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링크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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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7월 존림 대표이사 직속으로 바이오연구소 조직을 꾸리고, 유전자 치료제 개발 분야 전문가를 초대 소장에 앉혔다.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중순 글로벌 제약사 출신의 정남진 박사(사진)를 CEO 직속의 초대 바이오연구소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연구소를 꾸린 배경과 초대 소장인 정 부사장의 이력 모두 업계의 관심사다.

그의 이력을 통해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약개발 사업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연구소장의 직급도 4475명(11월 기준)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8명뿐인 부사장급이어서 무게감도 갖췄다는 평가다.

정 부사장은 고려대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박사 학위는 미국 듀크대에서 종양 분자생물학(molecular cancer biology)으로 받았다.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미국 머크(MSD),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애브비 등을 거쳤다. 애브비에선 면역, 종양, 신경계 질환 분야 신약 발굴 업무를 하며 기능 유전체학(Functional genomics) 조직의 헤드(부서장)였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그의 이력은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크리스퍼캐스9(Cas9) 유전자가위 등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 집중돼 있다.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가위 기술 적용을 위한 UC샌프란시스코·UC버클리·GSK의 산학협력 연구소에서도 근무했다.

UC버클리는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가위 기술로 노벨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속해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정 부사장이 근무했던 산학협력 연구소도 다우드나 교수의 유전자가위 기술의 활용 방안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 부사장은 이후 미국 보스턴의 유명 헬스케어 벤처캐피털(VC)인 플래그십파이오니어링이 설립한 바이오텍 베살리우스테라퓨틱스에서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을 개발했다.

플래그십파이오니어링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미국 출장 때 직접 방문한 VC이기도 하다. 메신저RNA(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 등을 창업시킨 VC로 잘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정 부사장 영입을 두고, 향후 유전자 치료제 신약개발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금까지 단일 항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으로 급성장했다. 앞으로 사업 영역(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신약개발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적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물산과 함께 조성한 1500억원 규모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의 투자 대상(재규어진테라피, 센다바이오사이언스)도 모두 유전자 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다.

100%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과거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 세포·유전자 치료제 성장성을 두고 컨설팅을 받았다.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를 활용한 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성장성에 대해 조언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 창업자는 "기존 CDMO 사업의 확장보다는 신약개발을 염두에 둔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정 부사장이 글로벌 연구소와 제약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