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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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KT, 네이버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차세대 인공지능(AI) 서비스 핵심 요소인 AI 반도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AI 반도체는 대규모 데이터를 병렬 처리하는 데 특화된 고성능 비메모리 반도체다. AI ‘맞춤형’ 반도체라는 얘기다. 기존 AI 서비스는 그래픽 정보 처리용으로 개발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의존해왔다. 그나마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AI 연산은 GPU의 본래 용도가 아니어서 전력·시간 효율성이 떨어진다. AI 반도체를 통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규모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ICT업계에선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세를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상 관리부터 개인화 헬스케어, 바이오, 보안 등 각종 AI 서비스의 필수 인프라가 될 전망이어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AI 반도체 시장이 2020년 121억달러(약 15조8570억원)에서 내년 343억달러(약 44조95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국산 AI 반도체 고도화 등을 목표로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8262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피온, 내년 차세대 칩 공개

일상 관리·건강·보안…ICT산업의 '필수 인프라', AI 반도체 경쟁 뜨겁다
가장 속도가 빠른 건 SK 계열 ICT 기업들이다. 최근 AI 인프라 기업을 표방하고 나선 SK텔레콤, 투자전문기업 SK스퀘어,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가 함께 AI 반도체 전문기업 사피온을 지원하고 있다. 사피온은 지난해 초 SK텔레콤 사내 AI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독립해 나왔다.

사피온은 내년 상반기엔 자체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하반기엔 자사 AI 반도체 시리즈의 차세대 모델인 사피온 X330을 공개할 계획이다. X330은 2020년 11월 공개한 추론 전용 AI 반도체 사피온 X220의 후속작이다. 내년 계획이 현실화하면 사피온은 AI 반도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두루 갖추게 된다. 자체 SDK를 공개해 확산시키면 AI 반도체 생태계를 선도할 가능성이 열린다.

사피온 AI 반도체의 초반 주력 분야는 지능형 영상 인식·분석·추출 등이다. SK텔레콤 등은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로서의 AI(AIaaS)’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사피온 칩을 활용할 수 있는 각종 AI 서비스를 개발해 고도화하고 있다. AI 자동 모델링 툴 ‘메타러너’, AI 응용 서비스인 ‘머신비전’ ‘AI카메라’ 등이다. 올 들어선 영상 분석을 활용한 공공 안전 솔루션도 출시했다.

○내년 3월엔 ‘한국어 AI 지원 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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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손잡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아우른 자체 AI 컴퓨팅 생태계를 구축해 기업들이 쉽게 빌려 쓸 수 있는 국내 기술 기반 AI 인프라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해 클라우드 기반 AI 인프라 서비스인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 서비스(HAC)’를 내놨다. 국내 최초로 AI 인프라 서비스를 종량제로 운영하는 서비스다. 여기에 들어갈 AI 반도체 칩은 리벨리온이 만든다. 리벨리온은 내년 3월께 한국어 AI 모델을 지원하는 AI 반도체를 내놓을 계획이다. 컴퓨터 비전(시각) 모델까지만 지원하는 기존 AI 반도체들과 차별화하겠다는 목표다.

한국어 AI 모델 지원 칩이 나오면 언어 기반 AI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다. KT는 아동심리 전문가와 협업해 만든 AI 육아상담 서비스 ‘AI 오은영’ 등 음성·텍스트 대화형 AI 서비스에 이 칩을 활용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맞손

네이버도 AI 반도체에 힘을 주고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삼성전자와 협업한다. 양사는 최근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을 위해 업무제휴를 맺고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하드웨어 쪽으로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에 투자했다. 네이버는 자사 스타트업 양성 조직인 D2SF를 통해 퓨리오사AI에 2019년 80억원을 투자했고, 작년엔 다른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총 800원 규모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퓨리오사AI는 올해 컴퓨터 비전 AI 반도체 ‘워보이’ 개발을 마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칩 양산에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주요 인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 들어선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과 웨스턴디지털 등에서 각각 임원급 인사를 영입했다. 삼성벤처투자에서 누적으로 1조원 규모 반도체 펀드를 운용했던 차정호 상무도 데려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