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앱 오늘의집은 훼손가구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창의적 작품을 서울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전시한다고 28일 밝혔다. 일부 스크래치나 부분 결함으로 폐기돼야 하는 오늘의집 가구를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채워졌다.
오늘의집은 여러 가구 회사로부터 다양한 가구를 매입해 고객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매입 당시 불량이거나 운반 도중 스크래치가 생겨 반품되는 등 다양한 이유로 폐기 처리되는 훼손 가구가 생겨난다. 오늘의집은 이런 가구를 의미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예술가와 제작자들의 모임인 데칼협동조합, 코끼리협동조합과 함께 지난 12월 1~2일 1박 2일간 전남 신안군에서 ‘오늘의집 업사이클링 해커톤’을 개최했다.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대규모 가구 업사이클링 해커톤 소식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30여 명의 제작자, 아티스트, 일반인들이 참여했다.
이번 ‘오늘의집 내일의 삶' 전시엔 해커톤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을 비롯해 가수 겸 아티스트 나얼, 예술공동체 회화유희, 목공 예술가 김경수 씨 등 예술가들이 오늘의집 훼손 가구로 제작한 업사이클 작품들이 공개된다.
작품 전시를 주관한 코끼리협동조합은 전시 공간 두 곳을 ‘서로 다른 두 개의 방’이라는 개념으로 채웠다. 한 쪽은 LED 음악에 맞춰 색이 변하는 테이블이나 진공관 스피커와 결합한 티비장 등 창의적인 메이커들의 작품, 다른 방은 신안 앞바다를 닮은 테이블, 돌고래가 뛰노는 거실장 등 영감을 담은 작품들로 꾸며졌다.
이번에 전시된 업사이클링 작품들은 전시 종료 후 지역 폐교 재생사업, 작은 도서관 등 소외지역 발전을 위해 기부될 예정이다. 박지민 코끼리협동조합 이사는 "버려지는 가구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재생시키면 쓸모 있는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며 "이번 전시가 업사이클링 및 메이커 문화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와 지구를 위하는 활동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 돈의문 박물관 마을(서울 종로구 송월길 14-3) 작가 갤러리에서 다음달 15일까지 이어진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올해 한국 미술시장의 키워드는 두 개였다. ‘이건희 컬렉션’과 ‘프리즈서울’.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작은 1년 내내 사람들을 미술관으로 불러들였다. 시장은 뜨거웠다. 지난 9월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상륙한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는 서울의 ‘아시아 아트 허브’ 경쟁력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2020년 3849억원 규모이던 국내 미술시장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내년에도 올해 같은 미술 호황이 지속될까. 대다수 전문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경기침체 여파로 ‘돈줄’이 말라붙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잠시 내리막길을 탈 수는 있지만, ‘한국 미술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큰 물줄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내년에도 ‘블록버스터’ 전시들이 한국에서 잇따라 열리는 이유다. ◆카텔란의 블랙코미디, 호퍼의 고독2023년을 여는 첫 블록버스터는 리움미술관 몫이다.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가이자 ‘악동’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 마우리치오 카텔란(62)의 개인전이다. 카텔란은 정치 종교 역사 문화 등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냉소와 해학, 풍자로 풀어내는 작가다. 황금으로 변기를 만든 뒤 ‘아메리카’란 제목을 달아 ‘아메리칸 드림’을 비틀고, 바나나를 전시장 벽에 붙여놓고선 ‘코미디언’이란 이름을 붙인다. 이 작가는 작품 가격이 치솟던 2011년 돌연 은퇴했다. 이번 전시는 카텔란의 국내 첫 개인전이자 2011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연 회고전 ‘ALL’ 이후 최대 규모다. 1990년대부터 최근에 만든 조각, 설치, 벽화 작품 등을 망라한다.봄이 오면 미국의 국민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도 온다. 내년 4월 20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개막한다. 아시아 첫 개인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3년 동안 공을 들였다. 사실주의 기법으로 현대인이 겪는 고독함을 표현하는 그의 그림은 전 세계에 단 366점만 남아 있다. 이 중 호퍼의 ‘자화상’을 포함해 150여 점이 한국을 찾는다.아름다운 색채와 감각적인 드로잉으로 일상의 멋진 순간을 기록해온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비드 자맹(52)은 내년 2월 더현대서울 ALT1 갤러리에서 대규모 원화 전시를 연다.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라는 제목으로 2년 전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100여 점의 신작이 포함됐다. 고흐, 모네, 드가 등 화가 오마주 작품 외에도 한국 전시를 위해 손흥민 김연아 김연경 박찬욱 윤여정 등을 주제로 20여 점의 작품을 새로 그렸다. ◆뉴욕으로 가는 한국 실험미술국내 작가들을 다룬 전시회 중에선 내년 5~7월에 열리는 ‘한국의 1960~1970년대 실험미술’이 가장 눈에 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구겐하임미술관과 공동으로 한국의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한다. 김구림, 이승택, 정강자 작품 등에 깃든 한국 미술의 새로운 기조를 소개할 예정이다. 내년 9월부터는 구겐하임으로 무대를 옮긴다.전통 표구의 대가이자 동산방화랑의 창립자였던 ‘동산 박주환(1929~2020) 컬렉션 특별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5~10월)과 일상적 소재로 한국적 추상화를 완성한 ‘장욱진(1917~1990) 회고전’(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6~10월)도 주목할 만한 전시로 꼽힌다. 호암미술관은 재개관 후 첫 전시로 김환기 회고전(4월)을 준비했다. 김환기의 초기 작품부터 대표적 점화에 이르기까지 90여 점이 걸린다. 미공개 습작과 자료들도 충실히 모았다.글로벌 아트페어의 관심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다. 내년 9월 열리는 ‘프리즈서울’은 아시아의 아트페어 주도권을 놓고 싱가포르, 일본과 대결한다. 싱가포르에선 SG아트페어(1월)가, 일본에선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6월)가 각각 올해 첫선을 보인다. 이들이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과 어떻게 시장을 나눠 가질지가 관전 포인트다.아시아 최대 규모인 광주비엔날레는 내년 4월 7일 열린다. 14회째를 맞은 올해 전시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의 수석큐레이터 이숙경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분열된 세상에 예술이 물처럼 스며들어 타협과 화합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걸 작품으로 보여주는 게 목표다. 세계 30개국 8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94일간 계속된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큰 배가 바다로 출항하려 한다. 진짜배 모양은 아니다. 검은색 나무 상자처럼 생겼다. 그렇지만 상자라고도 할 수 없다. 폭이 7.2m까지 커지며 다양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길이 12m, 높이 2.1m 의 큰 상자 모양 배는 기계로 만들어져 있다. 선장은 두 명이다. 배는 하나인데 선장이 두 명? 둘은 각각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배가 출항한다. 커다란 기계음처럼 들리는 소리는 ‘앰비언트’라는 전자 음악이다. 배는 출항했지만 제자리에서 노를 저을 뿐…. 배가 있는 곳은 바다가 아니다. 어느 큰 방 중앙의 허공에서 노를 젓고 있다. 방 밖으로 나오면 하늘에 독수리가 날고 있다. 아래쪽엔 허수아비들이 큰 원탁을 등에 지고 있다. 원탁을 둘러싼 허수아비엔 머리가 없다. 아, 단 하나의 둥근 공 모양 머리가 원탁 위를 굴러다닌 다. 허수아비들은 그 하나의 머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자기 쪽으로 원탁을 기울 인다. 머리는 잘 굴러오다가도 다른 허수아비가 몸을 기울이면 그쪽으로 도망가 버린다. 지푸라기 공 머리는 그렇게 원탁 위를 맴돈다. 또 다른 곳에선 붉은색과 흰색 두 개의 커다란 공이 빛을 낸다. 자세히 보니 자동차 헤드라이트로 만들어졌다. 반짝 반짝 빛을 내는 모습이 당장이라도 해체돼 로봇으로 변신할 듯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작은 방주’라는 전시회의 작품들이다. ‘작은 방주’는 최우람 작가가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 이름이기도 하다. 움직이는 큰배처럼 만들어진 방주는 ‘상자’ ‘궤’를 뜻하는 단어다. 성경에서 노아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대홍수를 피하고자 만든 동력 없는 배를 뜻하기도 한다. 이런 방주를 작가가 ‘키네틱 아트’로 만들었다. 키네틱 아트란 작품 그 자체가 움직이거나 작품에 움직이는 부분을 넣은 예술 작품이다. 예술과 과학 기술의 만남인 셈이다. ‘작은 방주’도 폐종이박스, 지푸라기, 방호복 천, 폐자동차의 부품 등 일상의 흔한 소재에 최첨단 기술을 융합해 만들었다. 정적인 예술 작품 전시회에 지루함을 느끼는 어린이들에게도 새로움으로 다가간다. 서로 머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허수아비와 원탁 위를 굴러다니는 지푸라기 공 머리를 보면서 관람객은 긴장감을 느낀다. 그러다 공 머리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과학에도 실수가 있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떨어진 공 머리를 관리자가 무심하게 원탁 위로 다시 던지는 모습도 재미 있다. 상상력을 키워 줄 만한 소재가 가득하다. 전시는 2023년 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현대자동차가 지원하는 ‘MMCA(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22’ 가운데 하나다. 작품의 기계적 움직임은 현대차와 협업한 결과다. 움직이는 작품을 보며 색다른 느낌을 이야기하다 보면 예술 작품에 저절로 관심이 생길 것이다.by 김형진 연구위원
중소 가구기업들이 모여 온라인 통합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가구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영업·마케팅 등 가구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 업계 디지털전환(DX)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23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국내 640여개 가구기업 모임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는 최근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와 함께 디지털 플랫폼 ‘가구 R&D센터’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다.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는 국내 최대 가구산업 모임이다. 새 플랫폼은 융복합 협업이 키워드다. 중소 가구업체들이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ICT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얘기다. 가구에 각종 센서나 무선충전·블루투스 통신 기술 등을 탑재해 쓰임새를 넓히고, 인체공학적인 설계를 적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가구 개발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전환 할 수 있게 돕는 것도 목표다. 가구기업이 시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3차원(3D) 프린팅,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ICT 기술을 쓸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플랫폼 내에 디자인·기술 융복합, 특허·인증, 가구제작, 품질시험, 세일즈(영업), 가구 정보 등 각 분야별 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람이 모이는 플랫폼 특성을 활용해 전문가 네트워크도 만든다. 가구 제조·유통·디자인·IoT 등 분야별로 전문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매칭(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을 따져보고 있다. 가구 기업이나 공방 등이 전문 디자이너, IT 기술자 등을 검색해 협업 요청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플랫폼 운영과 관리는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가 맡는다. 가구 산업 전반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기존에 운영하는 사업을 온라인으로 연계하기 쉬워서다. 단체표준, KS, 환경표지인증 등 품질관련 인증 지원 서비스를 플랫폼에서도 제공한다.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는 새 플랫폼을 통해 가구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구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플랫폼에 들여 특허·실용신안권·디자인권 등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가구기업 관계자는 “최근 가구 산업에서 IoT를 활용하는 게 필수가 됐지만, 아직은 IT 기업이나 전문과와의 협업 방식이 ‘알음알음’ 소개나 콜드메일을 통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라며 “가구기업들이 모여 플랫폼을 조성하면 각 분야 기업이나 인력 협업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