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12일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면역항암학회(SITC)에는 국내 기업들도 다수 참여했다. 연구결과 및 개발성과를 공유하는 포스터는 주제별로 분류돼 전시됐기 때문에 양옆 또는 인근의 다른 기업 발표 내용과 비교가 돼 국내 기업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SITC 2022 리뷰] 네오이뮨텍, IL-7 면역항암 신약 가능성 열었다
네오이뮨텍… IL-7으로 가능성 처음으로 열었다

네오이뮨텍은 올해 열린 제34회 SITC에서 국내기업 중엔 유일하게 구두발표 세션을 가졌다. 네오이뮨텍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NT-I7’의 임상을 직접 진행한 미국 MD앤더슨암센터의 아웅 나잉 박사(사진)가 발표자로 나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MSS대장암(현미부수체 안정형) 및 췌장암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을 표준요법(SOC) 대비 2배 이상 늘리는 결과를 공개하면서 오후 5시 20분이라는 비교적 늦은 시간에 진행된 발표임에도 많은 청중들이 자리를 지켰다.
11일(미국 시간) 미국 보스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면역항암학회(SITC)에서 MD앤더슨암연구센터의 아웅 나잉 박사가 네오이뮨텍의 'NT-IT'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우상 기자
11일(미국 시간) 미국 보스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면역항암학회(SITC)에서 MD앤더슨암연구센터의 아웅 나잉 박사가 네오이뮨텍의 'NT-IT'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우상 기자
네오이뮨텍에 따르면 미국 머크(MSD)의 항PD-1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NT-I7’을 병용투약했을 때 MSS 대장암과 췌장암 환자들 중 절반 정도가 64주(16개월) 이상 생존했다. 이병하 네오이뮨텍 임상본부장(사진)은 “64주는 데이터 마감일(컷오프) 기준으로 생존 기간은 현재에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MSS 대장암과 췌장암은 블록버스터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미국 머크)’가 듣지 않는 것으로 악명높은 암이다. 알려진 키트루다의 MSS 대장암에 대한 객관적반응률(ORR)은 0%다. 이 본부장은 “MSS대장암과 췌장암에 키트루다가 없기 때문에 윤리적인 이유로 ‘키트루다 VS 키트루다+NT-I7’로 임상설계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임상시험이 대조군 없는 임상(single arm)으로 진행된 이유다. 이 본부장은 “키트루다와 NT-I7을 병용했을 때 생존기간이 표준요법 대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1차·2차 치료 이후에도 재발하는 환자들이 받는 표준요법인 화학항암제(TAS-102) 등의 전체생존기간(OS)은 7.1개월 정도다. 표적항암제 세툭시맙의 전체생존기간 또한 6.1개월에 그친다.
이병하 네오이뮨텍 임상본부장이 NT-I7 투약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O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우상 기자
이병하 네오이뮨텍 임상본부장이 NT-I7 투약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O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우상 기자
간 전이(Liver metastasis)의 유무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지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상2상에 참여한 환자 수는 총 50명으로, MSS대장암과 췌장암 환자 수는 각각 25명이었다.

이중 간 전이가 없었던 환자 13명(대장암 5명, 췌장암 8명)은 추적 조사를 진행한 64주 동안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전체 생존율과 간 전이 여부 사이에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난 셈이다. 양세환 네오이뮨텍 대표는 “이전까지 간 전이 여부가 신약 허가 신청시 간 전이 여부를 바이오마커로 사용한 적은 없다”면서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함께 논의해볼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체생존기간 등 항암제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는 주요 지표는 내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양 대표는 “FDA가 항암제 신약을 허가하는 '골든 스탠다드'는 전체 생존기간”이라며 “지금까지의 임상 중간결과로 미루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왼쪽이 MSS 대장암, 오른쪽이 췌장암 임상 결과. 빨간색은 간 전이가 되지 않은 환자, 녹색은 간 전이가 있는 환자, 까만색은 양쪽을 통합한 결과다. 간 전이가 없는 환자들이 64주째 이상 100% 생존 중인 부분이 주목할만 하다. / 네오이뮨텍 제공.
왼쪽이 MSS 대장암, 오른쪽이 췌장암 임상 결과. 빨간색은 간 전이가 되지 않은 환자, 녹색은 간 전이가 있는 환자, 까만색은 양쪽을 통합한 결과다. 간 전이가 없는 환자들이 64주째 이상 100% 생존 중인 부분이 주목할만 하다. / 네오이뮨텍 제공.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인간 유래 암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 공개

오가노이드사이어느는 인간에게서 유래한 암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인 ’오디세이‘ 시스템을 공개했다. 오디세이 1.0은 종양미세환경과 T세포의 반응을 볼 수 있는 오가노이드 시스템이며, 오디세이 2.0은 종양미세환경과 대식세포의 상호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 오디세이 3.0은 종양미세환경과 그 사이에 침투한 종양침윤세포(TIL) 사이의 반응을 평가하는 데 쓰인다.

이보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부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자사 플랫픔 기술을 알릴 목적으로 SITC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 기술은 다양한 약물 개발 단계에서 쓰이고 있다. 그는 “전임상시험에 진입하기 전 단계,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오가노이드의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가령 전임상 시험 진입 전 오가노이드 시험을 이용하는 곳은 보통 연구자금 면에서 여유가 있는 곳들이다. 플랫폼 기술로 개발한 다양한 후보물질이 인간 유래 암세포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전임상에 앞서 확인하는 것이다.

이 부장은 “후보물질 1개당 실험쥐를 이용한 전임상 비용은 보통 50억원 정도인데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1억원 내외 또는 이하 비용으로 효능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진입에 앞서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미리 효능평가를 하는 곳들도 많다. 이 부장은 “아무리 인간화 쥐(휴머나이즈드 마우스)를 이용한 전임상을 거쳤다고 해도 사람 대상 임상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인체에서 유래한 다양한 암세포를 제공할 수 있어 보다 정확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T세포 외에도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골수유래면역억제세포 등도 제공해 약물의 유효성 평가뿐 아니라 작용기전(MOA)을 밝힐 수 있도록 서비스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틸렉스…EU103, SITC에서 효능 첫 공개
권병세 유틸렉스 회장이 SITC 현장에서 자사 후보물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우상 기자
권병세 유틸렉스 회장이 SITC 현장에서 자사 후보물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우상 기자
유틸렉스는 VSIG4라는 종양관련대식세포(TAM) 위에 있는 단백질을 표적하는 EU103의 전임상 효능 결과를 SITC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VSIG4는 클리니컬트라이얼즈 기준 임상에 진입한 후보물질이 없는 신규 표적이다.

정형남 유틸렉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VSIG4를 억제했더니 T세포를 억제하는 종양 관련 대식세포와 T세포의 연결이 끊어지고, 나아가 T세포와의 결합을 차단했다”며 “면역을 억제하는 M2 대식세포에서 면역을 활성화하는 M1 대식세포로 변환되는 기능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틸렉스가 공개한 전임상 효능데이터는 EU103과 항PD-L1 면역관문억제제 티센트릭(로슈)과의 병용 데이터다. 인간 유래 비소세포폐암을 이식한 실험쥐에서 평가한 효능 결과를 보면 EU103+티센트릭 > EU103 단독 > 티센트릭 순으로 암세포 크기가 줄어들었다.

EU103은 현재 영장류에서 독성평가까지 마친 상태다. 정 최고기술책임자는 “최대허용용량(MTD)까지 투약했음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다양한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요법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틸렉스는 내년 상반기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와 FDA에 임상 1상에 대한 시험계획(IND)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녹색이 EU103+티센트릭, 노란색이 티센트릭 단독, 핑크색이 EU103 단독, 검정색이 대조군이다. Y축은 암세포에서 나오는 발광량으로, Y축 값이 작을수록 종양 크기가 줄어든 것이다. EU103+티센트릭 조합에서 종양 크기가 가장 많이 수축했다. / 유틸렉스 제공
녹색이 EU103+티센트릭, 노란색이 티센트릭 단독, 핑크색이 EU103 단독, 검정색이 대조군이다. Y축은 암세포에서 나오는 발광량으로, Y축 값이 작을수록 종양 크기가 줄어든 것이다. EU103+티센트릭 조합에서 종양 크기가 가장 많이 수축했다. / 유틸렉스 제공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