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록체인업계에 경영권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 루나·테라 가격 폭락 사태, FTX 파산, 위믹스 상장폐지 논란 등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에 악재가 계속 터지는 모양새다.
4일 국내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메타버스 스타트업 리얼리티리플렉션의 주요 경영진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대표 해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 겸 사내이사인 노정석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최근 손우람 최고경영책임자(CEO) 측에 내용 증명을 보내 임시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들은 리얼리티리플렉션이 개발한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 모스랜드를 두고 갈등 중이다. 노 이사는 “모스랜드는 명백히 리얼리티리플렉션의 사업인데 회사와 주주를 배제하고 손 대표가 사실상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노 이사는 리얼리티리플렉션 전체 주식의 과반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손 대표는 모스랜드의 생태계를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인 모스랜드재단을 설립하고 이사를 겸하고 있다.
손 대표는 “노 이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두 법인(리얼리티리플렉션과 모스랜드재단)은 법적으로 별개 기업이고 리얼리티리플렉션은 외부 협력사로 모스랜드 재단의 개발을 맡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모스랜드는 모스랜드재단과 암호화폐 모스코인 투자자의 소유라는 주장이다.
모스랜드의 모호한 사업 구조가 분쟁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당수 블록체인 기업은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가상자산 사업을 시작하면서 별도의 비영리 재단을 세운다. 법적으로 다른 기업(재단)이 암호화폐를 소유·운영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피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모기업이 자회사 격인 재단과 법적으로 관련이 없다 보니 경영진 간 사이가 틀어지면 재단 소유권을 두고 갈등하기 쉬운 구조다.
2015년 설립된 리얼리티리플렉션은 창업 초기 삼성전자, 팬텍, 파이브락스 등 유명 대기업과 스타트업 출신이 모인 팀으로 주목받았다. 노 이사는 일곱 번 이상 창업한 연쇄 창업자이자 엔젤투자자로 업계에서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리얼리티리플렉션은 미국의 500스타트업, SK텔레콤, 카카오게임즈 등으로부터 투자받기도 했다.
리얼리티리플렉션은 가상현실(VR) 사업 등을 거쳐 2018년 메타버스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해 모스랜드에서 쓰이는 모스코인을 발행해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상장시켰다. 모스코인의 시총은 약 336억원 규모다.
국내 블록체인업계의 경영권 다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올해 9월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 메타콩즈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 사업 부진 등에 대한 책임을 두고 이두희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이강민 대표 및 황현기 이사 간 비방전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메타콩즈 역시 이달 말 이 대표 해임안을 두고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리얼리티리플렉션도 두 창업자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법정 공방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무총리 소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닥터나우, 굿닥, 올라케어, 똑딱, 나만의닥터 등 국내 5대 비대면 의료 플랫폼 조사에 나섰다. 시발점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다. 당시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올라케어의 개인정보 수집 방식 문제를 지적했다. 세부 항목 중 개인정보를 통한 ‘맞춤형 광고’를 하겠다는 항목을 밝힌 것이 조사로 이어진 것이다. ‘폭탄 터질까’…업계 노심초사당시 올라케어는 민감정보를 자사 쇼핑몰 ‘올라케어몰’에 무단으로 쓰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민감정보 처리 방침에 ‘행정안전부와 정보통신부가 제정한 민감정보 보호지침을 준수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지침을 만든 적이 없다. 조사 대상은 주요 5개 업체로 확대됐다.개보위는 해당 업체의 개인정보의 수집과 동의·처리 방침 항목을 확인하고 있다. 개인정보 관리 계정의 권한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보유 기간이 지난 정보를 폐기했는지 등도 살피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 강도는 강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조사 범위가 넓어 약관이나 전산 관리의 부실함에서 터져 나올 문제까지 업계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쟁점은 두 가지가 될 전망이다. 개인 민감정보 이용 목적 문구의 모호성 여부와 수집한 정보를 본래 목적 이외에 활용했는지다. 이는 지난해 4월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이루다가 개보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이유와 비슷하다.개인 의료정보의 정보별 보존 기간이 3개월에서 5년까지 제각각이어서 잘 관리되고 있는지 살피는 것도 이번 조사의 주요 목적이다. 해당 정보 중에는 증상과 처방전 등 사용자 민감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신사업 곳곳에서 개인정보 논란업체들은 전반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수집 목적 외 사용은 없었으며 모호한 조항도 애초에 규정이 없다 보니 혼선이 빚어진 것”이란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엔 비대면 진료법이 존재하지도 않고 개인정보 취급 기준을 만들 땐 참고할 것도 없었다”며 “해외 규정을 뜯어보고 힘들게 만든 내용들”이라고 전했다.현재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다만 ‘개인정보를 개보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보호해야 한다’ 등의 문구에서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새로운 서비스라 다른 업종의 기준을 베낄 수 없어 경쟁사의 약관 등을 보며 업데이트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기존에 없던 사업 모델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은 커지고 있다. 세금 신고와 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최근 개보위 조사2과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삼쩜삼은 기존 세무사들처럼 회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대행했다. 하지만 자비스앤빌런즈가 주민번호를 수집할 권한이 있는지가 논란이 됐다. 업체 측은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해 삼쩜삼 주민등록번호 처리 업무는 소득세법령상 근거가 있는 경우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지난해 이루다의 운영사 스캐터랩에 1억3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개보위는 올해 명품 플랫폼 스타트업 발란에 5억원의 과징금을 내리는 등 행정 제재가 늘고 있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은 데이터가 100만 건이 넘어갈 경우 더 무거운 의무를 부여하기 때문에 업체는 최소한의 관리 인력을 둬야 한다”면서도 “신규 서비스의 성장 단계에서는 법 위반으로 단정적이면 안 된다”고 했다. 문제를 처음 제기한 윤주경 의원 역시 “개보위의 가이드라인 마련과 유관 부처의 법령 교육 및 홍보 등 지원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정부가 닥터나우, 굿닥 등 국내 주요 비대면 의료 플랫폼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들 플랫폼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악용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국내 비대면 의료 플랫폼의 누적 이용자는 2000만 명에 달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비대면 의료 산업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일 국무총리 소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주요 비대면 의료 플랫폼인 닥터나우, 굿닥, 올라케어, 똑딱, 나만의닥터가 개인정보보호위 조사를 받고 있다. 일부는 현장 조사를 마친 상태다. 플랫폼업계를 담당하는 조사3팀이 조사를 주도하고 있다.비대면 의료 플랫폼에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많이 모인다. 사용자 식별과 관리를 위한 기본 회원 정보 외에 증상 내용과 약 처방전 정보, 증상 관련 사진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업체는 개인 민감 정보의 수집·이용 목적을 가입 요건에 세밀하게 명시해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해당 정보의 수집 목적과 항목, 보유 기간 등도 알리도록 돼 있다.하지만 비대면 의료 서비스는 기존에 없던 플랫폼이기 때문에 정보 수집 약관이 부실하고, 데이터베이스(DB) 관리 상태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계속 나왔다.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는 한국 거래소에도 미치고 있다. 국내 5대 원화마켓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는 지난달 24일부터 암호화폐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 투자금 상환을 잠정 중단했다.고파이는 투자자가 암호화폐를 맡기고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고팍스는 투자자가 예치한 암호화폐를 미국의 코인 대출업체인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에 위탁해 그 운용 수익으로 이자를 지급해왔다.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최근 FTX에 자금을 넣어놨다가 발이 묶이는 바람에 고팍스에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FTX 파산 이후 신규 대출 및 환매를 중단하면서 고파이도 연쇄적으로 지급이 불가능해졌다. 고파이 고정형 상품에 묶여 있는 투자자 원리금은 모두 32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거래소들이 겪고 있는 ‘신뢰의 위기’다. FTX 파산 이후 글로벌 유명 거래소도 잇따라 준비금 부족 의혹을 받으면서 국내 거래소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더블록의 라스 호프만 애널리스트는 “FTX 파산의 영향으로 중앙집중식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약화됐다”며 “지난 한 달 새 탈중앙화거래소의 거래량(650억달러)이 두 배 늘었는데 앞으로 이런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국내 거래소들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고객 예치금을 엄격하게 분리 보관하고 있고 분기 또는 반기별로 외부 감사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FTX처럼 보유 자산을 부풀리고 예치금을 무단으로 유용할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코빗은 국내 업계 최초로 보유 암호화폐의 실시간 내역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지갑 주소도 모두 공개했다. 대부분의 국내 거래소가 자체 발행 코인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도 FTX와의 큰 차이점이다. FTX는 자체 발행한 FTT 토큰으로 담보대출을 받고 이를 통해 다시 FTT를 사들이는 자전거래로 가치를 부풀리면서 문제를 키웠다.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