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론코퍼레이션이 ‘이메텔스타트’의 골수이형성증후군(MDS) 임상 3상에 성공했다. 이 소식에 국내 에스티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에스티팜이 이메텔스타트의 원료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서다. 제론은 이메텔스타트의 골수이형성증후군 임상 3상 결과, 주요 유효성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품목허가 신청을 예고했다. 승인받으면 첫 올리고핵산 항암제가 된다. 제론의 주가는 32.92% 급등했다.제론은 재발성 및 불응성 또는 적혈구 생성자극제(ESA)에 부적격인 저위험 MDS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1차 유효성 평가지표는 8주 수혈 독립성(transfusion independence, TI)이다. 치료 기간 중 8주 연속으로 적혈구 수혈을 받지 않은 환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메텔스타트 투여군 118명 중 47명(39.83%), 위약 투여군 60명 중 9명(15%)이 TI를 충족하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2차 평가지표 중 24주 TI를 기록한 환자의 비율은 투여군과 위약군 각각 27.97%(33명)와 3.33%(2명)를 기록했다. 이메텔스타트 투여군 중 24주 TI 환자의 수혈 중단 지속기간 중앙값은 약 80주였다. 이메텔스타트 투여군의 안전성도 확인했다. 효능 부족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이메텔스타트 투여군 23.7% 위약군 42.4%를 기록했다. 긍정적인 3상 결과를 기반으로 제론은 올해 중순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유럽의약품청(EMA)에 각각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내년 상반기, 유럽에서 내년 말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이메텔스타트는 제론이 악성 혈액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텔로머라아제 억제제다. 비임상 연구 결과 골수성 악성 혈액암에서 악성 줄기세포 및 전구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에스티팜이 이메텔스타트의 주요 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제론에 공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에스티팜은 2021년 9월 올리고핵산 치료제 신약의 임상 3상용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에 대해 공시했다. 180억원 규모다. 공시에 따르면 이 계약은 혈액암을 적응증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올리고핵산 치료제의 원료의약품 총 5배치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품목허가 신청을 위해 필요한 상업화 규모 시험생산(PPQ) 3배치를 포함한다. 이 신약의 글로벌 3상 결과는 2023년 초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했다. 상대방은 미국 바이오텍이며, 경영상 비밀 유지 등을 위해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았다.에스티팜 관계자는 ”이 상대방과 상업화 물량에 대한 원료 초도물량 공급계약도 이미 체결했다“며 ”승인 일정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부터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도 공급량은 규모가 작아 공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제론이 품목허가를 받는다면 올리고핵산 의약품은 영역을 더 넓히게 된다. 올리고핵산 치료제는 뒤시엔 근이영양증 등 희귀질환에서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사용 범위를 확장해왔다. 이메텔스타트로 항암 분야 진입을 앞두고 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중국 제약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인수 시도가 미국 정부 기관에 의해 중단됐다.미국 정부의 대미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는 29일(현지시간) 국가 안보 위험을 근거로 중국 제약사 시노바이오파마슈티컬스의 에프스타테라퓨틱스(F-Star Therapeutics) 합병 완료에 대해 금지 명령을 내렸다.인수 주체는 시노바이오의 100% 자회사인 인보엑스파마다. 피인수 기업인 에프스타는 영국에 본사를 둔 나스닥 상장사다. 에프스타는 이중항체 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CFIUS의 반대로 거래가 무산된 사례가 있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처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CFIUS는 합병 완료 금지 명령을 통해 이번 합병을 중단시킨 뒤, 좀 더 면밀하게 검토 및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CFIUS는 미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와 관련해 국가 안보에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거래를 막는 일을 한다. 에프스타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당초 이번 합병의 마감 기일은 이달 30일이었다. CFIUS의 이번 명령으로 새로운 마감 기일을 제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에프스타는 잘 나갔던 이중항체 기업이다.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드날리테라퓨틱스의 뇌혈관장벽(BBB) 통과 약물에 에프스타의 이중항체 기술이 적용됐다. 이중항체이면서도 반감기를 비롯한 약물동태학적인 특성이 일반 단일클론항체와 유사하다는 것이 에프스타 기술의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이중항체 전문가는 “반감기를 늘리기 위해 별도로 항체 엔지니어링을 하지 않고도 일반 항체 수준의 반감기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라며 “이외 자체적인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여러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며 보유 현금이 급감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보유 현금(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3557만달러(약 44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중항체 기술을 보유한 경쟁사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며 시장의 기대감도 줄었다. 한때 13억8837만달러(2018년 3월 9일 종가)에 이르렀던 시가총액은 4792만달러(2022년 5월 12일 종가)로 내려앉았다.시노바이오는 에프스타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지난 6월 23일 시노바이오는 자회사 인보엑스파마를 통해 에프스타를 1억6100만달러(주당 7.12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일 에프스타의 주가는 59.8% 급등한 6.36달러를 기록했다. CFIUS의 합병 제동으로 에프스타의 이달 29일 주가는 40.5% 폭락해 4.09달러가 됐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는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며 더 강화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중국에서 생산한 임상 시료를 사용하는 미국 내 임상의 승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중국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을 근거로 하는 약물 또한 FDA의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한 PD-1 면역관문억제제 ‘티슬레리주맙’을 폐암과 비인두암에서 승인을 받으려 했으나 두 차례 모두 고배를 마셨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프랑스 AB사이언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마시티닙’의 진행성(progressive) 다발성 경화증 임상 3상을 수락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마시티닙은 먹는(경구용) 티로신키나제 억제제(TKI)다.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및 악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만세포(mast cell) 및 미세아교세포(microglia)를 표적한다. 마시티닙은 암, 염증성 질환, 신경질환 등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임상 3상이 승인됐다.이번 FDA 결정으로 원발성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PPMS) 또는 비활동성 이차진행성 다발성 경화증(nSPMS) 치료를 위한 3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8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체중 1kg당 4.5mg의 마시티닙을 투여해 위약 대비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의 자가면역질환이다. 환자의 면역 체계에 의해 중추신경계의 신경 세포가 점점 손상되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250만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다발성 경화증은 증상의 재발과 완화가 반복되는 재발이장성(relapsing-remitting)과 증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진행성이 있다. 마시티닙이 치료를 기대하는 PPMS와 nSPMS도 진행성에 속한다.AB사이언스에 의하면 재발이장성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는 15개 이상 승인됐다. 하지만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은 미충족 수요가 존재한다. nSPMS로 승인된 약물은 없고, PPMS 승인 약물은 로슈의 ‘오크레부스’(성분명 오클렐리주맙)가 유일하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인벤티지랩과 유유제약이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인벤티지랩은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발굴한 ‘IVL4002'를 재발이장성 MS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IVL4002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내년 임상 1상 진행을 목표하고 있다.유유제약은 지난해 3월부터 미국 UCLA와 함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재발이장성 및 PPMS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