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제품도 '평균 실종' 가속
삼성·애플, 프리미엄폰에 집중
갤럭시 A7·아이폰 SE 단종 전망
TV시장 침체에도 초대형 잘 팔려
평균 실종.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그의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3>을 통해 제시한 올해의 키워드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중간’이 사라지는 현상을 지칭한 말이다.
소비자 접점이 큰 정보기술(IT)·가전 시장에서도 ‘평균 실종’ 현상이 빠른 속도로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간 가격대 스마트폰을 단종시키고 프리미엄 또는 저가폰에 집중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애플, 중간가격 모델 포기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스마트폰 중저가 제품군 중 상대적으로 고사양인 ‘A7’ 모델을 출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A7 모델은 갤럭시 S나 Z시리즈, 저가 스마트폰인 A1~A5 제품 사이에서 ‘어중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들도 외면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19년 출시된 갤럭시 A71의 글로벌 출하량은 1250만 대였지만 지난해 나온 A73의 출하량은 300만 대 수준에 그쳤다.
애플도 비슷한 상황이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부품사들에 ‘2024년형 아이폰SE의 생산과 출하 계획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아이폰SE는 고성능 반도체에 저가형 디스플레이를 넣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낮춘 중가 모델이다. 애플 전문가로 꼽히는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SE 4세대 양산이 취소되는 건 중저가 아이폰 출하량이 꾸준히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Z 시리즈 등 ‘폴더블’에 주력
소비자들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비싼 값을 주더라도 최고급 제품을 쓰겠다는 트렌드가 확산한 영향이다.
‘중저가 제품 천국’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에서 지난해 3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400달러 이상)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4’ 중 최고급 모델인 999달러짜리 ‘프로맥스’에 주문이 집중되며 해당 모델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갤럭시Z로 대표되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도 평균 실종 현상의 한 단면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이 1850만 대로 지난해(1280만 대) 대비 44.5%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TV 시장에서도 평균 실종의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전반적인 TV 시장 부진 속에서도 올해 70인치 이상 초대형 프리미엄 TV 출하량 전망치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1627만 대로 예측됐다.
한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는 상당 기간 진행될 수 있다”며 “타깃 시장을 명확히 하고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는 게 향후 가전업계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만에 증시가 반등하고 있지만 개인들은 투자 종목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별 종목별로 주가가 오르내리는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펀드매니저가 본격적으로 종목 쇼핑에 나서는 시기인 만큼 사모펀드가 사들이는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현금 줄이는 사모펀드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사모펀드가 보유 중인 예금은 작년 12월 말 4143억원에서 4010억원(이달 19일 기준)으로 감소했다. 작년 10월 말(5004억원)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줄었다. 전체 자산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51%(작년 12월)에서 2.31%로 하락했다. 펀드의 보유 현금은 주식시장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거나 저평가 종목이 많아질 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물가 상승세가 안정화되고 주식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사모펀드가 낙폭 과대주와 중소형 테마주 위주로 매수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사모펀드 매매 동향이 주목받는 이유는 사모펀드가 장세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움직이는 ‘스마트 머니’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 IR(투자설명) 관계자는 “낙폭과대 종목을 발굴하려는 사모펀드 매니저들의 기업 탐방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가 사들인 종목은?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모펀드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코스피지수가 상승할 때 수익을 내는 코스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6개를 차지했다. KODEX200, TIGER코스피 등을 25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개별 종목은 삼성전자(474억원), SK하이닉스(414억원), 삼성전기(379억원) 등 반도체 관련주다. 삼성전기는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를 생산한다. MLCC는 반도체산업의 쌀로 불린다. 반도체주 외에는 카카오(256억원), 우리금융지주(140억원), 현대글로비스(126억원), 현대제철(96억원), LG이노텍(92억원)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전문가들은 사모펀드가 사들인 코스닥 중소형주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중소형 테마주가 돌아가면서 급등하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어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사모펀드가 매집하는 종목들이 급등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올해 사모펀드가 가장 많이 사들인 코스닥 종목은 파라다이스(88억원)로 집계됐다. HK이노엔(59억원), 네오위즈(50억원), 넥슨게임즈(48억원), 이녹스첨단소재(45억원), 뉴로메카(40억원), 원익IPS(39억원), 오스코텍(32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파라다이스는 중국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1242억원으로 전년 대비 3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K이노엔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중국 의료보험에 등재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29% 늘어난 84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의 기업 탐방이 급증하면서 사모펀드의 개별종목 투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1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 개별 중소형주가 오르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인공지능(AI) 테마가 25일 국내 증시를 주도했다. 가장 크게 반응한 건 반도체주였다.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AI 챗봇 챗GPT가 정보기술(IT)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으면서다. AI 기술 개발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도 급등세를 보였다. 두 달 만에 ‘9만닉스’ 입성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2.59% 상승한 6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4.34% 급등한 9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두 달여 만에 9만원대를 회복했다.설 연휴에 해외 반도체기업 주가도 크게 반등했다. 이달 21~24일 엔비디아(14.9%) 퀄컴(11.2%) AMD(10.3%) 마이크론(8.7%) 등이 일제히 급등했다.마이크로소프트가 대화형 AI 챗GPT 개발사인 세계 최대 AI연구소 오픈AI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영향이 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투자 금액은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챗GPT는 완성도 높은 글쓰기는 물론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AI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와 같은 AI 기능을 자사의 모든 제품에 넣을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이 같은 발표 후 업계에서는 AI 관련 D램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아마존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버지니아 데이터센터에 2040년까지 35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한다고 최근 발표했다.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설비투자 규모가 당초 우려했던 만큼 크게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는 고가의 D램이 장착되기 때문에 빅테크 간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D램 업황에는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AI 기반 비즈니스 모델 커질 것”다른 국내 AI 기술 관련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챗GPT의 흥행을 계기로 AI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이날 셀바스AI는 18.07% 오른 1만4050원에 마감했다. 장중 25% 넘게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약 110%에 달한다. 셀바스AI는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국내 1호 AI 상장사다. 컴퓨터와 인간이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HC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14.34%) 알체라(14.36%) 솔트룩스(13.55%) 등도 강세를 보였다.하이투자증권은 AI 관련 상장사 중 솔트룩스와 루닛을 추천했다. 솔트룩스는 심층적인 대답이 가능한 대화형 AI 기술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갖고 있다. 루닛은 국내 최초의 딥러닝 의료 AI 전문기업이다.심성미/박의명 기자 smshim@hankyung.com
삼성전기가 올해 설비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기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관련 부품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다.김원택 삼성전기 부사장은 25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주요 전방사업 수요가 둔화하는 데 따라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키지기판(FC-BGA)은 거래 기업과 연동된 사안이 있어서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하겠지만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쪽 설비투자는 줄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삼성전기 측은 올해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 수요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대신 전장, 서버 등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차량용 부품이나 서버,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 위주로 유연하게 투자한다는 방침이다.김 부사장은 “전장용 MLCC, 전장용 카메라모듈, 서버용 패키지기판 등 주요 제품의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1조9684억원, 영업이익 1012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7.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7.4% 줄었다. IT 기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관련 부품 주문이 감소한 게 실적 부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6% 감소한 9조4246억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4% 줄어든 1조1828억원에 그쳤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