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는 이용자의 시청 기록이 남는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인 맞춤형으로 추천해 준다. 비슷한 기능은 토종 OTT 서비스 왓챠에도 있다. 다만 왓챠 앱에서 시청한 콘텐츠만을 기반으로 추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론 이런 경계가 무너진다. 넷플릭스 시청 정보도 왓챠에 전송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통신 정보 마이데이터의 ‘콘텐츠 시청 정보’ 6가지(선호 콘텐츠, 검색어, 시청 시간 등)가 국가 표준안으로 통합되는 덕분이다. 사용자의 ‘디지털 발자국’은 OTT뿐만 아니라 통신사·포털 등을 넘나들며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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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표준화’ 속도 낸다

2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이종산업 간 마이데이터 표준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초안의 핵심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 분야 정보 항목(중분류)에는 통신사(13종)·포털(17종)·OTT(2종) 등이 포함돼 있다. 대상 기업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네이버·카카오, OTT인 넷플릭스·왓챠·티빙 등이다.

통신사는 이용자의 통신비 납부액과 연체 기간, 소액결제 정보와 한도, 위치 정보 등 66개 정보를 표준화한다. 포털은 검색어와 검색 일시, 웹과 앱 서비스 접속 정보와 상품 및 구매액 등 56가지 데이터 규격을 통합한다. 이들 정보는 이용자의 정보 전송 요구가 있으면 다른 회사로 이전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데이터는 과거엔 상업적 가치가 없었지만 최근 기술 발전으로 기업들의 수요가 커졌다. 내비게이션 티맵의 ‘T지금’ 서비스의 누적 이용자 수는 1060만 명에 달한다. T지금은 티맵 사용자의 전국 실시간 주행 데이터를 5분 단위로 분석해 그날의 인기 관광지, 음식점, 카페 등을 확인하거나 복잡한 장소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

데이터 규격이 표준화되면 이런 서비스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같은 산업군을 넘어 이종산업 간 데이터 유통도 가능해지게 된다. 내비게이션 데이터가 포털이나 여행·유통 기업에 넘어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도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마이데이터 활용은 기업이 얼마나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세부정보 관리문제도

세부 내역 기준으로 856가지에 이르는 개인정보를 다루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불거질 이슈가 개인정보 유출 문제다. 이용자 동의를 구하긴 하지만 민감도가 큰 정보가 적지 않다. 통신사 ‘감면 정보’ 항목엔 장애 등급, 장애 정도, 기초생활수급자 정보 등이 담겨 있다. 교육업체의 ‘성적 정보’엔 내신·입학 성적,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까지 포함돼 있다. 음식업 ‘주문 정보’에는 무엇을 언제 먹었는지 등의 정보가 담긴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마이데이터 활용에 따른 편리함도 있지만 민감 정보 유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 장치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자 간 데이터 전송비 문제도 있다. 이용자가 데이터 이전을 요청했을 때 전송비를 감당하는 것은 업체 몫이다. 데이터와 이용자를 많이 보유한 대형 업체일수록 적정 수수료를 받지 못하면 손해가 발생한다. 반면 후발주자는 과도한 수수료를 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먼저 시작한 금융권에서도 구체적 과금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개인 데이터가 서비스가 되는 ‘협력 정보’ 시대를 막을 순 없다”면서도 “정부의 사업자 관리와 업체들의 개인정보 이용 내역 통지 방안 등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