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탁근 해시드이머전트 대표, 박종호 해시드 리서치 애널리스트 공동기고

11월 말, 방갈로르에서 10일 여간 열린 인도 블록체인 위크(India Blockchain Week)에 해시드(대표 김서준)와 해시드의 인도 투자조직 해시드 이머전트 멤버들이 함께 인도 암호화폐 시장의 열기를 몸소 느끼고 왔습니다. 이번 블록체인 위크의 하이라이트는 2천 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참여한 블록체인 해커톤 이더인디아(ETHIndia)였습니다.
사진=Devfolio
사진=Devfolio
ETHIndia에서는 암호화폐 지갑 프로젝트, 탈중앙화 결제 시스템, 영지식(Zero-Knowledge) 기반 솔루션, NFT 인프라 프로젝트, 소셜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400여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두 편의 기고문을 통해서 ETHIndia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블록체인 해커톤 트렌드의 현주소를 짚어보자 합니다

지갑 트렌드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 지갑의 게임 체인저가 되다

이번 ETHIndia에서도 최근 암호화폐 지갑에 대한 커지고 있는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특히 많은 팀이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큰 관심을 얻고 있는 계정 추상화 기능을 활용한 프로덕트를 선보였습니다. 계정 추상화는 이더리움 상의 두 가지 계정 타입인 EOA(Externally Owned Accounts)와 CA(Contract Accounts) 계정을 통합하는 기능입니다. 이를 통해 EOA를 스마트 컨트랙트처럼 코드로 실행할 수 있게 됩니다.

계정 추상화를 통해 다중 서명(Multi-sig) 및 소셜 복구(Social recovery) 등의 기능이 필요에 따라 추가될 수 있고, 배칭 거래(Batch Transaction)를 통해 한 번의 거래에서 복수의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이더리움 메인넷에는 적용이 되지 못했고 추후 StarkNet, zkSync와 같은 이더리움 롤업 솔루션에 선제적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또한 유저들을 EOA 기반 지갑에서 계정 추상화 기반 지갑으로 이전하는 것이 까다로울 수 있다는 의견도 짚어볼만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ETHIndia에 출품된 관련 프로젝트들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Banana Smart Wallet은 계정 추상화를 활용하여 핫 월렛에 2단계 인증(2FA) 기능을 추가하였고, Firewallet은 동일한 지갑에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별된 기능을 가진 여러 계정을 만드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Panda Wallet은 계정 추상화를 통해 지갑 복구 UX를 선보였고, Web3One Wallet는 크로스체인 다중 서명 지갑을 구현하였습니다. 또한 계정 추상화 기능이 추가된 지갑을 위한 블록체인 탐색기 Jiffy-scan과 계정 추상화 호환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한 툴 AASnap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암호화폐 지갑 2.0: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과 MPC 지갑의 대중화

이번 해커톤에서 계정 추상화를 제외한 분야의 지갑 프로젝트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수탁형 지갑은 다양한 이슈로 도마에 오르며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개인과 기관들은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비수탁형 지갑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과 MPC(Multipart-Party Computation) 지갑이 바로 이 범주에 속합니다.

먼저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에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지갑에 지출 한도 및 트랜잭션 자동화와 같은 다양한 기능을 삽입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에 속하는 다중 서명 지갑은 여러 명의 서명자가 거래를 실행하도록 의무화하여 보안을 한층 강화하고 부정 거래를 막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은 초기 비용이 발생하며, 가스비를 지불하기 위해 여전히 별도의 EOA 지갑을 요하기 때문에 아직은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반면, MPC 지갑은 '쉐어'로 알려진 개인 키를 여러 개로 나누는 방식을 가집니다. 나눠진 쉐어는 당사자들에 분배되는데, 트랜잭션이 서명되려면 특정 수 이상의 쉐어를 요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준의 보안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MPC 지갑은 일부 과정이 오프체인에서 이루어져 중앙화의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고, 기존 지갑들과의 호환성 문제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정 추상화가 이더리움에 적용되기 전까지 MPC 지갑은 좋은 단기 대응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MPC와 유사한 기술을 활용한 ETHIndia 수상팀 사례를 차례로 살펴볼까요? TrueResQ는 MPC를 사용하여 쉐어를 Google 로그인, 탈중앙 네트워크 및 유저의 디바이스에 분산 보관 시킵니다. Superior Social Wallet은 지갑의 쉐어를 분산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또다른 기술인 SSS(Shamir's Secret Sharing)를 활용한 프로덕트를 개발했습니다.

업계 선두 메타마스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치열한 지갑 전쟁 속에서 업계 선두주자 메타마스크(MetaMask)도 연초 메타마스크의 포크 버전인 플라스크(MetaMask Flask)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ETHIndia에서 해당 포크를 활용하는 팀들이 꽤 있었는데요, 많은 팀들이 사용하였던 기능 스냅(MetaMask Snap)은 플라스크의 공개와 함께 출시된 기능으로, 누구나 메타마스크의 기본 지갑에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SSS: Secure Semantic Snap과 Metaguard는 트랜잭션을 유저가 이해 가능한 레벨로 풀어내 악의적인 트랜잭션을 방지하는 한편 Push Snap은 브라우저 익스텐션을 통해 기존 메타마스크에 푸시 알림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SnapLoad는 스냅을 통해 IPFS에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Cosmotic는 메타마스크를 통해 코스모스 애플리케이션에 액세스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인프라 트렌드

India Stack에서 찾을 수 있었던 인도의 지역적 특색

인도는 아이덴티티, 데이터 및 결제의 기본 요소들을 민간에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개방형 API 및 디지털 공공재 India Stack을 가지고 있습니다. India Stack은 총 세 개의 레이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페이먼트 레이어는 핵심인 통합 결제 인터페이스(UPI: Unified Payments Interface)를 통해 인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신속하고 상호운용 가능한 결제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번 해커톤에서는 이러한 UPI를 십분 활용한 프로젝트가 많았는데요, ChainPe가 UPI ID에 가상화폐를 지불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가 하면 암호화폐 결제를 위해 UPI의 장점을 차용하는 UPCI와 DPI와 같은 프로젝트도 있었습니다.

아이덴티티 레이어(Identity Layer)는 India Stack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도 정부 당국은 인도 시민들과 인도에서 일정 시간을 보낸 거주 외국인들에게 고유한 12자리 식별 번호인 AADHAAR를 발급하는데, 이번 해커톤에서는 AADHAAR 카드를 통해 신원 검증을 가능하게 만든 ZK KYC라는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모든 결제 관련 프로젝트가 India Stack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다른 해결책들이 있었는데요, 반복 결제 서비스 Autopay와 Polygon ID를 이용해 전화번호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DePay, 그리고 탈중앙 소셜 그래프 렌즈 프로토콜 생태계의 결제 서비스 LensPay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파이널리스트를 배출한 보안 관련 서비스

블록체인이 가치와 데이터의 주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기술인 만큼 보안은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가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다양한 사례에 걸쳐 보안의 결함을 수차례 목격하고 있고,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은 부분마저 최근 사건사고가 이어지며 아직은 어떠한 부분도 절대로 완전무결을 속단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ETHIndia에서도 현재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인프라단의 해결책이 유독 많이 나왔습니다.거래소별 자산 및 부채를 증명할 수 있는 프로덕트 Proof of Trust, 유저들이 해킹된 지갑으로부터 자금을 최대한 빠르게 회수하도록 돕는 Web3Rescue, 실시간으로 VS코드를 모니터링하는 ETHGuard, 사용자가 암호화폐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SafeGuard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보안 관련 프로젝트들이 파이널리스트(가장 우수한 12개 프로젝트를 제출한 팀)에 올랐습니다. 수상작 트렌드를 통해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생태계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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