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암호화폐(코인)거래소와 코인 발행사 수사에 들어간 것은 지난 5월 루나 폭락 사태가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거래소들은 루나를 유망 코인이라며 앞다퉈 상장시켰다. 하지만 루나는 고점 대비 99% 폭락했고 거래소들은 그제야 “위험하고 변동성에 취약한 코인”이라며 상장폐지했다. 루나를 미처 팔지 못한 투자자는 해외 거래소로 루나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루나의 상장과 폐지는 외부 기준 없이 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코인 거래 중개 시장은 기업공개(IPO)와 달리 규제나 정부의 감시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코인 발행(암호화폐공개·ICO)은 불법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에 상장된 국내산 코인(김치코인)은 260종에 달한다. 대부분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발행된 뒤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발행한 코인의 50% 이상은 대부분 발행사가 보유한다. 또 상당 물량을 해당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 등이 회사 지분 대신 받는다.

코인 발행사는 기업 가치를 높이고 회사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거래소 상장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일부 코인 발행업체는 상장 피(상장 대가) 등 ‘뒷돈’을 거래소에 제공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코인 드래곤베인과 코인 피카를 각각 발행한 드래곤베인재단과 피카프로젝트는 국내 거래소에 2억원 규모의 상장 피를 지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거래소들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상장할 코인을 선정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상장 기준과 심사 과정 등을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상장된 코인은 대부분 가격이 상승했다. 대규모 상승장이 펼쳐진 지난해에는 상장 가격보다 수십 배씩 오르기도 했다. 상장 가격보다 낮은 값에 코인을 확보한 VC들은 소위 대박이 났다. 두나무의 투자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는 2018년 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에 25억4000만원을 투자해 확보한 루나를 지난해 팔아 130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코인 발행사도 거액을 챙겼다. 위메이드는 자체 발행한 위믹스를 지난해 매도해 확보한 자금으로 게임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를 1367억원에 인수했다. 새로운 방식의 무자본 인수합병(M&A)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주식시장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시세조종 사례도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자전거래 방식으로 코인 가격을 한 달 만에 400% 가깝게 올린 코인 발행사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