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드 마다부시 에모리대 교수가 종양 인근 형성된 혈관의 뒤틀림 정도에 따라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이 달라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우상 기자
아난드 마다부시 에모리대 교수가 종양 인근 형성된 혈관의 뒤틀림 정도에 따라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이 달라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우상 기자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인 ‘휴미라’의 매출에 근접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그러나 이 약이 효과를 나타내는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가장 잘 듣는 암종에서의 비율이 30% 정도. 아예 듣지 않는 암도 존재한다.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암이 항암제에 반응할 것인지 아닌지를 투여하기 전에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PD-(L)1’ 표적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의 PD-L1 발현량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국내 급여 기준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유전자분석 결과가 반드시 실제(표현형)와 일치하지 않으며, 암에 따라서는 검사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8일(미국 시각) 미국면역항암학회(SITC) 사전 회의의 첫 연사로 나선 아난트 마다부시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암 환자가 흔히 찍는 방사선 영상을 통해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마다부시 교수는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과 컴퓨터 단층촬영(CT) 등으로 확보한 이미지를 인공지능(AI)에게 학습시킨 결과, 면역항암제의 반응률 및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방사선 영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암의 정보는 다양하다. 먼저 종양침윤림프구(TIL)의 분포가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을 예측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종양침윤림프구는 이름처럼 암세포(종양)의 항원을 인지해 몰려든 면역세포들이다. 항원을 인지하고 종양으로 몰려든 면역세포가 이미 다수인 상황이라면 면역관문억제제가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마다부시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를 이용한 폐암 치료에서 실제 항암제의 반응률과 TIL 분포 정도와의 높은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종양 주위로 형성된 혈관의 형태도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가 될 수 있다. 종양 주위에 발달하는 종양미세환경(TME)에는 혈관이 무질서하게 형성된다. 마다부시 교수는 “이렇게 형성된 혈관 중 뒤틀린(tortuosity) 비율이 높을수록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TIL의 분포, 혈관의 형태 등 방사선 촬영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키면 관련 알고리즘을 구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부작용으로 암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지는 과진행성암(Hyperprogressor) 역시 이 방법을 통해 구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다부시 교수는 “방사선 촬영은 암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일상적인(Routine) 진료 범위에 있다”며 “일상적인 진료로 얻는 방사선 촬영 데이터를 AI로 분석한 결과가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을 예측하는 효율적인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스턴 =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