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크린바이오사이언시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발베나진’의 헌팅턴 무도병 추가 신약신청(sNDA)이 접수됐다. 발베나진은 2017년 지연성운동장애 치료제로 먼저 FDA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 바이오 기업 뉴로크린바이오사이언시스는 22일(현지시간) 이같이 밝혔다. FDA가 설정한 처방약허가신청자수수료법(PDUFA) 목표 날짜는 내년 8월 20일이다.

헌팅턴 무도병은 성인 헌팅턴병 환자의 약 90%가 경험하는 비정상적 운동 장애다. 환자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불규칙적이고 비예측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 해서 무도(舞蹈)병이라 불린다.

헌팅턴병은 뇌 내의 뉴런이 파괴돼 운동, 인지 및 정신 증상을 유발하는 유전성 신경변성 장애다. 일반적으로 30~50세에 증상이 나타나 10~25년간 꾸준히 악화된다. 현재 미국에 약 4만명의 헌팅턴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베나진은 도파민 방출량을 조절하는 선택적 수포 모노아민 수송체 2(VMAT2)를 억제해 도파민의 과활성화를 막는 기전의 치료제다.

회사는 이번 sNDA 신청과 함께 발베나진 3상(KINECT-HD) 연구 및 공개 연장(오픈라벨 롤오버/KINECT-HD2) 연구 결과를 제출했다.

KINECT-HD는 발베나진의 헌팅턴 무도병 치료 효능, 안전성 및 내약성을 평가한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시험이다. 18세에서 75세 사이 성인 환자 128명이 12주간 매일 1회 발베나진 또는 위약을 투여 받았다. 시험 결과 발베나진은 1차 평가변수로 설정된 헌팅턴병 평가척도(UHDRS) 무도증 점수(TMC)를 위약보다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2차 지표인 전반적 임상 인상 척도 변화(CGIC) 및 환자 인상 척도 변화(PGIC) 개선도도 충족시켰다.

졸음 피로 낙상 및 정좌불능증 등 부작용은 경증에서 중등도였다. 이는 발베나진의 기존 적응증 관련 안전성 데이터와 일치했다. 자살충동이나 우울증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KINECT-HD2는 발베나진의 헌팅턴 무도병 치료제로의 장기 안전성 및 내약성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KINECT-HD와 반대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 시험약과 위약 사용 여부를 알고 있는 오픈 라벨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대 156주 동안 발베나진 또는 위약을 투여한다. 150명을 목표로 현재 환자를 계속 모집하고 있다.

발베나진이 헌팅턴 무도병으로 FDA의 허가를 받는다 해도 시장에서 첫 주자는 아니다. 이미 듀테트라베나진, 테트라베나진 등 같은 VMAT2 타깃의 약물이 상용화돼있는 상태다. 듀테트라베나진은 ‘오스테도’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도 처방되고 있다. 한독과 테바의 합작사인 한독테바가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테바가 개발했다.

뉴로크린은 1일 1회라는 복용의 편의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다른 약물들이 시판 후 자살충동 등 정신적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뉴로크린은 3상에서 확보한 안전성이 시장에서 차별점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헌팅턴병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3억6000만달러로 추산된다. 연평균 19.6%씩 성장해 2030년 약 17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셀리버리가 지난 21일 헌팅턴병에 공식 도전장을 냈다. 회사의 기존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에 유전자 치료법을 새롭게 결합한 방식이다. 회사는 현재 회사의 유전자·단백질 융합치료법을 헌팅턴병 치료에 적용해 평가 중이라고 했다. 헌팅턴병 환자 유전자 서열을 가진 유전자변형동물을 이용해서다. 이를 통해 운동기능 개선, 돌연변이 헌팅틴 단백질 제거, 신경세포 사멸 억제 등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