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불멍난로·촉각패드 뭐길래…CES 뒤집은 K스타트업 [영상]
투명한 디스플레이에 불이 활활 타오른다. 손을 가까이 대보니 제법 후끈하다. 앞으로 다가가 뒷면을 보니 불길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뒷면의 '사라진 불꽃' 쪽을 직접 만져보려 하자 직원이 나와 "안 됩니다. 엄청 뜨거워요"라며 제지했다.

디스플레이 하단에 표시된 온도는 80도. 유리 난로처럼 보이는 이 기구의 정체는 바로 '그래핀 라디에이터'다.

"신기하네"…폴더블 불멍난로부터 '촉각패드'까지

서울대 화학과 교수인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가 만든 '그래핀 라디에이터'. 사진=조아라 기자
서울대 화학과 교수인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가 만든 '그래핀 라디에이터'. 사진=조아라 기자
올해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혁신적인 신기술을 선보이며 관람객들 눈길을 끌어당겼다. 주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2.5km 거리에 있는 '유레카 파크'에서는 CES '최고혁신상'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 신기술이 큰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 화학과 교수인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가 만든 이 '그래핀 라디에이터'는 철보다 강하고 가벼우면서 내구성이 강한 '꿈의 신소재' 그래핀으로 만든 난방 가전이다. 0.2㎚(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매우 얇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열전도율이 높아 기존 히터에 비해 30%가량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Z 모양 폴더블 구조로 접어 휴대 가능하며 원하는 이미지를 유리 디스플레이에 띄울 수 있다. 이번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그래핀 키친스타일러'. 사진=조아라 기자
'그래핀 키친스타일러'. 사진=조아라 기자
지난 6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홍 대표는 "자동차 앞 유리 성애 제거 소재를 연구하다가 그래핀으로 난방 기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가정 내 벽난로 문화가 있는 유럽 인테리어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내놓은 투명 조리기구 '그래핀 키친스타일러'는 그해 미국 타임지로부터 '올해의 발명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요리할 때 그래핀 파장이 식재료에 깊이 침투해 음식 안쪽까지 열을 골고루 전달해주는 장점이 있다. 프라이팬과 달리 기구 표면이 벗겨지지 않는다는 것도 어필 요소다. 오는 3월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폴더블 불멍난로·촉각패드 뭐길래…CES 뒤집은 K스타트업 [영상]
유레카파크에서 시선이 쏠린 또 다른 제품은 국내 스타트업 '닷(Dot)'이 개발한 점자 패드 '닷패드(Dot Pad)'다. 닷패드는 디스플레이 표면에 2400개의 핀이 올라와 PC나 모바일, 전자 칠판 등에 나온 도형·기호·표 차트 정보를 점자로 표시해 주는 기기다.

시각장애인들이 각종 정보 습득에 어려움이 있다는 데 착안했다. 닷패드는 교육·음악·인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각장애인들의 정보의 접근성을 높여줄 기기로 기대받는다. 역시 이번 CES에서 접근성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최고혁신상을 받은 닷패드. 사진=조아라 기자
최고혁신상을 받은 닷패드. 사진=조아라 기자
김주윤 닷 대표는 "애플과의 협업을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화면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시각장애인들이 문자나 게임 등 여러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닷패드는 미국 교육부와의 공급계약을 통해 올해부터 국공립 시각장애인 학교에 공급된다.

혁신상 30% 싹쓸이…K스타트업이 수놓은 '유레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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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파크에서는 강아지 사진을 촬영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질병을 분석해 주는 앱 티티케어 개발사 '에이아이포펫'도 주목 받았다. 앱을 다운로드해 반려동물의 눈이나 피부 사진을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이 건강 상태를 분석해 질병 여부를 알려준다.

반려동물의 종류, 생애주기 등을 고려해 활동량과 적정 식사량 등 건강관리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에이아이포펫은 반려동물의 눈, 피부 건강 체크 관련 특허 3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로 CES 혁신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유레카파크에 있는 국내 스타트업. 사진=조아라 기자
유레카파크에 있는 국내 스타트업. 사진=조아라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데, 반려동물은 그러기 어렵다. 대신 이처럼 사진을 찍어 질병을 알 수 있으면 보호자가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올해는 관철과 치아에 대한 질병 분석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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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랩이 내놓은 AI로 음식과 잔반을 측정 및 분석하는 스캐너도 흥미로웠다. 밥을 먹기 전 식판을 스캐너로 비춘 다음, 식사한 후 한 번 더 비추면 사용자가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고 남겼는지 파악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잔반을 측정해 어떤 음식을 선호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조만간 모바일 버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유레카파크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 활약이 돋보였다. 이번 CES에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은 총 355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0개 넘는 스타트업이 혁신상을 수상했다. CES에 참가한 한국 스타트업 중 30%가량이 세계적으로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 이틀째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동 하고 있다. 사진=허문찬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 이틀째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동 하고 있다. 사진=허문찬 기자
CES 2023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정상 개최됐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는 작년 대비 70% 넓은 220만㎡(약 66만5500평) 규모의 부지에서 행사가 치러졌다"며 "이번에는 한국, 일본, 프랑스 등 전 세계 1000개의 스타트업이 CES 스타트업 허브인 유레카 파크 전시관을 빛냈다. 총 참가자는 11만5000명을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