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투자를 유치해 단기간에 고속 성장하는 걸 목표로 한다. 투자금으로 회사 규모를 키워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뒤 수익화를 시도한다. 지속적으로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얼마간은 적자를 내도 괜찮다는 전제 아래 세워진 성공 법칙이었다.
하지만 최근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한 스타트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자 외부 투자 없이 자체적으로 수익모델을 만든 자수성가형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경 긱스(Geeks)가 투자를 받지 않고 회사를 성장시켜온 나승균 넛지헬스케어 대표와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에게 수익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방법과 그 과정에서 겪어온 시행착오를 물었다.
#1. 넛지헬스케어의 성장법
건강관리 앱 캐시워크로 잘 알려진 넛지헬스케어는 법인 설립 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회사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577억원으로 전년 매출(569억원)을 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78억원이다. 회사 설립 이래 △2019년 21억원 △2020년 33억원 △2021년 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넛지헬스케어는 의사 출신 나승균 대표가 개발자 출신 박정신 대표와 2016년 창업했다.
나승균 넛지헬스케어 대표(왼쪽),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오른쪽). 기업들은 왜 캐시워크에 광고할까
캐시워크는 앱 내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퀴즈 형식을 비롯한 다양한 광고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이용자들에게 노출시켜 효과를 낸다. 나 대표는 긱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래매틱 광고로 최적화 작업을 해서 지난해 광고 매출이 잘 나왔다"며 "자체 인공지능(AI) 기술로 SSP(광고 고객을 위한 플랫폼)를 만들었고, 광고를 거래할 때 광고 관리자가 아닌 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인앱 광고 매출의 핵심은 캐시워크가 초기부터 이용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나 대표는 "처음부터 광고 수익 모델을 고려하고 창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대규모 사용자 풀이 존재했기 때문에 광고 매체를 찾는 기업 입장에선 매우 매력적인 툴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캐시워크는 100걸음마다 1캐시를 주는데, 적립한 캐시는 스타벅스, CU, 메가박스, 교촌치킨 등 주요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다.
캐시워크 내 화면. 캐시워크 앱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360만명 수준이다. 매일 360만 명이 캐시워크를 켜고 접속한다는 뜻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1800만 건에 이른다. 나 대표는 "서비스 출시 직후 소위 리워드앱이 유행하고 캐시워크의 보상이 관심을 받으면서 단기간에 많은 사용자를 모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서비스 특성상 매일 접속하는 충성 이용자가 많다. 나 대표는 "안드로이드 버전의 경우 만보기 기능을 휴대폰 잠금화면에 도입해 사용자들이 걸음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여기에 재미를 느끼는 사용자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잠금 화면에 만보기를 도입한 것은 캐시워크가 최초다.
광고 매출-이용자 보상 선순환 구조가 핵심
광고모델이 자리잡고 적지않은 매출을 내기 시작한 뒤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돈을 쏟기 보다는 이용자 보상에 신경을 더 써왔다고 나 대표는 설명했다. 이용자들이 캐시워크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보상'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대한 많은 광고 매출을 얻고, 이를 사용자들에게 최대한 많이 돌려주는 구조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케팅이나 광고로 단기간애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잘 알려진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는 보상, 일상과 밀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보상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확장을 위해 지난해 다이어트 건강 특화사업부인 지니어트를 만들고 수익모델 다각화도 시도했다. 캐시워크의 광고 매출 외엔 지니어트 키토제닉 전문 브랜드 '키토선생'의 저당·저탄수화물 식품 판매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키토선생이 지니어트 매출의 약 75%를 차지한다. 나 대표는 "지니어트의 매출 기여도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라며 "캐시워크에 비해 신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당장 추가적인 수익모델을 고민하곤 있진 않고 있다고 했다. 나 대표는 "캐시워크 유료화나 구독모델 도입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안정화가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2. 딜라이트룸의 성장법
글로벌 모닝 웰니스앱 알라미 운영사인 딜라이트룸 역시 외부 투자 없이 흑자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작년 매출 192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57%나 된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50%, 영업이익은 93% 늘었다. 2020년(매출 60억원, 영업이익 32억원)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배 이상 늘었다.
광고 효율 어떻게 높였을까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지난해 매출 상승의 가장 큰 이유가 광고 효율을 높인 영향이라고 했다. 작년 광고 매출은 약 13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했다. 2020년보다 4배 늘었다. 신 대표는 높은 영업이익률에 대해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써서 매출을 확 올리기 보다는 ROI(투자수익률)가 잘 나오는 선에서만 유지를 하고, 나머지 리소스는 서비스 확장이나 제품 개발 같은 수익모델 고도화 쪽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딜라이트룸이 2012년 개발한 알라미는 전 세계 97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글로벌 알람앱이다. 비몽사몽한 수면관성 상태를 단축시키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기상미션(스쿼트, 수학문제 등) 기능을 제공한다. MAU는 450만명, 누적 다운로드는 7000만건이다. 창업 이후 매년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 중이다.
딜라이트룸의 광고 원칙은 사용자 경험(UX)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로 광고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신 대표는 "단순하게 광고를 덕지덕지 붙이면 매출은 늘겠지만, 그것보다는 이용자들이 광고가 많다고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광고를 하나 더할 때도 A/B테스팅을 해서 반응을 보고 내부에서 굉장히 많은 연구를 한다"고 말했다.
또 알라미 이용자의 85%는 해외사용자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 이용자들을 상대로 한 광고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 딜라이트룸은 주요 국가의 로컬 광고 파트너들과 컨택해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광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특정 국가에서 굉장히 좋은 광고 네트워크 플랫폼이라고 해서 썼는데 막상 광고 수익이 안 나온다거나, 좋은 조건인 줄 알고 계약을 했더니 미끼상품인 경우였다. 신 대표는 "전세계 20~30개 정도 되는 파트너와 교류하면서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파트너들과 테스트하면서 노하우가 쌓였다"고 말했다.
'뾰족한' 기능으로 만든 유료 이용자
광고 매출 외 나머지는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에서 나온다. 월 5900원을 내면 스쿼트 미션 등 고급 기상 미션과 다시 잠들기 방지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유료 구독자는 7만명 수준. 대부분 알라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헤비 유저라서 이탈률이 낮다.
2019년 처음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과연 사람들이 알람앱을 돈 주고 쓸까'를 질문해야만 했다. 답을 얻기 위해 이용자들을 인터뷰했다. 아침 30분을 확보할 수 있다면 한달에 몇천원 정도는 낼 수 있다는 의사가 확인됐다. 신 대표는 "2019년만 해도 OTT 외엔 구독 서비스가 적용돼있는 분야가 거의 없어 고민을 했다"며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뾰족하게 더 잘 깨우는 기능을 묶어 만들면 이용자들의 삶에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존 기능을 유료화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개발해 묶어 구독서비스를 출시했다.
구독 서비스는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유료 기능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내부에 집중해야 하는 게 특징이다. 알라미는 앞으로 일어나는 순간뿐만 아니라 자기 전 시간까지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신 대표는 "기상은 물론 자기 전에도 사람들이 제품의 가치를 확장하는 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며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이용자 유입은 물론 구독 수익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경 긱스(Geeks)가 벤처캐피털(VC) 및 스타트업 정보업체인 The VC와 함께 한 주간의 VC 투자 현황을 요약 정리해드립니다.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몰렸을까요? 지금 출발합니다.폐기물 운반 업박스, GS도 '찜'…145억원 유치폐기물 수집운반 토털 서비스 '업박스' 운영사 리코가 145억원 시리즈B 브릿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GS와 인비저닝파트너스가 후속 투자자로, CAC파트너스와 기업은행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누적 투자금은 300억원을 넘어섰다.2020년 출시된 업박스는 음식물, 플라스틱, 폐지 등 23종의 폐기물 수집 운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다.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등 기업형 급식 시설부터 맥도날드, 서브웨이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 식품 공장 등 2000여 개 기업 고객사를 확보했다.'지속 가능한 건축' 에너지엑스에 200억원 몰려ESG·지속가능 건축 플랫폼 에너지엑스가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웰컴벤처스, VTI파트너스, 어니스트벤처스, 인라이트벤처스 등이 이 회사의 성장성에 베팅했다. 누적 투자금은 315억원이 됐다.에너지엑스는 건축 플랫폼이자 에너지효율화 기술 기업을 표방한다. 건물의 신축, 리모델링을 위해 건축주와 건축사, 건설사를 연결하고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제공해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을 완성한다. 현재까지 기업 사옥부터 상가, 공장, 주택 등 570여 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축 규모는 총 1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국내 최초 우주인이 창업한 에이팀벤처스, 50억원 유치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를 운영하는 에이팀벤처스가 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투자자인 알토스벤처스를 포함해 종합상사 기업 LX인터내셔널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에이팀벤처스가 SI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무적 투자자(FI)로는 국내 증권사인 하나증권이 처음 투자했다.에이팀벤처스는 외주로 제품을 제조하고자 하는 고객이 온라인에서 제조업체(공장)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CAPA)'와 제조·건설업체 관계자들을 위해 개발한 도면 기반 협업 툴 '캐파 커넥트'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약 2200곳의 전문 제조업체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화물차 디스플레이 광고' 애드, 시리즈A 유치AI 기반 O2O 디지털 마케팅 스타트업 애드가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금액은 비공개다. 데브시스터즈벤처스가 투자했다.이 회사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광고 효과를 측정해주는 솔루션인 '애드아이'와 모빌리티 광고 플랫폼 '달고S', '달고T'를 운영하고 있다. 달고T는 화물차를 활용한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중개 플랫폼이다. 화물차 옆면에 디스플레이를 부착한 게 특징이다. 지난해 9월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했다.'상업용 부동산' 스위트스팟, 95억원 시리즈B 유치리테일 프롭테크 회사 스위트스팟이 9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알토스벤처스, 시그나이트파트너스, 한화투자증권, 우미건설, 하나증권, ES인베스터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이 회사는 기업들이 팝업스토어 열기에 적합한 공간 찾아 등록하고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500여 개의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1500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편집숍 운영, 행사 공간 대관, 상업시설 임대차 대행 등의 업무를 제공한다. 성수동 '성수낙낙' 여의도 '파이낸스타워' 신도림 '쉐라톤 디큐브시티' 등의 임대 대행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퓨처플레이가 낳은 로봇 플랫폼 퓨처키친, 투자 유치 성공무인 자동화 주방 플랫폼 퓨처키친이 프랜차이즈 '본촌치킨' 운영사 본촌인터내셔날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금액은 비공개다.퓨처치킨은 퓨처플레이 컴퍼니빌딩 분사 기업이다. 로봇 통해 음식을 주문받고 제조까지 하는 주방 자동화 플랫폼을 내놨다. 현재 자사 브랜드 '왓어크리스프' 매장에 로봇 자동화 치킨 조리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주문 자동 수락부터 부위 선택, 반죽 묻히기, 튀기기 등의 작업을 자동화했다. 기존 3명이 필요했던 인력을 1명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리걸테크 로앤굿, 70억원 유치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굿이 7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 스프링벤처스, 나우아이비캐피탈, HB인베스트먼트, 한빛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이 회사는 이용자가 여러 변호사의 제안서를 받아본 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출시 2년 만에 200만명의 이용자가 4만 건 이상의 사건을 의뢰했다는 설명이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식용유, 콩, 고기, 소금, 순대…. 식재료는 어떤 경로로 식탁에 오를까요? 공장에서 생산된 여러 물품은 몸속 혈관과도 같은 물류망을 통해 전국으로 퍼지게 됩니다. 과정의 숨은 공신이 도매상 역할을 하는 중소 식자재 업체와 물류센터입니다. 도심지 외곽 지역에 위치한 이들은 50조원 규모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의 70%를 차지하지만, 그간 디지털 자동화와 거리가 가장 먼 업계 중 하나였습니다.사람의 힘에 의존하던 현장을 바꾼 것은 스타트업의 기술이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디지털 전환이 시작된 경기도 남양주의 식자재 물류센터를 직접 찾았습니다. 변화의 핵심은 시스템 기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체계화에 있었습니다. 식자재 도매상도 'SaaS' 쓰는 시대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은 식자재 도매업체인 ‘다봄푸드’가 위치한 곳입니다. 한적한 외곽도로를 지나자, 흰색 트럭이 오가는 2000평 상당 물류센터 부지가 나타났습니다. 입구로 진입하자 드러난 넓은 공터에선 작업자들이 식용유 박스 분류 작업에 한창이었습니다. 테이프와 검은색 비닐이 즐비하게 늘어진 이곳에선 택배가 오갈 때 내용물이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려 이런 작업을 자주 벌인다고 합니다. 한쪽에서는 지게차가 분주히 오갑니다.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은 주황색 지게차는 갖가지 종류의 물품을 창고에서 트럭으로 운반합니다. 공터를 둘러싼 창고는 대부분 냉동 창고와 냉장창고입니다. 총 17개로, 도매업체 중에선 큰 규모로 분류됩니다. 냉장창고는 양파와 같은 기본적인 식자재부터 달걀, 플레인요거트 등 갖가지 품목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냉동 창고에선 돈까스나 치킨 가라아게 등 식당 수요가 높은 식자재들이 쉴새없이 출하되고 있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취급 품목은 총 4000개 정도”라며 “서울에 위치한 뷔페와 한식당 등이 주요 고객층”이라고 설명했습니다.스타트업 업계에서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거대한 미개척 분야로 묘사됩니다. 사업자등록증 기준 2만 개 상당의 중소 식품 도매상이 저마다의 영업과 노동력을 투입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등 10개 내외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장 공략을 위해 힘을 쓰고 있지만, 침투율은 20~30% 상당에 그치고 있습니다. 급식과 외식업 식자재를 같이 취급하는 대기업마저도 조단위 매출액의 상당수가 캡티브 마켓(계열사 내부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중소 도매상들의 영업 실적은 노력하기 나름인 셈입니다. 배송 기사를 합쳐 60명 정도가 근무하는 다봄푸드는 지난해에만 5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공터 좌측에 위치한 건물 2층에 들어서자, 수십 개 박스가 쌓인 창고 맞은편에 작은 사무실이 나타났습니다. 다봄푸드의 직원들은 엑셀 작업이 주 업무인 다른 도매상과는 다소 다른 프로그램을 만집니다. 기윤진 다봄푸드 부장은 스타트업 마켓보로가 만든 ‘마켓봄’을 모니터 화면에 띄웠습니다. 마켓봄은 식자재 유통을 관리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입니다. 품목 수·발주와 재고 관리 등이 핵심 기능입니다. 기 부장은 “식자재 비즈니스의 핵심은 매입 경쟁력”이라며 “거래처와 매입 가격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는지가 업체 실적을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봄푸드 관리자급 직원의 하루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살피는 데이터는 미수금 현황입니다. 마켓봄에서 거래처와 순매출액별로 매출액과 거래 잔액 등을 확인합니다. 이후엔 품목 출하 데이터와 마진율을 살핍니다. 상품별로, 일자별로 정렬 기준을 바꿔가면서 어떤 물건을 더 사고 덜 팔아야 하는지 알아보는는 것입니다. 재고 관리도 필수입니다. 품목을 빼거나 더하는 것도 이런 과정 중에 결정됩니다. '감' 보다 데이터?…거래처 2000개 늘었다기 부장이 지난 5일 ‘미수/미지급 현황’ 탭을 켰습니다. ‘주문관리’를 누르고 회사명과 조회 기간, 거래처 구분과 영업 담당 등을 입력하자 8000건이 넘는 거래처 코드데이터가 나타났습니다. 거래처명과 이월 잔액, 순 매출금액과 입금금액 등 품목이 오갈 때 필수적으로 기입되는 항목들입니다. 그는 ‘55.41%’ ‘-16.5%’ 등 거래처별 이익률을 누르며 “매출과 매입, 배송 담당 등 필터를 걸어 분류별로 데이터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디지털 플랫폼이 생기기 전엔 이런 작업을 ‘감’에 의존했습니다. “3~4만원이 넘어가는 식자재 위주로 100여개 품목을 매일 조사하면 재고의 80% 상당은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정확도는 떨어졌습니다. “엑셀을 쓰면 그나마 다행이고, 화이트보드에 검은 매직으로 표를 그려 작업하는 업체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방식을 바꾸려는 대표는 적었습니다. “거래처 현황 정도야 ‘내 머리에 다 있다’는 도매상들의 기조” 때문이었습니다.마켓봄 역시 초창기 확장에 고전했습니다. 마켓봄의 정식 앱이 나온 것은 2019년 하반기입니다. 당시 마켓보로는 임사성 대표와 영업팀 7명이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도매상을 쫓아다니며 일일이 대면 영업에 나서야 했습니다. 상인들에게 프로그램을 쓰는 법을 하나하나 알리며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 2021년부터입니다. 지난해 주문관리, 이익률 관리 등 맞춤 설정을 고도화한 ‘마켓봄 프로’를 출시하며 고객사 수를 600개까지 늘렸습니다. 올해는 2000개까지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도입으로 찾아온 변화는 관리 시간 단축입니다. 기존 다봄푸드 납품처는 500개 상당이었습니다. 숙련된 관리자가 엑셀 작업을 통해 품목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간은 매일 1시간 정도입니다. 현재는 10분 정도가 걸립니다. 주문관리, 매입관리, 단가 및 재고 관리 등의 탭을 클릭하는 것이 곧 정리입니다. 마켓봄과 함께 제공되는 온라인 식자재 매칭 서비스 ‘식봄’도 역할을 했습니다. 웹 상으로 납품처를 이어주는 시스템이 따라붙으며, 다봄푸드 거래처는 1년 만에 2000개까지 늘었습니다. 매출액은 약 2배 증가했다고 합니다.편의성이 커도, 사용자가 적으면 의미는 없습니다. 장애물은 역시 도매상들의 보수적 ‘관성’입니다. 스타트업 마켓보로에게 중소 도매상의 90%는 잠재 고객이자 앞으로의 공략 대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제 시작인 셈입니다. 이를 위해 마켓보로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서비스는 빅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예측 기능입니다. 신설 보직인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관련 연구를 이끌고 있습니다.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는 “마켓보로 최종 사업 목표는 단순한 식자재 SaaS나 오픈마켓 운영이 아닌, 데이터로 식자재 유통업 구성원들 ‘페인 포인트(불편 지점)’를 해소하는 데 있다”며 “식자재별 현황을 한눈에 살피는 대시보드 고도화, 사업 리스크를 알릴 수 있는 기능을 우선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참 한 가지 더강진 마켓보로 CDO "데이터 기반 '식자재 지수' 만들겠다"마켓보로는 최근 강진 신임 CDO를 영입하고 CEO 직속 ‘데이터&AI 테크실(데이터실)’ 조직을 신설해 10명을 편제했습니다. 최고기술책임자(CTO)와는 별개로 실 산하에 데이터 엔지니어링팀과 데이터사이언스팀 2개를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수천 개의 거래 업체 현황을 살필 대시보드와 미수금이 많은 거래처, 이익률이 낮은 거래처나 품목 등을 자동으로 파악하는 알람 기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오는 3월 출시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강 CDO는 판교에선 잔뼈가 굵은 데이터 분석가입니다. 2002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만들다가, 네이버 검색서버랩으로 이직하며 데이터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딱딱한 제조업을 벗어나고 싶었다”는 그는 “네이버가 지금처럼 크지 않을 때였는데, 느슨한 듯 각자 열심히 하는 분위기에 홀로 ‘문화충격’을 받았다”고 소회했습니다.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최적의 데이터를 정렬시켜주는 것이 그의 첫 업무였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검색, 이미지 검색 서비스 등을 개발하며 다뤘던 데이터가 약 10억 건”이라고 했습니다. 이후 SK플래닛에서 티맵 장소검색,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검색추천 모델링 담당을 거쳤습니다. “조그만 카카오 데이터 조직이 거대해지는 것을 보고 새 도전 기회를 찾았다”는 그는 스타트업인 마켓보로를 새 직장으로 택했습니다. 식자재 SaaS 서비스가 “아직 앞 단계”라는 것이 이유입니다. CDO 합류와 동시에 기획된 대시보드 고도화 작업은 “유통사별로 어떤 물건이 잘 팔리고 안 팔리는 지 등 직접 숫자를 읽어가며 파악했던 요소를 정리해 주는 기능”이라고 했습니다. 누적 거래액 3조원을 바탕으로 쌓은 데이터가 기반입니다. 그는 “일단 데이터 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에, 일반 개발자들이 익혀온 기술이나 철학은 실무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며 “빠른 조직개편이 장점인 스타트업에서 CDO 직책 신설은 ‘사업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데이터실은 내년까지 20명 규모로 인력을 늘릴 예정입니다.‘식자재 지수’를 개발하는 것도 주요 목표입니다. 식자재의 가격변동을 예측하는 일은 도매상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업력이 긴 도매상은 이에 따라 출하 가격을 조절해 실적을 방어하는 노하우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강 CDO는 “코스피 지수처럼 전반적인 시장 동향을 보여줄 수도 있고, 개별 식자재 항목을 계절별로 분석해 등락을 예측하는 기능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4분기 이후 개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만든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긱스(Geeks)가 26일 스타트업 뉴스를 브리핑합니다.알뜰폰 시작하는 토스 토스의 통신 자회사 토스모바일이 오는 30일 새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사전신청을 시작했다. 토스가 내놓을 통신 서비스는 미사용 데이터 캐시백을 시작으로 24시간 고객센터 운영 등 업계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서비스가 특징이다. 이용자가 이동통신 요금을 토스페이로 결제하면 결제 금액의 10%를 토스포인트로 매달 5000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가입 요금제가 제공하는 것보다 적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한 경우에도 미사용 데이터 요금을 매달 최대 1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신규 요금제는 4가지 종류로, 서비스 출시일 공개 예정이다. 토스 관계자는 기존 통신3사 데이터 및 통화 무제한 요금제 사용 가입자가 토스모바일 요금제로 변경할 경우 약 20% 이상의 통신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닥터나우, 김상헌-여민수 선임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가 네이버 김상헌 전 대표이사와 카카오 여민수 전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닥터나우는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 출신 사외이사 영입을 통해 산업 전반에 걸친 인사이트를 확보하고 고객경험 중심의 노하우를 이식하는 한편,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세워 나갈 계획이다.NHN클라우드, 투자한파 뚫고 1500억 유치 NHN클라우드는 IMM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 카리테스 주식회사로부터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2년부터 본격화된 고물가 고금리 상황으로 투자시장이 대폭 위축된 가운데서도 1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롯데홈쇼핑의 가상인간 '루시' 정식 쇼호스트로 데뷔 롯데홈쇼핑은 '루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첫 방송의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하고 매달 정기 방송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로서 '루시'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1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루시'는 인플루언서 활동부터 자동차 마케터, 홍보모델, 엔터테이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로 데뷔해 명품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의 가방 4종, 카드 케이스 3종을 판매해 25분 만에 준비 수량을 모두 완판시키기도 했다.로앤굿, 70억원 규모 시리즈 A2 투자 유치 로앤굿이 서비스 론칭 2년만에 70억 원 규모 시리즈 A2 투자 유치를 했다. 회사의 총 투자금액은 1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번 투자에는 미래에셋벤처투자를 비롯해 스프링벤처스, 나우아이비캐피탈, HB인베스트먼트, 한빛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VC) 다수가 참여했다.로앤굿은 여러 변호사의 제안서를 받아본 후 변호사를 선임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론칭 2년만에 약 200만명의 이용자가 4만건 이상의 사건을 의뢰했다. 케어링, 케이비자에 전략적 투자 케어링이 외국인 종합 비자 서비스 스타트업 케이비자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금액은 비공개다.케이비자는 2022년 10월 출시한 국내 체류 외국인을 위한 비자 서비스다. 한국에 체류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주자격, 취업, 유학, 결혼, 사업 초청에 필요한 비자 상담부터 신청, 발급, 갱신, 전환 등 비자 관련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외케어링은 이번 투자집행을 계기로 향후 케이비자와 손잡고 요양업계의 고질병인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구상이다.‘홈노크’ 플랫폼 등록 자산 27조 넘었다 야놀자클라우드와 KT에스테이트 합작사 트러스테이의 프롭테크 플랫폼 ‘홈노크(Home Knock)’ 등록 자산 규모가 27조 원을 넘어섰다.프롭테크 기업 트러스테이는 지난해 6월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 임대ᆞ자산 관리를 돕는 플랫폼 ‘홈노크’를 선보였다. 홈노크는 론칭 첫 달 등록 자산 1조 원 돌파 후, 매월 2배 가량 성장하며 지난해 연말 기준 등록 자산 27조 6000억 원을 넘어섰다. 홈노크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부동산 임대 관리 및 운용 효율을 극대화해 사용자의 자산 가치 향상을 돕는 프롭테크 플랫폼이다. 스위트스팟, 95억원 시리즈B 투자 유치 리테일 프롭테크 기업 스위트스팟이 벤처캐피탈 및 건설사 등으로부터 총 9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2회로 걸쳐 진행됐으며 이달 총 75억원의 투자금 납입을 통해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하게 됐다.투자에는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털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한화투자증권, 하나증권, ES인베스터, 우미건설, 손앤컴퍼니, 티그리스 등을 비롯해, 기존 주주인 알토스벤처스도 3회 연속해 참여했다.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