 목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와 NHN 경영진은 각각 올 신년사에서 기존 주력 분야 신작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초까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던 것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이는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시장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서다. 이용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메타버스 검색 관심도는 최근 2년간 고점(작년 11월) 대비 3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나와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도 실제 이용자가 많지 않다. 로블록스, 제페토, 이프랜드, 젭, 디토랜드, 윌드, 인사이드, 세컨블록, 미러시티 등 ‘가상 세계’가 너무 많이 나뉘어 있는 까닭이다. 상위 2~3개 플랫폼을 제외하면 거의 개점휴업 상태라는 게 업계 평가다.

싸이월드의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은 작년 8월 출시 이후 다운로드 수가 1만 회가량에 그쳤다. 26일 오후 4시 플랫폼에 접속해 보니 최소 두 달 전에 나왔을 크리스마스 장식이 그대로 있는 등 관리가 되지 않았다. 동시 접속한 이용자는 딱 한 명뿐이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투자시장 자금줄도 말라붙으면서 덮어놓고 신사업에 투자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우후죽순 등장한 메타버스 서비스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